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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원맨팀의 말로' 껍데기만 남았던 삼바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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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원맨팀의 말로' 껍데기만 남았던 삼바축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13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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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여름, 브라질축구의 대악몽…마지막 2경기서 10실점 몰락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삼바축구가 안방에서 망신을 톡톡하게 당했다. 20차례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 모두 출전해 최다인 5회 우승의 기록을 갖고 있는 브라질이 안방에서 통산 6번째 우승을 노렸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브라질은 13일(한국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에스타지우 나시오날 마네 가린샤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3~4위전에서 전반 초반 20분 사이에 두 골을 내주며 무기력한 졸전을 펼친 끝에 0-3으로 졌다.

브라질은 지난 9일 독일과 4강전에서 치욕스러운 1-7 대패를 당한데 이어 3~4위전에서도 영패로 망신살이 뻗쳤다.

브라질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12년만에 우승을 노렸다. 네이마르(22·바르셀로나)는 펠레의 후계자다운 모습을 보여줬고 지난해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스페인을 3-0으로 물리친 모습에서 당연히 월드컵은 브라질의 것으로 보였다. 베팅업체와 전문가들의 전망도 브라질의 우승을 점쳤다.

하지만 브라질은 네이마르를 중심으로 한 '원맨팀'의 폐해가 얼마나 팀 전력을 망치는지 보여줬다. 브라질에게 네이마르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삼바축구는 몰락했다.

◆ 네이마르 막히고 빠지니 아무 것도 없더라

브라질은 12년 전 월드컵 우승에 기여했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을 다시 데려와 통산 여섯번째 정상을 노렸다.

네이마르 외에 헐크(28·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프레드(31·플루미넨세), 조(27·아틀레티코 미네이루) 등을 앞세우면 충분히 다른 팀을 상대로 훌륭한 공격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에서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직 네이마르밖에 보이지 않았다. 헐크는 브라질의 경기 운영에 맞지 않는 움직임을 보여줬고 프레드는 침묵했다. 오스카르(23·첼시)는 클럽에서 보여준 것의 반도 보여주지 못했다.

네이마르만 앞세운 브라질의 공격력은 조별리그에서는 통했다. 크로아티아와 개막전에서 두 골을 넣은 네이마르를 앞세워 기분좋은 첫승을 거뒀던 브라질은 카메룬과 경기에서도 4-1로 이겼다.

브라질의 좋았던 모습은 딱 여기까지였다. 네이마르가 틀어막히면서 칠레와 16강전을 어렵게 풀어갔고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줄리우 세자르(35·토론토)의 승부차기 선방이 없었다면 8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다.

콜롬비아와 8강전에서는 치아구 시우바(30·파리 생제르맹)와 다비드 루이스(27·첼시, 파리 생제르맹 입단 예정)가 연속골을 넣긴 했지만 중앙 수비가 다소 헐거워지면서 페널티킥을 내주는 파울을 범했다. 2-1로 간신히 이기고 4강에 올랐다.

콜롬비아전에서 네이마르가 척추 골절상을 당하고 시우바가 경고 누적으로 준결승전에 나오지 못한 것은 큰 악재였다. 차와 포를 모두 뗀 브라질은 더이상 브라질이 아니었다. 루이스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채 앞으로 나가다가 독일의 파상공세에 어이없이 중앙 수비가 허물어지는 광경을 목격해야 했다.

중앙 수비가 허물어진 모습은 네덜란드와 3~4위전에서도 반복됐다. 시우바도 아리언 로번(30·바이에른 뮌헨)에게 페널티킥을 내주는 파울을 범했고 루이스는 여전히 불안했다.

◆ 중앙 수비 불안에 허리까지 약화, 갈 길 잃은 삼바축구

삼바축구가 강한 것은 강한 허리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브라질이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우승을 차지했던 것은 호나우두의 공격력 외에도 히바우두와 호나우지뉴 등 강력한 미드필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호베르투 카를로스, 클리베르손, 지우베르투 시우바, 카푸 등이 버틴 미드필드진도 최강이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허리진은 취약 그 자체였다. 페르난지뉴(29·맨체스터 시티)와 파울리뉴(26·토트넘 핫스퍼), 루이스 구스타부(27·볼프스부르크)가 돌아가며 맡은 수비형 미드필더는 중앙 수비진의 부담만 가중시켰다. 공격을 지원하는 오스카르도 정상 상태가 아니었다.

이런 브라질의 모습을 두고 외신들은 혹평을 쏟아냈다. 영국 공영 BBC 방송은 "브라질의 바퀴가 오나전히 빠진 것 같았다"며 "경기장에는 스콜라리 감독을 향한 야유가 쏟아졌다. 대표팀 감독직을 계속 하기 힘들 것이며 대표팀을 향한 좋지 않았던 시선들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던 브라질이 3~4위전에서 3골을 얻어맞고 무너졌다"고 보도했고 미국 야후 스포츠 역시 "연이은 패배로 인해 브라질 축구팬들이 큰 실망감에 빠졌다. 준결승전에서 1-7로 진데 이어 3~4위전까지 0-3으로 완패하면서 경기장을 찾았던 7만여 관중이 크게 실망했고 팬들의 야유가 경기 후에 이어졌다"고 전했다.

◆ 64년만에 열린 안방 월드컵서 역대 최악의 성적

1950년 브라질 대회에서 우루과이에 1-2로 역전패 당하며 다 잡았던 우승을 놓쳤던 브라질은 이번에야말로 안방에서 월드컵을 들어올리겠다고 벼르고 별렀다. 그러나 그들이 받아든 성적표는 역대 최악이라는 것 뿐이었다.

물론 4위라는 성적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긴 하다.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모두 8강에서 멈췄다. 그러나 이번에는 4강에 오르지 않는 것만 못했다.

일단 독일에게 당한 1-7 패배는 1920년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서 우루과이에 0-6으로 진 뒤 브라질의 역대 A매치 최악의 패배다. 8골을 내주고 4골차 패배를 당한 적은 있지만 이번 패배는 0-6 패배와 더불어 역대 최다골차 패배였다.

또 브라질은 월드컵에서 2연패를 당한 것은 1966년 잉글랜드 대회 조별리그에서 2연패를 당한 이후 48년만이다. 월드컵 본선에서 2패를 당한 것 역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이어 16년만이다.

특히 브라질은 역대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득점보다 실점이 많았다. 준결승전과 3~4위전 등 두 경기에서만 10골을 잃으며 모두 14골을 내줬다. 브라질은 이번 대회에서 11골만 넣었다. 또 네덜란드전 전반 3분 첫 실점으로 브라질은 역대 통산 100실점을 달성했고 그 실점 기록을 102골로 늘렸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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