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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판할 감독 울린 '11m 룰렛 영웅' 로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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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판할 감독 울린 '11m 룰렛 영웅' 로메로
  • 홍현석 기자
  • 승인 2014.07.10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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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전 120분 무실점, 승부차기서 2개 막아내

[스포츠Q 홍현석 기자] 아르헨티나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27·AS모나코)가 아르헨티나를 24년만에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결승 진출로 이끌며 옛 스승 네덜란드 루이스 판할(63) 감독을 울렸다.

아르헨티나는 10일(한국시간) 네덜란드와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4강전에서 전후반, 연장전까지 0-0 무승부를 거둔 후 승부차기에서 로메로의 선방쇼로 4-2로 이겨 결승에 올랐다.

이날 경기의 공식 기록은 무승부이긴 하지만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넘어선 것은 36년만의 일이다. 아르헨티나는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결승전에서 네덜란드에 3-1로 이겼다. 아르헨티나의 역대 네덜란드와 A매치의 유일한 승리였다.

그리고 아르헨티나는 이제 세번째 별에 도전한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28년만에 우승을 노린다. 결승전 상대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결승전에서도 맞붙었던 독일이다.

◆ 로메로, 24년만에 아르헨티나 결승으로 이끌다

이날 최고의 선수는 로메로였다. 양팀은 공격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수비적인 운영으로 다소 답답한 경기를 했다. 양팀의 슛도 얼마 나오지 않아 로메로의 세이브도 1개에 그쳤다.

그러나 로메로는 정말 중요한 승부차기에서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지 골키퍼인지 증명했다. 네덜란드의 첫번째 키커인 수비수 론 플라르(29·아스톤빌라)의 슛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쳐냈다.

그리고 네덜란드 세번째 키커로 나선 베슬레이 스네이더르(31·갈라타사라이)가 나왔다. 워낙 경험이 많은 선수였고 이미 이번 대회에서 두 번이나 골맛을 봤던 선수였기 때문에 성공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로메로는 스네이더르의 오른발 슛을 몸을 날려 막아냈다.

로메로의 선방과 함께 팀 동료들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네번째 키커인 막시 로드리게스(33·뉴웰스 올드 보이스)가 침착하게 성공시키면서 결승전 남은 한 자리의 주인공은 아르헨티나가 됐다.

경기 후 FIFA가 선정하는 최우수선수(맨오브더매치)에 뽑힌 로메로는 아르헨티나 언론 올레와 인터뷰에서 “24년만에 결승전에 진출하게 돼 너무 기분 좋고 운이 좋았다”며 “이번에 지면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많았다. 하지만 자신감을 가졌고 그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료들을 믿었던 것이 가장 큰 승리의 요인이었던 것 같다. 그들에게 감사하고 숨은 곳에서 동료들을 도와 꼭 우승하겠다”고 승리를 동료들의 공을 돌렸다.

◆ 판할 감독에게 증명한 로메로의 가치

로메로는 2006년 아르헨티나 라싱클럽에서 첫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실력을 키웠던 그는 2007년 판할 감독이 이끌던 네덜란드의 AZ 알크마르로 이적하게 된다. 판할 감독은 그의 가치를 알아봤다.

달라진 언어와 문화에 힘들어하던 로메로를 위해 판할 감독은 그의 적응을 도왔다. 그 결과 로메로는 점차 네덜란드 생활에 적응하며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판할 감독의 관심 속에 로메로는 알크마르 주전 수문장으로 자리잡았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알크마르에서 90경기를 뛰며 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판할 감독과 함께 했던 2008-09시즌에는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이런 활약에 로메로는 2009년부터 아르헨티나 국가대표가 됐다. 2009년 9월 9일 파라과이와 경기에서 처음으로 국가대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후 아르헨티나 주전 골키퍼로 성장하며 지금까지 53경기동안 아르헨티나 골문을 지키고 있다.

지금의 로메로를 만든 패장 네덜란드 판할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와 2년동안 함께 했을 때 내가 그에게 어떻게 페널티킥을 막아야 하는지 가르쳤다”고 옛 제자의 발전된 모습을 기뻐하면서 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toptorre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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