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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그리고 스포츠] (3) 이화여대 플레이걸스의 소박한 꿈, '중계로 주자 잡기'(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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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그리고 스포츠] (3) 이화여대 플레이걸스의 소박한 꿈, '중계로 주자 잡기'(下)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7.16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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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승리는 무리, 수비 호흡 맞춰 주자 잡는게 꿈"

[신촌=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중계플레이로 주자 한 번 잡아보는 것이 소원이에요.”

한국 최초의 여대 야구 동아리 '이화여대 플레이걸스' 주장 백창은(22·생명과학과)의 소박한 목표다. 그들은 1승이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구체적인 목표를 하나 잡았다. 바로 착착 맞물려 돌아가는 수비로 주자를 잡는 것이다. 안타로 2루에서 홈으로 파고드는 주자, 1루에서 3루로 달리는 주자를 연계 플레이로 잡아보는 것이 소원이다.

▲ 플레이걸스 야구단은 잡초가 무성하고 땅이 고르지 않은 이대 운동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왼쪽부터 봉예나, 윤상지, 허은비, 윤이나, 백창은, 최유은, 최윤정, 정윤영, 조정환, 정다영, 성지희, 오세림, 문지연, 김고은.

플레이걸스는 2012년 7월 창단 후 공식 경기에서는 아직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백창은은 “다른 팀에는 야구 4~5년씩은 하신 분도 계시고 심지어 소프트볼 선수 출신도 있더라”며 아직은 많은 팀들의 승리 제물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3루 쪽 땅볼이 날아가면 범타 처리가 쉽지 않을 터. 그는 “3루-유격수 간으로 깊게 가면 우선은 장타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타구를 막는다는 개념으로 보시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플레이걸스는 19일부터 열리는 제8회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배 전국여자야구대회에 나선다. 첫 경기 상대는 고양 레이커스. 이 팀은 여자야구 전체를 통틀어서도 우승권에 들 만큼 최강의 전력을 갖춘 강호다.

▲ 주장 백창은은 "중계플레이로 주자를 잡아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플레이걸스의 주전 유격수다.

포수 최윤정(20·인문과학과)은 “다음 대회를 위한 경험 쌓는 경기 아니겠나”라고 웃으며 “토너먼트 대회라 한 경기밖에 못해 아쉽다. 콜드게임만 면하고 오래 경기했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백창은은 “다치지 않고 야구를 마음껏 즐길 수 있으면 된다. 이기는 것이 꼭 목표가 될 필요는 없다”라며 “야구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모두가 재밌게 야구를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플레이걸스가 야구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평일에 한 번 신도림에 위치한 베이스볼 아카데미에 가서 체계적인 지도를 받는다.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훈련도 그냥 놀러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자못 진지하다. 박정훈(28) 코치의 타격 이론 지도를 반짝이는 눈으로 경청했다. 들은 것들을 실행에 옮겨보며 잘 되지 않는다며 같은 동작을 수차례 반복했다. 수비 훈련 시에도 악송구가 나오면 소리를 지르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투수 봉예나(25·체육과학과 졸업)는 제구가 잡히지 않자 고개를 흔들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최윤정은 미트질이 서툴러 팔에 공을 맞았지만 폭투를 대폭 줄이겠다는 목표를 위해 원바운드 공에 몸을 날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 봉예나(왼쪽)와 최윤정은 플레이걸스의 주전 배터리다. 늘 많은 실점을 허용하지만 야구를 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

3루수와 포수를 병행하는 정은영(25·체육과학과)은 최윤정이 지칠까 염려하며 포수 장비를 꺼내 입었다. 블로킹 동작을 여러 차례 취하더니 “이젠 내가 하겠다”며 교체를 요구했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 파이팅을 외치며 투수들의 기를 살렸다.

박 코치는 “지난해 대회에서 대패하고 나니 막상 속상해하더라”며 “다들 열심히 한다. 수비가 정말 많이 늘었다. 펑고 치다보면 나도 놀랄 정도”라며 선수들의 야구를 대하는 자세와 열정에 박수를 보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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