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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대전 '군도' '명량' '해적' '해무' 누가 승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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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대전 '군도' '명량' '해적' '해무' 누가 승리하나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11 0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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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까봐야 안다.”

만나는 사람마다 하나마나한 대답을 내놓는다. 그만큼 한국영화 화제작 4편의 흥행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최소 500~600개 스크린을 유치, 관객몰이에 나서는 데다 각기 색깔이 달라 “신만이 알 것이다”란 말에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전례없이 대작 4편 1주 간격 개봉...거대 배급사 자존심 싸움

오는 23일 '군도: 민란의 시대'를 시작으로 1주일 간격으로 '명량'(30일), '해적: 바다로 간 산적'(8월6일), '해무'(13일)가 개봉된다. 보통 성수기에 한국영화 대작 2편 정도가 경쟁하는 게 관례인데 이렇듯 한 시기에 4편이 몰리자 영화 관계자는 물론 관객의 관심이 비등점을 향해 치솟고 있다. 이들 블록버스터는 100억원을 상회하는 막대한 제작비, 쟁쟁한 톱스타 출연과 멀티 캐스팅, 화려한 볼거리와 압도적인 스케일을 내세운다.

▲ 멀티 캐스팅이 특징인 '해무' '군도' '해적' '명량'(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국내 영화계를 분할 점거하고 있는 메이저 투자배급사가 벌일 자존심을 건 배급 경쟁 역시 흥미진진하다. ‘군도’는 쇼박스, ‘명량’은 CJ E&M, ‘해적’은 롯데엔터테인먼트, ‘해무’는 뉴(NEW)가 든든한 뒷배다. 언론배급 시사 이후 스크린수를 확정짓게 되나 각사는 경쟁작 3편의 움직임을 비롯해 10일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24일 개봉될 드림웍스의 대작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2'의 배급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느라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 정치사회 메시지 강렬 ‘군도’ vs 영웅 이순신 인간적 면모와 전략 ‘명량’

‘망할 세상, 백성을 구하라’. 액션활극 ‘군도’의 헤드카피다. 양반과 탐관오리들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조선 철종 13년(1862년), 망할 세상을 뒤집고 백성이 주인인 세상을 향해 분연히 일어선 의적떼 군도의 이야기다. 공교롭게 올해는 갑오년이다. 갑오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이 되는 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도층의 무능과 부패가 입길에 오르는 상황이라 정치, 사회적 메시지가 강렬하다.

쇼박스 홍보팀 최근하 과장은 “군도라는 매력적인 소재, 신나고 통쾌한 이야기가 주는 감정적 카타르시스가 특징”이라며 “이와 함께 특출난 배우 하정우와 강동원의 만남, 윤종빈 감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기대작”이라고 강조했다.

 

전쟁 액션 드라마 ‘명량’은 ‘역사를 바꿀 위대한 전쟁이 시작된다!’를 전면에 내걸었다. 1597년 임진왜란 6년, 왜군의 침략으로 인해 국가 위기 상황에 처하자 누명을 쓰고 파면됐던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 통제사로 재임명된다.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의 배를 이끌고 300척이 넘는 왜군 배를 향해 명량 바다로 나선다.

윤인호 CJ E&M 영화부문 홍보팀장은 “국내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해상전투를 고증에 입각해 완성도 높게 그려낸 점, 역사적 위인 이순신 장군의 알려지지 않은 인간적 면모와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전략전술, 배우 최민식의 격이 다른 이순신 장군 연기가 홍보마케팅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남녀관객 반응이 비슷하다가 예고편 노출 이후 선 굵은 사극, 위인 스토리에 관심 많은 남성관객 반응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남성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최근 종영한 사극 '정도전’의 여파도 힘을 보탰다.

◆ 오락성 강조한 어드벤처 ‘해적’ vs 숨막히는 긴장의 드라마 ‘해무’

액션 어드벤처 ‘해적’은 단순명료하다. “시원하고 유쾌하게 즐겨라!”. 조선 건국 10년 동안 국새가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해적’은 전대미문의 국새 강탈 사건으로 조정이 혼란에 빠지고, 고래의 뱃속으로 들어간 국새를 찾기 위해 해적, 산적, 개국세력이 벌이는 대격전을 그린다.

임성규 롯데엔터테인먼트 홍보팀장은 “방학과 휴가철에 극장을 찾은 가족관객이 아무 생각 없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느낌의 영화다. 코믹함과 액션 등 오락 요소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이 기획·제작한 ‘해무’는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한 전진호 선원 6명이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해무 속에 밀항자들을 실어 나르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네 작품 가운데 유일한 현대극이다. 2001년 벌어진 제7호 태창호 사건(중국인과 조선족이 배 안에서 질식사, 시신 25구가 바다에 유기된 사건)을 모티프로 제작돼 2007년 한국연극 베스트7에 선정된 바 있다. 영화 ‘해무’는 연극을 상당한 수준으로 각색해 탄생했다.

영화홍보사 흥미진진의 양정이 과장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과 강렬한 드라마, 실제 인물을 방불케 하는 배우들의 캐릭터 변신으로 인해 현실적 공감대가 탄탄하다”고 소개했다. 망망대해의 어선을 배경으로 한 만큼 해상 장면의 70%를 바다에서 진행,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

◆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 최민식 손예진 김윤석, 과감한 연기변신

클래스가 다른 배우들의 경연장이다.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 최민식, 손예진, 김윤석이 총력전을 펼친다.

▲ '군도'의 도치 역 하정우

티켓파워 1인자 하정우는 돌로 머리를 맞아도 끄떡없는 단단한 몸과 700근의 고기를 실은 수레도 거뜬히 끄는 괴력의 돌무치가 된다. 핍박을 천명으로 받아들이는 순수한 영혼에서 지배권력을 향해 쌍칼을 휘두르는 어마무시한 도치로 거듭난다. 하정우는 삭발까지 감행하며 1인2역에 가까운 캐릭터를 소화했다. 연쇄 살인마, 호스트, 조선족 살인청부업자, 입양인 스키점프 선수, 조폭 두목, 북한 비밀요원, 야심찬 앵커 등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보여온 그의 변신이 주목된다.

▲ '명량'의 이순신 장군 역 최민식

뚝심과 포스의 배우 최민식이야말로 불가능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진정한 리더의 복잡한 내면을 담아낼 최적의 그릇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종전 이순신 장군 소재 작품들이 성웅의 용맹함이나 번뇌를 그렸다면 ‘명량’ 속 이순신은 왕을 모시는 신하이자 한 사람의 아버지, 군사를 이끄는 장수이자 두려움에 번민하는 인간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동안 여전사의 대명사는 하지원이었다. 이제 손예진이 ‘해적’을 통해 교체 선언을 한다. 해적단 여두목 여월을 맡은 손예진은 검술과 와이어 액션을 기대 이상으로 강단 있게 소화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온 영리한 연기파 손예진은 이번 블록버스터 대전의 홍일점이기에 관심의 십자포화를 받고 있다.

▲ '해적'의 여월 역 손예진

관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의 김윤석은 ‘해무’에서 낡은 어선 선장 강철주를 맡았다. 뼛속까지 뱃사람인 철주 역할로 삶의 터전인 배와 자기를 믿고 따르는 선원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다층적인 내면연기를 쏟아낸다. 그동안의 위압감이 느껴지던 연기와 달리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인간적 매력을 드러낼 전망이다.

▲ '해무'의 강선장 역 김윤석

‘군도’ ‘해적’은 순제작비 135억원, ‘명량’은 150억원, ‘해무’는 73억원이 투입됐다.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총제작비는 이를 훨씬 상회한다. 또 ‘군도’ ‘명량’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판정을 기다리는 ‘해무’의 경우 잔인한 설정 탓에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일하게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해적’은 관객 폭이 넓은 이점이 있다. 이와 함께 3편의 배경이 바다인 점이 이채롭다. 무더운 여름에 청량감을 제공하기 위한 의도로도 읽힌다.

올해 초 휴먼 코미디 흥행작 '수상한 그녀’ 이후 무겁고 잔인한 영화들이 이어져 관객의 피로감이 높아졌다는 말들이 많다. 칙칙한 현실을 잠시 잊은 채 가볍고 유쾌하게 영화에 빠져들고 싶은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의미다. 올여름 관객과 코드를 맞출 윤종빈, 김한민, 이석훈, 심성보 감독의 역작 네 편. 포연 자욱할 극장가에서 승리의 여신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 자못 궁금하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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