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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한국스포츠, 디머스(DeMerS)로 가치를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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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한국스포츠, 디머스(DeMerS)로 가치를 입자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1.22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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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넥스트 스포츠 어젠다 국제 컨퍼런스, 북미스포츠 산업 전문가 3인 '명품강의'에 300여명 성황

[스포츠Q(큐) 글 민기홍 강언구·사진 최대성 기자] 디자인은 가격 저항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다. 아름다운 제품에 똘똘한 상품화 계획 즉, 머천다이징이 더해지면 소비자들의 구매욕은 꿈틀댄다. 판매자가 영업력까지 갖췄다면. 지갑은 기꺼이 열린다.

디자인-머천다이징-세일즈. ‘디머스(DeMerS)’가 스포츠산업의 미래다.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는 22일 서울 강남구 임패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넥스트 스포츠 어젠다 Ⅱ (The Next Sport Agenda Ⅱ) 디머스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한국스포츠개발원, 스포츠잡알리오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300여명이 빈틈없이 행사장을 채웠다. 주최 측에 따르면 학생보다 실무자 비율이 약간 더 많을 만큼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 22일 서울 강남구 임패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개최된 넥스트 스포츠 어젠다(The Next Sport Agenda) 디머스 국제 컨퍼런스에 참가한 학생들과 스포츠산업 관계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연사 라인업이 화려했다. 짐 레니 로세티스포츠 건축사무소장이 디자인, 마리베스 타워스 미국프로축구(MLS) 소비자상품사업 수석부사장이 머천다이징, 스티브 청 미국 WME/IMG 컨설팅 수석부사장이 세일즈 파트를 각각 맡아 강연했다. 스포츠 천국인 북미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들의 방한에 국내 스포츠산업 종사자들의 발걸음이 강남으로 향했다.

2014년 12월에 이은 두 번째 디머스 컨퍼런스.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는 국내 연사 9인으로 진행했던 1회와 달리 연사 수를 대폭 줄였다. 대신 보다 실무적인 콘텐츠를 통해 내실을 다졌다. 외국 연사 3인방은 한파를 뚫고 어려운 걸음을 한 청중의 기대에 양질의 강연으로 화답했다.

◆ 리턴 온 디자인(Return On Design), 디자인을 통해 가치를 창출한다 

“디자인에 투자해 가치를 창출해내야 합니다. 우리는 관람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가치 있는 기억을 갖고 돌아가길 바랍니다. 이는 팬들을 위한 가치일 뿐 아니라 경영을 위한 가치이기도 합니다. 경기장은 지역사회와 연계돼야 하죠. 커뮤니티의 소중한 자산이 돼야 합니다.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레니 소장은 RO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경기장 리노베이션을 통해 발생할 수익 분석, 지역사회 특징과 정부 정책의 이해를 통해 스포츠 경기장 건축의 선구자가 되었다.

한국 최초의 돔구장, 고척 스카이돔을 둘러싼 논란이 많다. 누리꾼들은 “지을 거면 제대로 짓지 그게 뭐냐”며 비난을 퍼붓는다. 사업비 1948억 원을 들였는데 관중수용능력은 채 2만 명이 되지 않는다.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좌석간 간격은 고려한 것이냐”, “전광판은 왜 이리 작냐” 등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입지도 의문이다. 상습 정체구간에 돔구장이라니. 철학이 없어 빚어진 참사다.

레니 소장이 강조하는 ‘리턴 온 디자인(ROD·Return On Design)’ 즉, 디자인 대비 수익률이란 개념은 한국 스포츠시설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로세티는 경기장 리노베이션이 필요한 구단을 상대로 향후 발생할 수입증대 효과 분석, 정부 정책 이해, 지역사회 특징 파악, 1인당 허용 면적 고려, 향후 개선방향에 이르기까지 다각도의 리서치를 통해 늘 최고의 결과물로 보답해 왔다. 스포츠 경기장 건축과 컨설팅 분야의 선두주자가 된 이유다.

레니 소장은 “스포츠경기장을 중심으로 지역이 개발돼야 한다”며 LA 라이브의 예를 들었다.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복합 단지인 이곳은 캘리포니아 젊은이들이 모이는 핫 플레이스다. 그는 “LA 라이브를 통해 도시의 가치가 상승했다. 미래의 개발 기회가 생겼고 주변 부동산의 가치도 높였다”며 “관광객들이 모이는 장소로 발전해 120억 달러(14조 3880억원)의 경제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 서울 강남구 임패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개최된 넥스트 스포츠 어젠다(The Next Sport Agenda) 디머스 국제 컨퍼런스에 300여 명의 실무자들과 학생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로세티는 미국프로농구(NBA)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홈구장 팰리스 오브 오번 힐스, 북미프로축구리그(MLS) 뉴욕 레드불스의 홈구장인 레드불 아레나, US오픈 경기장 USTA 내셔널스 테니스 센터 등 세계 전역에 걸쳐 수많은 스타디움을 설계했다.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설계도 맡아 한국에도 이름을 알렸다. 인천 1호선 도원역에서 도보 5분 거리인 숭의 아레나는 팬들의 만족도가 높은 경기장으로 평가받는다.

레니 소장은 “숭의 아레나는 지역 활성화의 자산이다. 경기장 안팎이 나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들어 쉽게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며 “팬들이 어떤 경험을 갖고 가느냐가 중요하다. 경기장 안에 들어왔을 때 경험을 개선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보완도 중요하다. 개선이 잘 되느냐에 따라서 고객들이 가져가는 가치가 또 달라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패널 토론에서는 “40년 전 미국도 한국과 비슷했다. 경기장 개발은 오직 스포츠를 위해 이루어졌다. 팀은 입장권을 통해 수익을 얻었고 나머지는 시로 들어갔다. 적자가 나는 경우도 많았다”며 “15년 전부터 민간 소유가 늘어났다.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민관이 관계를 맺고 동반 성장하는 유형의 비즈니스가 많이 생겨났다"고 구단과 지방자치단체간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 인천 숭의 아레나의 조감도. 레니 소장은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고 다시 찾고 싶은 경기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로세티스포츠 건축사무소 제공]

◆ MLS의 가파른 성장, 축구 미국에서도 통한다 

MLS는 ‘축구는 미국에서 안된다’는 평가를 보기 좋게 뒤집고 있다. 지난해에는 평균관중 2만 1574명을 불러들였다. 미식축구 미국프로풋볼리그(NFL), 메이저리그(MLB), NBA,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굳건한 4대스포츠의 아성에 도전할 만큼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마리베스 타워스는 MLS의 소비자상품 기획파트, 미국 국가대표팀 경기 마케팅을 총괄하는 사커유나이티드마케팅(SUM·Soccer United Marketing)의 부사장이다.

그는 “스트리밍을 통해 경기를 시청하는 팬이 89%, 자신이 원하는 파트너에 대해 호감을 가진 이들이 83%, 응원하는 팀의 스폰서 제품을 이용할 용의가 있는 이들이 81%에 이른다”며 “그래서 MLS는 디지털 연결 전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타깃층이 18~34세”라고 말했다. MLB(46세), NFL(43세·이상 2014년 ESPN 발표 자료)이 시청층 노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파고든 틈새 전략이다.

▲ 타워스 부사장은 MLS 팬들의 성향을 연구해 그들이 원하는 부분을 파고들었다. 그 결과 '축구가 미국에서는 인기가 없다'는 통념을 시원하게 깼다.

팬과의 스킨십 확대를 위한 디자인 역량 강화, 유통채널 다양화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MLS는 20번째 시즌을 맞아 20개 팀이 각자 입맛에 맞게 브랜드를 포지셔닝하도록 했다. 60여개가 넘는 라이선시와 그래픽 트렌드를 찾아 로고를 젊은 감각으로 변화시켰다. 타워스 부사장은 “MLS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영감을 줄 수 있는 팁을 줬을 뿐”이라며 “우리는 최고의 팀, 최고의 회사와 일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MLS는 축구 클럽과 선수들과 관련한 제품들이 도드라질 수 있도록 리테일 상점들과 협력해 좋은 자리를 선점한다. 뉴욕 다운타운의 토이저러스에는 한 달간 기간을 정해 뉴욕 연고 팀들을 어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캐나다의 유명한 스포츠몰 스포츠체크와 협업해 청소년 선수들이 프로 선수를 직접 만나고 함께 쇼핑하는 프로그램도 기획한다.

리그 자체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콜라보레이션도 활발하다. 시장별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를 찾아 팀 전용 제품들을 개발하도록 독려하고 미남 선수들을 ‘스타일 아이콘’으로 삼아 적극 홍보한다. 젊은 여성, 10대 등 특정 타깃이 선호할 만한 용품도 개발한다. 장난감, 자동차 용품 등 품목을 넓혀 MLS의 일상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 MLS의 온라인 스토어는 체계적이지만 톡톡 튀는 디자인들을 통해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MLS 공식 온라인 스토어 캡처]

MLS의 노력이 가장 빛나는 곳은 다름 아닌 자체 온라인샵이다. 과거 워너 브라더스, 폭스 키즈 등에서 라이선싱, 머천다이징에 특화된 업무를 해왔던 타워스는 MLS스토어를 가치 있는 디지털 커머스 온라인 클럽으로 만들고 싶었다. 결국 2년 여에 걸친 작업 끝에 지난해 새로운 웹사이트를 론칭했다. 미국 축구팬들에게 MLS스토어는 최고의 원스톱 쇼핑센터로 자리 잡았다.

◆ 세일즈 팁 대방출, ‘영업꾼’의 노하우 전수 

“근면성실해야 한다. 스마트하게 일하라. 기회가 왔을 때 경험하라. 대담하라.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을 걸어도 될까 망설이지 마라. 먼저 손을 내밀고 유대관계를 형성하라. 세일즈는 거부를 많이 당하는 일이다. 상처받지 말아야 한다.”

영업에 관한 모든 팁이 나왔다. WME/IMG의 글로벌 파트너십 부사장으로 재직 중인 스티브 청의 강연에서는 세일즈 실무에 관한 팁이 쏟아졌다. 바클레이 은행, 맥도널드, DHL 등 세계 굴지의 기업을 상대로 한 스포츠 스폰서십 판매, 컨설팅과 선수 후원 계약 전문가로 기아자동차와 NBA, LPGA간의 스폰서십 계약 등을 성사시킨 거물은 아낌없이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청 부사장은 “네트워크가 아주 중요하다. 스포츠 세계는 돌고돈다. 좋은 인맥을 쌓아놓으면 큰 도움이 된다”며 “사람들은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에게 물건을 사기 마련이다. 상대의 이름을 잘 기억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재능이다.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다. 경청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열변을 이어갔다.

▲ 청 부사장은 "세일즈 분야에서 인적 네트워크가 아주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첫 인상을 잘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 줄 아는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현재는 코비 브라이언트, 마리아 샤라포바, 미셸 위등 슈퍼스타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지만 그도 젊은 시절엔 1년간 접수담당자로 전화만 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 ‘모르면 두려워 말고 질문하라’는 말을 늘 가슴에 새기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청 부사장은 “나는 어떠한 주제든 다 논의를 할 수 있다. 하루에 신문을 5부씩 본다. 좋은 세일즈를 위해선 다른 시장과 분야에 대해서도 공부하라”며 “의사 결정권자와 만나는 시간은 정말 짧다. 차별화된 리서치,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통해 와닿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고객사에서 큰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 넥스트 스포츠 어젠다(The Next Sport Agenda) 디머스 국제 컨퍼런스의 강연자들과 주최자들. 왼쪽부터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장 최준서 교수,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조성진 교수, 레니 소장, 김종량 한양대 이사장, 타워스 수석부사장, 박영옥 한국스포츠개발원장, 청 부사장, 박성배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또한 “첫 인상은 30초 이내에 결정된다. 어떻게 눈을 마주보고 어떻게 대화를 나누고 어떻게 악수를 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며 “내가 갖지 못한 능력을 가진 인재, 애널리스트들을 통해 고객 회사가 어떤 곳인가 모두 조사해 니즈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를 정리해야 한다. 5달러나 5000 달러 딜이나 준비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이 비슷하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해야 한다”고 밝혔다.

패널 토론에서 그는 “잠재적 시청자가 많다는 사실은 긍정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기업 입장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확하게 팬이 누구인지, 어떻게 접근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만약 여러분이 선수나 리그의 에이전트로 일한다면 정확하게 소비자를 이해해야 한다. 수많은 팬이 있지만 다가갈 수 없다면 소용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취재 후기] 이벤트 대행업체가 진행한 행사라 해도 손색없을 만큼 깔끔한 행사였다. 지난해 10월 국제스포츠협력센터(ISC)의 컨퍼런스, 12월 KBO의 윈터미팅과 견줘도 뒤질 것이 없었다고 평한다. 한국 스포츠산업에 ‘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 아닐까. 북미 프로스포츠 산업의 큰손들을 모셔 고급 정보들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 김종량 한양대 이사장이 넥스트 스포츠 아젠다 II 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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