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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뜨는 '야누스' 캐릭터, 우리들의 일그러진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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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뜨는 '야누스' 캐릭터, 우리들의 일그러진 초상?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7.12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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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겉으로 보기엔 멋지고 매력적이다. 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는, 또는 복수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악행도 서슴지 않는다.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야누스 캐릭터다. 사실 야누스란 두 얼굴을 가진 로마신화의 유일신이다. 앞과 뒤가 다르다고 해서 오늘날에는 이중성을 지닌 사람을 빗대어 쓰곤 한다. 이런 독한 야누스 캐릭터가 올 상반기 드라마 판을 뒤덮고 있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 MBC '호텔킹'의 백미녀는 복수라는 이름아래 자신을 숨기고 사는 철저한 이중적 캐릭터다. [사진=MBC '호텔킹' 캡처]

◆야누스 캐릭터의 키워드 하나 '복수'

올 상반기 인기와 작품성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화제작들을 살펴보면 야누스 캐릭터가 대부분 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캐릭터들은 2가지 핵심 키워드에서 야누스적인 면모를 확실하게 드러냈다. 그것은 바로 복수와 욕망이었다.

우선 올 상반기 복수로 대표되는 인기 드라마 속 야누스 캐릭터라면 SBS '닥터 이방인'의 한재준(박해진)과 MBC '호텔킹'의 백미녀(김혜숙)를 꼽을 수 있다. 두 캐릭터는 모두 강한 권력 앞에서, 가족을 잃었다는 분노와 복수심을 철저하게 숨기고 냉철한 분석가, 철저히 자기관리를 하는 엘리트적 인간의 표본으로 등장했다.

'닥터 이방인'의 한재준은 부모를 죽게 만든 복수의 대상 밑으로 들어가 충성을 다하는 하수인 노릇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인생을 철저하게 파괴한다.

'호텔킹'의 백미녀는 복수라는 이름아래 자신을 숨기고 사는 이중적 캐릭터다. 차재완(이동욱)이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복수의 대상 이중구(이덕화)의 오른 팔로만 생각하며 모자간의 치열한 암투를 벌이고 있다. 백미녀는 속은 상처투성이지만 겉은 완벽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부모, 자식 등 가족을 잃은 것도 서러운데 이 아픔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들의 밑에서 티 한 번 내지 않은 채 복수의 칼을 가는 이들의 모습은 섬뜩함 그 자체였다.

▲ 올 상반기 또 하나의 복수의 야누스는 단연 SBS '닥터 이방인'의 한재준이다.  [사진=SBS '닥터 이방인' 캡처]

사실 복수를 위해 자신을 숨기는 캐릭터는 드라마에서는 교과서적인 캐릭터로 통한다. 그들은 철저한 자기관리, 완벽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한 냉정함으로 복수를 행한다. 극 중 언제나 나오는 익숙한 캐릭터로 이중적 인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식상할 법도 한데 드라마들은 복수의 야누스 캐릭터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대리만족'이다. 일반 사람들은 살면서 분노를 느끼는 일이 많지만. 분노를 복수로 바꾸지는 못한다. 이성과 두려움이 그들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일반 사람들은 복수의 야누스 캐릭터들을 통해 대리만족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청률에 민감한 드라마들은 이를 놓칠 리가 없다. 굳이 겉으로 미워하면서도 속으론 공감하는 캐릭터를 통속적이라는 이유로 버릴 이유가 없는 셈이다.

▲ 욕망의 야누스 캐릭터들도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인물중 하나가 MBC '왔다 장보리' 연민정이다. 그녀는 착한 딸인 척 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위해 엄마마저 도둑으로 만들어 버리는 패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MBC '왔다 장보리' 캡처]

◆야누스 캐릭터의 키워드 둘, '욕망'

대한민국 드라마 속 야누스 캐릭터를 말하면서 '욕망의 화신'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복수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욕망을 위해 달려 나가는 야누스 캐릭터는 복수를 위해 달리는 그들 못지않은 우리나라 드라마 속 단골 캐릭터다.

특히 올 한해 상반기 드라마 중 최고 욕망의 야누스들은 MBC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이유리), SBS '쓰리데이즈'의 김도진(최원영)을 거론할 수 있다.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엄마마저 도둑으로 만들어 버리는 패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양부모 앞에서는 둘도 없는 좋은 딸이다.

'쓰리데이즈' 김도진은 순수함이라는 베이스 위에 욕망에 빠진 악마성을 보유하고 있다. 장난감을 맞추다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는 모습에서는 야누스 캐릭터의 진수를 보여준다. 김도진은 이 시대 상층부 권력자들의 추악한 이중성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호평을 얻기도 했다.

▲ 진짜 욕망의 야누스는 단연 SBS '쓰리데이즈' 김도진일 것이다. 그는 순수함이라는 베이스 위에 욕망에 빠진 악마성을 갖고 있다. [사진=SBS '쓰리데이즈' 캡처]

◆야누스 캐릭터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초상?

이처럼 욕망의 야누스 캐릭터들이 단골처럼 TV에 등장하면서 큰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일반 사람들에게 일정부분 '공감'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욕망을 위해 나 자신을 숨기고 이중성이라는 듣기 거북할 수도 있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현대인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야누스적 면모를 갖고 있어 드라마 속 야누스 캐릭터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한 뒤 “극 중 야누스 캐릭터는 시대상과 맞물려 더욱 진화에 진화를 거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라마는 시대를 보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드라마들은 캐릭터를 통해 시대상을 반영하는 모습이 강하게 나타난다. 결국 야누스 캐릭터가 올 상반기 드라마를 장악한 것은 속을 보여줄 수 없이 살아가야만 하는 이 시대 현대인의 우울한 초상은 아닐는지?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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