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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국가대표팀 힘의 원천은 바로 자국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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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국가대표팀 힘의 원천은 바로 자국리그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1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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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주 발굴·재정 건전성 강화 등 분데스리가 뼈깎는 10년 개혁…24년만의 월드컵 우승 이어져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독일 축구가 세계 정상에 다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독일 분데스리가의 힘이었다. 자국리그가 발전해야만 대표팀 전력도 강해질 수 있다는 진리를 재확인했다.

요아힘 뢰브 감독이 이끄는 독일 대표팀이 14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에 1-0으로 이기고 24년만에 월드컵 트로피를 품에 안은 것은 자국리그에서 키워내고 성장한 선수들의 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06년 독일 대회부터 이탈리아와 스페인, 독일 등 유럽국가들이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자국리그의 힘이 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다. 지난 3차례 월드컵에서 결승에 오른 비유럽팀은 이번 아르헨티나가 유일했던 것도 자국리그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강력한 힘이 원동력이 됐다.

이런 점은 경쟁력이 있는 자국리그 선수 대신 유럽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더 경쟁력이 있다며 선발한 한국이나 일본 등과 대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은 유망주들이 조금만 가능성이 생겨도 K리그가 아닌 일본, 중국은 물론이고 중동으로도 진출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선수 개인으로는 경제적인 이득과 활동 영역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한국 축구에는 그다지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 같은 리그 뛰면서 서로 장단점 파악해 '조직력 극대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탈리아는 엔트리 23명 모두가 이탈리아 세리에A에 몸담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지금은 세리에A의 위상이 크게 떨어져 유럽 3대 리그에서 밀려난 상황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아직 그 위상을 막강했던 때였다.

4년 전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스페인도 23명 가운데 20명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선수들로 구성됐다. 20명 가운데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등 '빅2'에 소속된 선수도 절반이 넘는 12명이나 됐다.

당시는 바르셀로나가 유럽축구를 주름잡으면서 앙숙인 레알 마드리드도 바르셀로나를 꺾기 위한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던 때였다. 양강의 치열한 경쟁은 기량 향상을 불러왔고 대표팀에서 똘똘 뭉쳐 시너지 효과가 났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23명 가운데 16명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다. 그리고 베스트 11의 대부분은 거의 분데스리가 선수들로 채워졌다. 분데스리가 소속팀 선수가 아니면서 베스트 11에 들었던 선수는 사미 케디라(27·레알 마드리드)와 메주트 외칠(26·아스널) 정도였다.

같은 리그에서 뛴 선수들이 대표팀으로 한데 뭉쳤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아무래도 같은 리그에서 뛰면서 함께 호흡을 맞추거나 경쟁하다보니 구태여 대표팀 소집 때 조직력을 별도로 맞출 필요가 없다.

서로가 서로의 장점을 잘 알고 경기 스타일을 잘 알기 때문에 호흡을 맞추기가 그만큼 쉽다. 대표팀 소집 기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대표팀의 조직력을 맞추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개인의 기량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조직력인만큼 자국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되는 것은 그만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뜻도 된다.

◆ 2류 전락 분데스리가의 개혁, 세계 최고 지위 되찾다

분데스리가는 서독이 월드컵을 석권한 1990년만 하더라도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별 랭킹에서 1위에 올라 있었다. 1980년대 세계 최고의 리그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리그의 경쟁력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1996년에는 3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던 리그 랭킹이 처음으로 4위까지 내려갔다.

물론 분데스리가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1992년부터 출범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가 발전을 거듭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에는 프랑스 리게앙(리그1)에도 밀려 5위까지 떨어졌고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파산하면서 그 위기감은 더해갔다.

결국 분데스리가는 개혁의 칼을 꺼내들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리그의 경쟁력 추락을 더이상 막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분데스리가는 화려함 대신 실속을 택했다. 프리미어리그가 자국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과 달리 분데스리가는 내부 실속을 다져갔다. 비싼 선수의 영입도 최대한 자제했다.

비싼 선수의 영입 대신 유망주들로 그 자리를 채워갔다. 유망주들이 발굴되지 않아 '녹슨 전차군단'이라는 오명을 들으며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에서 대실패를 맛본 이후 독일축구협회는 모든 분데스리가 구단에 유스 아카데미를 창설해 유소년 유망주들을 키우도록 의무화했다.

현재 분데스리가에서는 매년 7500만 유로(1043억원) 이상을 유스 아카데미에 투자하고 있다. 또 12세에서 18세까지 유스 아카데미에 소속된 선수들이 5000명이 넘는다. 그 결과 분데스리가에서 차지하는 23세 이하 선수들의 비중이 2000년 6%에서 2010년 15%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비싼 외국인 선수들을 사모으는 것을 자제하면서 불필요한 이적료나 연봉 지출을 줄인 대신 유망주들로 리그의 실속을 더한 결과 분데스리가는 가장 재정 건전성이 뛰어난 리그로 꼽히고 있다.

미국 회계 컨설팅 전문업체인 딜로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분데스리가의 수익은 20억8000만 유로(2조8915억원)으로 프리미어리그(29억6000만 유로, 4조1149억원)에 이어 2위였지만 순수익은 1억6400만 유로(2280억원)으로 오히려 프리미어리그(1억3000만유로, 1807억원)를 앞섰다.

특히 분데스리가는 수익 대비 연봉 지출의 비율이 절반을 넘지 않는다. 분데스리가의 수익 대비 인건비 지출은 2011~2012 시즌 38% 정도에 불과했다.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라리가 등의 적지 않은 팀들이 인건비 조절에 실패해 파산하고 재정남에 허덕이는 사례가 있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 분데스리가의 진정한 힘은 바로 팬

관중 동원능력이 좋은 것도 분데스리가의 경쟁력이다. 2011~12 시즌 평균 4만5116명의 관중이 입장했고 2013~14시즌 역시 4만3502명의 평균 관중을 기록했다. 전세계 축구리그 가운데 평균 관중으로는 단연 1위다.

이에 대해 영국 공영방송 BBC는 분데스리가의 입장권 가격이 낮은 것도 팬 충성도가 높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경우 가장 저렴한 시즌 티켓이 67파운드(12만원)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532파운드, 93만원)와 바르셀로나(172파운드, 30만원)의 절반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입장 수익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바르셀로나는 4억700만 파운드(7097억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3억3140만 파운드(5779억원)였던 반면 바이에른 뮌헨은 2억9030만 파운드(5062억원)였다.

또 BBC는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싼 티켓의 평균 가격이 10파운드(1만7000원)로 프리미어리그(28파운드, 4만9000원)의 절반 이하이고 시즌 티켓 평균 가격 역시 207파운드(37만원)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486파운드, 85만원)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지적했다.

서서 보는 관중석은 더 저렴해 바이에른 뮌헨은 12파운드(2만1000원),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9파운드(1만5000원)에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 K리그에도 경종을 울리는 분데스리가의 부활

분데스리가의 탄탄한 기반 위에서 부활한 독일 대표팀의 월드컵 제패는 K리그와 한국 축구에도 큰 경종을 울린다.

우선 K리그를 한낱 'B급 리그'쯤으로 치부해버린 지도자의 씁쓸한 발언이 떠오른다. K리그가 유럽이나 남미와 비교하기 힘든 경쟁력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 할지라도 한국 축구의 튼튼한 기반을 2류로 폄훼한 것은 한국 축구인으로서 아쉬운 대목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K리그 클래식은 아시아에서 톱 클래스의 수준있는 리그다. 2009년 포항의 우승 이후 5회 연속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결승에 올랐고 이 가운데 포항(2009), 성남(2010), 울산 현대(2012) 등이 우승컵을 가져왔다.

또 K리그는 이전 아시안 클럽 챔피언십을 포함해 10회 우승과 6회의 준우승을 자랑한다. 일본이 5회 우승으로 그 뒤를 잇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K리그의 경쟁력을 알 수 있다.

K리그에서는 적지 않은 유망주가 계속 배출되고 있다. 포항의 유스팀에서는 지금도 유망주가 성장하고 있다. 포항이 현재 K리그 클래식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도 유스팀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근호(29·상주 상무)처럼 2군에서 맹활약한 뒤 1군 무대로 올라와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발휘하는 선수들도 있다.

▲ 수원 삼성 서포터들이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K리그 클래식 원정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분데스리가의 사례에서 보듯 K리그 역시 뼈를 깎는 내부 개혁을 통해 경쟁력 있는 리그로 거듭나야만 한국 축구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사진=스포츠Q DB]

현재 K리그는 큰 위기다. 프로인 이상 부를 추구하는 것을 두고 무작정 비난할 수 없겠지만 조금 더 많은 금액을 준다며 K리그보다 수준이 낮은 리그로 선수들이 빠져나가는 것은 분명 K리그에 중대한 병이 있다는 증거다.

K리그는 지난해부터 클래식과 챌린지로 나뉘어 승강제를 도입했지만 이는 시스템 구축에 불과할 뿐 모기업에 무작정 매달리는 기업형 구단의 재정 구조나 학원 축구에서 비롯되는 여러 한국 축구의 병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K리그 팀들이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좋은 전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K리그와 한국 축구 내부에 있는 문제와 폐단에 대해서 먼저 치유할 수 있어야만 K리그의 진정한 경쟁력이 생기고 이는 대표팀의 전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분데스리가가 보여주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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