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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의 항명 파동, 소통 부재가 낳은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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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의 항명 파동, 소통 부재가 낳은 참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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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주장 강한 외국인 선수와 위계질서 문화 확실한 한국 문화 충돌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루크 스캇(36·SK)의 항명과 감독 비난에 대해 어떻게 봐야 할까.

외국인 타자 스캇이 이만수 감독에게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험악한 말이 나오는 항명으로 이어지면서 과연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선수가 감독에게 항명한다는 것은 위계질서가 엄격한 한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만약 항명을 한다면 그 선수는 당장 그 팀에서 쫓겨날 각오를 해야 한다.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은 더 엄격해 감독을 신처럼 받들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 등 서양권 외국인 선수들은 좀 다르다. 자신의 기용 방식에 대해 공개적으로 감독에게 요구하고 주장을 펴는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물론 감독과 토론을 거친 후에 합의에 이르면 여기에는 확실하게 따른다. 적어도 '무작정 이렇게 하라'는 문화에는 적응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 SK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이 이만수 감독에게 항명을 일으키면서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스캇, 팀 융화력 깨는 선수는 아니다

사실 스캇이 이만수 감독에게 항명할 처지는 아니었다. 스캇은 올시즌 SK가 치른 82경기 가운데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3경기 출장에 그치고 있다. 타율도 0.267에 6홈런 17타점으로 외국인 타자로는 활약이 기대 밖이다.

스캇은 보너스를 포함해 30만 달러(3억1000만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지난 시즌까지 뛰었을 정도로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도 있다. 역대 프로야구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현재 스캇을 보면 전형적인 '먹튀' 선수다. 부상 때문에 이렇다할 활약을 해주지 못했다. 지난 4월 중순 왼쪽 엉덩이 통증을 호소한 그는 왼쪽 손목 부상까지 겹치면서 5월 3일자로 1군에서 빠졌다. 이후에도 옆구리와 허리 통증 등을 호소하며 1군과 2군을 들락날락거렸다.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부상이 잦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워낙 부상 부위가 다양해 태업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스캇이 팀의 융화력을 깨는 선수라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스캇은 지난해 탬파베이와 1년 계약을 맺으면서 재계약 이유를 '융화력(케미스트리)이 좋은 팀이기 때문'으로 들었을 정도로 융화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선수다. 휴스턴과 볼티모어를 거쳐 탬파베이까지 3개 팀을 거친 그에게 융화력을 해치는 선수라는 평가는 붙지 않았다.

◆ 외국인 선수와 소통 문제 다시 생각해봐야할 때

한국 프로야구에서 항명했다가 퇴출된 선수는 적지 않다. 스캇이 감독에게 대든 첫 외국인 선수는 아니라는 뜻이다. 2004년 마크 키퍼가 김경문 감독과 종종 마찰을 일으키다가 퇴출됐고 2005년에도 좌완 선발투수 첫 스미스를 도중에 방출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를 알아보는 스카우트들은 기량도 기량이지만 얼마나 선수단과 잘 융화하느냐에 더욱 신경을 쓰기도 한다. 한 스카우트는 "사실 외국인 선수의 기량을 보면 거기서 거기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외국인 선수가 한국의 덕아웃 문화를 얼마나 적응하느냐다"라고 말한다.

스캇이 항명한 것은 분명 잘못됐지만 항명을 왜 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캇이 처음에는 이만수 감독에게 불만을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거짓말쟁이', '겁쟁이' 같은 험악한 단어가 나왔다. 스캇은 이만수 감독과 언쟁을 벌인 뒤에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게다가 SK의 또 다른 외국인 투수인 스캇 울프도 구단에서 지시한 불펜행을 처음에는 거부했다가 하루 뒤에 수용하기도 했다. 울프와 구단 사이에 소통의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선수가 불만을 터뜨리는 방식이 감독을 향해 험악한 단어를 쓰고 항명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구단 역시 외국인 선수와 소통에서 문제가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 이만수 감독의 팀 장악 능력 재고해야

이만수 감독은 이미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해본 몇 안되는 한국 출신 지도자다. 그런만큼 메이저리그 등 해외 야구에 대해 적지 않은 지식을 갖고 있고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습성이나 야구를 대하는 태도, 코칭스태프와 관계 문화 등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스캇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만수 감독의 팀 장악 능력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만수 감독이 SK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팀의 성적은 계속 곤두박질쳤다. 이미 김성근 감독 체제 SK의 강력한 면모를 잃었다. 게다가 이만수 감독은 올시즌이 마지막 계약 시즌이기도 하다. 충분히 '레임덕'을 의심해볼 수 있다.

SK는 이미 8위까지 미끄러졌다. 김광현이 전성기 기량을 회복하며 선발진의 한 주축을 구성하고 있음에도 그렇다. 그리고 적지 않은 자유계약선수(FA)가 떠나기도 했다.

특히 포수 기용 방식과 관련해 이미 조인성이 시즌 중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조인성은 SK를 떠나 한화로 갔다. 이쯤 되면 스캇 한 사람의 일탈이 아니라 선수단 전체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봐야 할 때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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