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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실한 준비로 뜻밖의 우승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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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실한 준비로 뜻밖의 우승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 김종빈 편집위원
  • 승인 2014.07.15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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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시작된 고양시 성인 아이스하키리그는 우리 팀의 6전 전승 우승으로 끝이 났다.

당초 중위권 정도의 성적을 바랐으나 의외의 성적이 나온 것이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마음이야 당연히 우승이었지만 전력이 그만큼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해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우승은 의외이기도 하면서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6전 전승!"  우리 팀은 고양시 성인 아이스하키리그에서 당초 예상과는 달리 강호를 당당히 물리치고 무패의 기록으로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모두 6경기를 하는데 마지막 경기는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여서 5번째 경기가 실질적인 우승이 걸린 경기였다. 상대는 고려대학교 정형외과 출신의 동문들이 모여 만든 ‘클럽풋’이라는 팀으로, 팀원 대부분이 시작부터 같이 해 프로선수들이 보면 어설프지만 조직력을 갖춘 팀이다. 매월 우리와 연습경기도 하는 팀이고 상대 감독도 가까운 사이지만 나에겐 가장 어려운 팀이다.

팀원 모두 클럽풋과의 경기가 실질적인 결승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여서 어느 때보다 긴장하며 고려대학교 아이스링크에 집결하였다. 상대팀은 늘 우리 팀을 쉽게 이겨 왔기 때문에 크게 긴장하지 않는 듯 했다.

장비를 입는 라커룸도 평소보다 조용했고, 코치는 그 날의 오더를 발표하고 지침을 내렸다. 나도 긴장을 했으니 선수들이야 오죽했으랴...

경기는 예상대로 쉽지 않았지만 앞서 4경기를 하면서 조직력이 좋아져서 간단히 골을 내주지 않았다. 첫 골을 우리가 먼저 넣었지만 세 골을 내리 허용해 1-3으로 끌려갔다. 그런데 우리 팀 주장이  만회골을 넣고, 경기가 끝나갈 무렵 첫 골을 넣었던 선수가 3-3을 만드는 동점골을 기록해 슛아웃(Shootout · 축구의 승부차기)에 들어가게 됐다.

슛아웃에 대비해 미리 정해 놓은 순서대로 진행했다. 그런데 이날 두 골을 넣었기 때문에 꼭 성공시킬 거라고 생각했던 선수가 첫 번째로 나섰으나 실패했다. 긴장감 속에 클럽풋도 첫 번째 선수가 넣지 못해 장군멍군이 됐다. 그리고 두 번째로 나선 우리 팀 주장이 골을 넣어 앞서 나갔다. 이후 클럽풋의 두 번째 선수도 실패하고 우리 팀 세 번째 선수도 실패. 이제 마지막 세 번째 클럽풋 선수의 차례가 돌아왔다. 그런데 골리의 선방으로 우리팀 승리가 확정됐다.

평균 나이 40대인 성인들이 어린 아이처럼 나에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승부도 중요하지만 상대팀의 기분도 고려해 약간의 자제를 시키고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우승 파티를 하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마지막 경기의 상대는 하이원리조트에서 만든 연예인팀이었다. 팀을 창단한지 1년이 안 되어 우리 팀의 적수는 되지 못했다. 늘 그렇듯이 팀원 전체가 경기에 참여하며 낙승을 거뒀다.

우승 트로피는 역시 받아본 사람만이 그 기분을 안다.

경기 후 그토록 고대했던 우승트로피와 기념촬영을 한 후 아이스링크 앞의 맥주집으로 가서 우승파티를 했다.

조촐한 우승파티였지만 모두들 다치지 않고 경기를 마친 것에 감사하며 트로피와 함께 기분좋게 기념촬영을 했다.

평상 시 연습경기에서는 큰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고양리그는 정식경기였으므로 팀의 고참들을 사정없이 질타했다. 파티 자리에서 웃으며 죄송하다고 했더니, "진심으로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그만큼 우승이 그들에게 소중했던 것이다.

리그의 수준이 낮지만 우승은 우승이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나는 어느 종목의 지도자들보다 더 많은 준비를 했고, 경기마다 전략이 적중하는 것을 팀원들과 같이 느꼈다. 세상 어느 종목의 감독이든 항상 필승전략을 가지고 대회에 임한다. 하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선수들이다. 이번 고양리그 우승은 경기를 한 팀원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지도자로서도 많은 것을 배운 대회였다. 팀 창단과 함께 주장을 맡아 3년 동안 많은 부분 고생을 했던 주장에게 우승 트로피를 드린 뒤 약간의 허탈함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가을에 있을 하반기 고양리그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jongbin.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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