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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위대한 무패! 23명 모두가 행복했던 '오렌지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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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위대한 무패! 23명 모두가 행복했던 '오렌지 월드컵'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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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과 첫 경기부터 대파란…스리백 중심 변화무쌍 전술로 '해피 월드컵'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네덜란드 축구의 '유쾌한 도전'이 끝났다. 멕시코와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등 다크호스와 적지 않은 '언더독'들이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선전을 펼쳤지만 네덜란드만큼 이번 월드컵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팀도 없었다.

유럽 축구의 한 흐름을 담당하고 있는 네덜란드를 언더독이나 다크호스와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월드컵 개막 직전 네덜란드의 전력은 16강 또는 잘해야 8강 정도였다. 스페인과 조별리그에서 같은 조에 속해 칠레와 조 2위를 다툴 것으로 예견되는 정도였다.

그러나 루이스 판할 감독의 '오렌지 군단'은 이런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네덜란드는 13일(한국시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브라질과 3~4위전에서 로빈 판페르시(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달레이 블린트(24·아약스 암스테르담), 헤오르히니오 베르날뒴(23·PSV 아인트호번)의 연속골로 3-0으로 이기고 브라질 월드컵을 마무리했다.

네덜란드 선수들은 브라질을 꺾은 뒤 시상식에서 메달을 받고 자신들의 월드컵을 최고로 장식했다. 아르헨티나와 4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결승에 오르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쉬웠지만 그들만의 '해피 월드컵'을 만들어냈다.

역대 네덜란드 대표팀 가운데 최약체라는 평가까지 있었지만 4년 전 준우승 성적과 크게 뒤지지 않은 3위로 기분좋게 끝냈다. 그것도 네덜란드 월드컵 출전 사상 최초의 무패로.

승부차기는 FIFA 공식 집계에선 무승부로 처리되고 월드컵 역사에도 그렇게 기록된다. 네덜란드는 승부차기로 8강전에선 코스타리카에 승리했고 4강전에선 아르헨티나에 패했다. 5승2무 중 2무승부가 이 승부차기 경기다.

◆ 전략가 판할의 변화무쌍한 전술, 스리백 들고 나올 줄이야

네덜란드 대표팀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스리(3)백 수비 포진이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포백이 현대 축구의 큰 줄기였기에 네덜란드가 '구닥다리 포메이션'으로 평가절하됐던 스리백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전략가 판할 감독은 스리백의 편견을 보기 좋게 깼다. 네덜란드가 브라질 월드컵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원동력이었다.

판할 감독은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과 같은 조가 됐을 때부터 일찌감치 스리백을 준비해왔다. 짧은 패스를 주고 받으며 볼 점유율을 높여가며 공격하는 '티키타카'를 깰 수 있는 유일한 전술이 스리백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판할 감독의 전략은 적중했다. 스페인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내주고도 판페르시의 최장거리 16m 점프 헤딩골을 시작으로 무려 5골을 몰아치며 5-1 대승을 이끌었다. 독일이 준결승에서 브라질을 7-1로 꺾기 전까지 이번 대회 최고의 대파란이었다.

특히 판할 감독은 스리백이 수비 위주의 전술이라는 선입견까지 깨며 스리백의 재발견을 이뤄냈다.

론 플라르(29·아스톤빌라)를 중심으로 브루누 마르팅스 인디(22)와 스테판 더프레이(22·이상 페예노르트 로테르담)가 스리백을 지켰고 좌우 윙백으로 블린트와 디르크 카위트(34·페네르바체)를 세웠다. 스리백과 파이브백을 혼용하면서도 블린트와 카위트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내세워 공격형 스리백을 만들어냈다.

그렇다고 판할 감독이 스리백만 고집한 것은 아니다. 더프레이와 플라르를 중앙 수비로 내세우고 블린트와 파울 페르하흐(31·아우크스부르크)를 세운 포백 전술도 혼용했다. 스리백이 주된 포메이션이긴 했지만 상대에 따라서 포백을 쓰며 맞춤형 전술도 구사했다.

이는 스리백과 포백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유난히 스리백이 큰 위력을 발휘했다. 세 명의 중앙 수비수가 페널티지역 공간을 완전히 메워 상대팀의 패스 위주 공격을 차단하는 한편 좌우 윙백이 상대의 2선 공격수를 차단하며 티키타카를 공략할 수 있는 최고의 전술이 됐다. 스리백을 가장 효율적으로 잘 쓴 감독이 바로 판할 감독이었다.

◆ 레임덕 없이 최고의 케미스트리 보여준 오렌지 군단

판할 감독은 월드컵 시작 직전 레임덕 현상을 맞을 뻔 했다.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취임이 확정됐고 판할 감독 자신도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잡기로 되어 있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감독의 향후 일정이 일찌감치 결정되고 이것이 공식 발표되는 것은 팀 전력이나 조직력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판할 감독은 이를 극복해냈다. 최고의 팀 케미스트리(융화)를 보여주며 '원팀'의 위대함을 몸소 보여줬다.

판할 감독이 이번 월드컵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공교롭게도 10여년 전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아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출전을 위한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을 맡은 판할은 유럽예선 2조에서 포르투갈, 아일랜드에 밀려 6승 2무 2패로 3위에 그치면서 본선에 오르지도 못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16년만에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아쉬운 실패의 경험을 갖고 있는 판할 감독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에게 레임덕은 없었다. 선수들과 함께 뛰고 융화했다. 판페르시가 스페인전에서 골을 넣은 뒤 판할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한 것 역시 네덜란드의 팀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판할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적극 중용했다. 네덜란드가 선수들의 세대교체 과도기인 것도 원인이었지만 더프레이와 베이날뒴, 마르팅스 인디, 멤피스 데파이(20·PSV 아인트호번) 등 젊은 선수들을 적극 중용하며 판페르시, 카위트, 아리언 로번(30·바이에른 뮌헨) 등 노장들과 융화를 이뤄냈다.

이 가운데 데파이는 FIFA 영플레이어상 수상 후보로 올라있을 정도로 맹활약을 펼쳤다.

◆ 판할 감독의 배려…진정한 신뢰와 의리 보여주다

또 한가지 주목할 것은 판할 감독이 '모두의 월드컵'이 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점이다.

판할 감독은 "3~4위전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시큰둥했지만 이는 결승전에 올라가지 못한 아쉬움이었을 뿐이었다. 판할 감독은 브라질과 3~4위전도 의미있는 경기로 만들었다.

조별리그 3경기와 토너먼트 3경기 등 6경기를 통해 22명의 선수를 모두 투입한 판할 감독은 경기 종료 직전 골키퍼 미헐 포름(31·스완지 시티)을 투입시키면서 엔트리에 들어간 23명 선수들이 모두 월드컵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도록 했다.

6경기에서 22명의 선수를 투입한 것은 배려이기 이전에 판할 감독의 다양한 선수 운용 폭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수비진에서는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지만 공격에서는 다양한 선수들을 투입시키며 여러 공격 옵션을 만들어 공격의 다양화를 꾀했다.

이를 통해 네덜란드는 7경기에서 15골을 넣으며 가공할만한 공격력을 자랑했다. 네덜란드가 월드컵 본선에서 15골을 넣은 것은 1974년 서독 대회와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에 이어 역대 세번째. 네덜란드의 역대 월드컵 한 대회 최다골이기도 하다.

또한 네덜란드는 역대 월드컵 사상 유일하게 무승부로 대회를 마쳤다. 그동안 네덜란드는 1패 이상씩을 기록했지만 이번 대회는 5승 2무(승부차기 2회 포함)로 마쳤다. 판할 감독이 플랜 A와 플랜 B 등 변화무쌍한 전술로 상대팀을 상대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 포름을 투입한 것은 전술이기 이전에 23명 선수들에 대한 신뢰와 의리였다. 판할 감독이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보여준 것이 진정한 '의리축구'였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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