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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여왕 '프리실라'의 스펙터클한 사랑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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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여왕 '프리실라'의 스펙터클한 사랑여행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14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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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세계 뮤지컬 공연가에서 가장 각광받는 장르는 ‘무비컬’과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흥행이 검증된 콘텐츠라는 점을 비롯해 익숙한 이야기나 음악을 무대로 다시 즐기는 매력이 관객에게 어필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무대라는 입체 공간으로 재구성한 무비컬이 ‘보는 즐거움’을 제공한다면, 왕년의 인기곡들을 가지고 극적 구성을 덧입혀 작품을 구성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은 ‘듣는 재미’를 선사한다.

◆ 호주영화 바탕 2007년 뮤지컬로 제작...전세계 흥행돌풍

1994년 휴고 위빙, 가이 피어스 주연의 호주영화 ‘프리실라’(원제 '사막의 여왕, 프리실라의 모험')를 바탕으로, 영화에 흘렀던 OST에 70~80년대 히트 팝송을 대거 가미한 뮤지컬 ‘프리실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성공적 사례다.

▲ 개막 전 무대 전경[사진=용원중기자]
▲ 세 드랙퀸의 좌충우돌 감동 여행을 그린 '프리실라'의 무대 장면[사진=최대성기자]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공연을 시작해 2009년엔 영국 런던의 유서 깊은 팔레스 극장에 둥지를 틀고 무려 3년 동안 흥행을 이어갔다. 2010년 캐나다 토론토, 2011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등 전 세계에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드디어 지난 8일 첫 한국어 공연이 개막했다.

무대 중앙에 걸린 호주 지도 배경막과 핫핑크 립스틱 조형물, 천장에 매달린 대형 미러볼이 작품의 분위기를 암시한다. 막이 오르고 시드니의 한 클럽에서 드랙퀸 쇼(여장남자 쇼)를 하는 틱이 별거 중인 아내 마리온으로부터 자신이 일하는 앨리스 스프링스의 호텔 카지노에서 몇 주간 공연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8세 아들 벤이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한단 말에 틱은 과거 쇼걸로 명성을 떨쳤던 트랜스젠더 버나뎃과 현재 최고 인기 드랙퀸 아담에게 공연 제의를 한다. 2명의 게이와 1명의 트랜스젠더는 낡은 스쿨버스를 개조한 프리실라 버스를 탄 채 2876km의 대륙 종단에 나선다. 기나 긴 여정 끝에 앨리스 스프링스에 도착한 틱은 아들과 감격의 상봉을 한다.

◆ 마돈나 등 히트 팝송 25곡, 500벌 의상, 대형 버스세트로 눈귀 호강

‘프리실라’에는 마돈나, 신디 로퍼, 글로리아 게이너, 도나 섬머, 디온 워릭, 펫숍보이즈 등의 히트 팝송 25곡이 새롭게 편곡돼 흐른다. 우스꽝스레 과장되고 야한 드랙퀸 퍼포먼스, 카니발을 방불케 하는 군무와 함께 흘러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팝 디바들의 곡이 나올 때마다 와이어를 매단 채 공중에서 노래하는 3명의 플라잉 디바가 등장, 흥미를 돋운다.

▲ 대형 버스세트와 화려한 의상, 형형색색의 조명이 무대를 가득 메운다[사진=용원중기자]

이 작품의 백미는 유수의 시상식 의상디자인상을 휩쓴 기발하고 화려한 총천연색 의상이다. 500여 벌의 의상과 60여 개의 가발, 150켤레의 신발, 200개의 모자와 머리장식은 눈을 호강하게 한다. 무대 위에서 360도 회전하는 길이 10m, 무게 8.5t의 프리실라 버스 세트는 외부에 3만개의 LED 조명이 장착돼 순간순간 모습을 달리하며 비비드 컬러의 조명과 함께 비주얼 효과의 정점을 찍는다.

◆ 조성하 마이클리 김호영의 맞춤형 드랙퀸 연기에 시선집중

일상적 인물이 아닌 게이와 트랜스젠더, 그것도 여장남자쇼를 하는 캐릭터라 출연진의 ‘끼’와 기량은 절대적이다.

뮤지컬 첫 출연인 중년배우 조성하는 우아한 가운데 날카로운 유머감각을 지녔으며, 두 남자를 왕언니처럼 감싸 안는 버나뎃을 안성맞춤으로 소화한다. 같은 역 고영빈, 김다현에 비해 노래·춤실력은 떨어지지만 나이와 분위기 면에서는 밀착도가 더 높다. 특히 드라마·영화 속 중후함과 180도 다른 반전 매력 덕분에 관객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 김호영(왼쪽에서 두번째)과 조성하(세번째)[사진=최대성기자]

브로드웨이 출신의 마이클 리(틱 역)는 한국어 발음이 어색해 몰입을 다소 방해한다. 하지만 아들 벤과 부르는 ‘항상 내 마음 속에(올웨이즈 온 마이 마인드)’나 대표곡 ‘짧은 기도를 해(아 세이 어 리틀 프레이어)’에서 드러나는 리릭 테너 발성은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지훈, 이주광이 번갈아가며 연기한다.

좌충우돌 트러블 메이커이자 셋 중 가장 튀는 캐릭터인 아담은 뮤지컬 배우 김호영, 가수 조권이 물 만난 고기마냥 연기, 용호상박 평가를 듣는 중이다. 김호영은 교태 넘치는 아담으로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낸다. 도발적 안무와 함께 부르는 ‘핫 스터프’는 압권이다.

▲ 틱 역의 마이클 리[사진=최대성기자]
▲ 앙상블과 함께한 조권(가운데)[사진=최대성기자]

네 번째 주인공은 20여 명에 이르는 앙상블(컴퍼니)이다. 그 어떤 작품보다 앙상블의 역할이 중요한 이 공연에서 쉴 새 없이 노래하고 춤추며, 반라부터 드랙퀸 복장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개수의 의상을 신속하게 교체·착용하는 고난도 작업을 깔끔하게 수행했다.

◆ 가슴 뭉클한 부성애와 인간애, 가족뮤지컬로 자리매김

앨리스 스프링스에서의 공연이 끝난 뒤, 세 남자는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상을 입은 채 사막 한 가운데 우뚝 솟은 바위산 ‘에어즈 록’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본다. 틱은 그의 쇼 인생에서 가장 어렵지만 소중한 역할이 아버지임을 독백한다. 버나뎃은 마음 따뜻한 정비공 밥의 품에 정착한다. 아담은 자신에게 솔직한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되새긴다.

▲ 주인공인 아담, 버나뎃, 틱[사진=최대성기자]
▲ 커튼콜에서 관객에게 인사하는 김호영 조성하 마이클리[사진=용원중기자]

‘프리실라’는 가슴 뭉클한 부성애, 차별과 편견 없는 인간애를 두 바퀴 삼아 달린다. 정신없이 웃고 즐겼던 2시간10분의 여행은 세대와 성별을 초월해 훈훈한 감동을 안겨준다. 최적의 가족 뮤지컬이자 공감 뮤지컬인 이유다.

오리지널 프로덕션 공연과 비교했을 때 쇼뮤지컬의 정교함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나 국내 프로덕션 초연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성취다. 9월28일까지 LG아트센터.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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