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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혜리, '어남류' 아닌 '어남택'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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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혜리, '어남류' 아닌 '어남택'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인터뷰)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2.02 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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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원호성 기자·사진 이상민 기자] '응답하라 1988'이 막을 내린지 벌써 보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응답하라 1988'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드라마가 종영되고 남편찾기의 정답이 '어남류'가 아닌 '어남택'으로 결말이 났지만, '어남류'를 지지하던 시청자들은 여전히 류준열이 남편이 됐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 정도면 가히 일개 드라마를 넘어 하나의 사회현상 수준이다.

그렇다면 남편찾기의 당사자였던 성덕선 씨의 생각은 과연 어땠을까? '응답하라 1988'을 마친 후 꿀맛같은 휴식을 취하며 재정비를 하고 있는 혜리에게 '응답하라 1988'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인터뷰를 통해 물어봤다.

▲ '응답하라 1988' 혜리

◆ 어차피 남편은 박보검? "왜 덕선이가 이렇게 택이를 신경쓰나요?"

'응답하라 1988'은 역대 '응답하라' 시리즈 중 가장 혼란스러운 남편찾기의 과정을 보여줬다. 가족드라마를 표방하며 앞선 '응답하라' 시리즈에 비해 노골적인 '남편찾기'로 드라마가 흐르는 것은 막았지만, 그 대신 종영 한 주를 남긴 상황에서도 남편이 정환(류준열 분)과 택(박보검 분) 중 누가 될 것인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을 안겨주며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응답하라 1988'의 초반부에 드러난 남편의 주인은 '어남류'와 '혹남택'이라는 말이 보여주듯 단연 류준열이었다. 여주인공과 같은 집에서 남매처럼 자란 남자가 남편이 된다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공식도 있었지만, 중반부에야 뒤늦게 덕선(헤리 분)을 향한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한 박보검에 비해 류준열의 짝사랑이 훨씬 애틋하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19회에서 드디어 남편의 정체가 류준열이 아닌 박보검이라고 밝혀졌을 때 시청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일부 시청자들은 과거 장면들을 꼼꼼하게 복기해 가며 애초에 류준열이 남편으로 정해졌었지만 마지막에 박보검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이 과정에서 2015년 현재의 남편(김주혁 분)이 인터뷰 당시 박보검은 당시 가지도 않았던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언급했다는 등 사실이 아닌 말까지 나돌았다.

▲ '응답하라 1988' 비오는 밤 우산을 들고 혜리를 마중나간 류준열, 박보검과 첫 키스를 하게 된 혜리, 혜리를 찾아 대국까지 포기하고 달려온 박보검을 보고 발길을 돌리는 류준열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저도 시청자분들이랑 비슷할 때 남편이 택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시나리오 버전이 두 개가 있던 게 아니냐는 분들도 있는데, 시나리오에 두 개의 버전이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저도 대본을 받고 나서 알았다기 보다는 연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요. 저는 '덕선이'를 연기하다 보니 덕선이가 하는 말과 행동에 계속 의문을 가져야 하잖아요.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덕선이가 택이를 신경쓰는 것을 발견하게 됐어요. 택이가 약속을 깼는데 왜 덕선이가 택이를 신경쓰고 잠을 못 잘까? 그래서 감독님에게 이걸 물어봤더니 '택이가 남편이라 그렇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때 처음 알게 됐어요."

"당연히 정환이가 남편이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많지만, 택이가 남편이라고 생각한 분도 많잖아요. 어떤 결말이라고 해도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말은 없었을 거고, 그 중에서 최선의 결말을 내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실제로 제가 덕선이의 입장이라면 정환이랑 택이의 성격을 좀 섞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남자답고 츤데레 같이 틱틱대면서도 다정한 남자를 좋아하는데, 그런 면에서 정환이는 덕선이한테 보여준 것이 너무 없어요. 그래서 정환이의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에 택이의 다정하고 따뜻한 모습을 좀 섞으면 굉장히 멋진 남자가 나올 것 같아요."

▲ '응답하라 1988' 혜리

◆ 혜리와 덕선이의 공통점, 그리고 차이점 "전 그래도 나름 똑똑하다고 생각했는데"

'응답하라 1997'의 정은지, '응답하라 1994'의 고아라가 캐스팅될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응답하라 1988'에 연기력에서 검증이 되지 않은 걸스데이의 혜리가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예상 외로 혜리는 1회부터 완벽하게 '성덕선'이라는 캐릭터에 적응된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이 우려한 연기력 논란을 통쾌하게 날려버렸다.

"처음 캐스팅되고 '응답하라 1988'이라서 너무나 신기했어요. 너무나 인기가 많았던 시리즈잖아요. 처음 캐스팅되고 솔직히 부담감보다 감사하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리고 1988년이라는 시대도 저는 그 때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는 시대를 초월해 같잖아요. 그 시대의 문화나 음악 같은 것은 열심히 공부를 해야 했지만,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이런 부분에서는 처음부터 많이 공감이 갔어요."

"제가 캐스팅되고 감독님이 초반에 시청자들에게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초반부를 더 열심히 리딩하고 연습했어요. 초반부터 캐릭터를 확실하게 못 잡으면 이후로도 시청자분들이 이야기는 안 보고 제 연기만 보실 것 같았어요. 그렇게 되면 좋은 작품에 제가 민폐가 될 것 같아서 열심히 준비했죠."

▲ '응답하라 1988' 혜리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은 그동안 보여준 '응답하라' 시리즈의 여주인공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속이 깊고 복잡한 캐릭터다. 겉모습은 누구보다 활발해 보이지만, 공부 잘 하는 언니 보라(류혜영 분)와 동생인 아들 노을(최성원 분)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신세다 보니 속마음은 항상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겉모습과는 전혀 다른 심리가 묻어난다. 덕선이가 남편으로 자신을 좋아하지만 그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 정환이 대신 항상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에게 마음을 전한 택이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덕선이는 울기도 많이 울고 웃음도 많고 감정표현도 기복이 심해요. 행동에서도 동작도 크고 표정도 많고 활발하고 에너지가 많은 아이죠. 이런 모습들은 혜리라는 아이가 가진 특징이기도 해요. 그런데 눈치도 없고 덤벙거리고 좀 멍청해보이는 덕선의 모습에서는 '나는 안 이런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도 나름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살았거든요. 근데 감독님이 준비과정에서 제가 그동안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들을 다시 보라고 해서 보게 됐는데, 진짜 제가 어깨도 움추리고 눈치도 보고 표정도 이상한게 딱 덕선이 같더라고요."

"응팔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말은 '혜리가 아닌 덕선이는 상상이 안 된다'는 말이었어요. 감독님과 캐릭터를 준비할 때도 감독님이 제가 캐치하지 못한 부분들을 굉장히 많이 짚어주셨어요. 수다 떨듯이 감독님과 미팅을 했는데 그걸 지켜보시고 제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를 다 대본에 녹여주시더라고요. 예를 들어 제가 코가 커서 별명이 '쿠크다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게 성덕선의 대사에 그대로 나와요. 이런 제 평소 이야기, 행동을 다 대본에 반영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 '응답하라 1988' 혜리

◆ 케미여신 혜리? "다섯 명이 모이면 장난치기 바빴죠"

'혜리가 아닌 덕선이는 상상이 안 간다'는 말과 함께 '응답하라 1988'을 하면서 가장 혜리를 기쁘게 만든 또 다른 말은 '덕선이와 있으면 누구든 케미가 좋다'는 말이었다. 그 말처럼 '응답하라 1988'에서 혜리는 쌍문동 골목길 친구들인 성선우(고경표 분), 김정환(류준열 분), 최택(박보검 분), 류동룡(이동휘 분)을 비롯해, 가족과 김성균 등 동네 어른들까지 그 누구와 붙여놔도 볼만한 장면을 연출해내며 가히 '케미여신'이라 불릴 정도로 환상의 호흡을 선보인다.

드라마에서는 모두 동갑내기 친구로 나오지만 사실 쌍문동 골목길 친구들의 나이는 모두 제각각이다. 최연장자인 이동휘는 1985년생으로 1994년생인 혜리보다 무려 9살이나 위고, 류준열은 1986년생으로 8살 위의 나이다. 그나마 1990년생인 고경표나 1993년생인 박보검이 혜리와 비슷한 또래라고 할 수 있을 정도. 하지만 '응답하라 1988'을 보면서 이들 다섯 명의 친구가 이렇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생각한 시청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사실 처음에 부담이 많았어요. 제가 들어가기 전부터 그 분들은 서로 굉장히 친한 사이였고, 저도 누구 나오냐고 할 때 '류준열이 누구예요?' 할 정도로 친분이 없었거든요. 전 배우도 아닌 가수 출신이고 해서 그 집단에 어울리지 못할까봐 걱정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촬영 전부터 일부러 서로 만날 기회를 많이 만들어서 친해지기 시작했고, 보검오빠말고는 다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막내동생처럼 잘 챙겨주시고 뭐만 해도 '덕선아 잘 했어'라고 빈말이라도 잘 한다고 응원해주시니 너무 편했어요."

"그런데 사실 홍일점이라고 배려해주는 것은 그렇게 없었어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도 촬영장에서 모이기만 하면 서로 장난치고 노느라 바빠서 감독님이 제발 촬영 좀 하자고 말릴 정도였죠. 만약 정환이가 류준열 같은 성격이고, 동룡이가 이동휘 같은 성격이라면 저도 잘 어울리기 쉽지 않았을텐데, 같이 촬영하다보면 정환이는 그냥 정환이고 동룡이도 그냥 동룡이고 이런 식이다보니 나중에는 어릴 때부터 같이 시간을 보낸 친구들 같이 느껴졌어요."

▲ '응답하라 1988' 혜리와 류혜영의 자매싸움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쌍문동 골목길 친구들 외에도 혜리와 '응답하라 1988'에서 환상의 케미를 선보인 상대를 꼽으라면 역시 언니 '성보라'를 연기한 류혜영을 빼놓을 수 없다. 혜리는 '응답하라 1988'에서 고등학생 시절 내내 류혜영과 같은 방을 쓰면서 88 서울올림픽 피켓걸 연습을 하다 언니를 때렸다는 이유, 언니 옷을 입었다는 이유, 언니의 단잠을 깨웠다는 이유 등 별별 이유로 언니 류혜영에게 복날 개 맞듯이 맞으며 초반에 큰 웃음을 선사했다.

"제가 실제로 첫째고 여동생이 있는데, 처음 대본을 받고나서 자매끼리 이렇게까지 싸우나 싶었죠. 전 동생하고 이렇게 싸워본 적이 없어서 싸울 때 이렇게 소리지르고 머리채 잡고 설마 싸우겠냐 싶었어요. 근데 나중에 드라마가 나가고 난 후 다들 너무 공감을 해주시는 거예요. 내가 우리 언니, 우리 누나한테 이렇게 맞고 살았다고 말이죠. 그거 보면서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싶어 미안해지기도 했어요."

"보라 언니는 절 때리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멈추면 바로 저한테 달려와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를 했어요. 그러면 저는 안 아프다고 괜찮다고 했죠. 솔직히 언니가 조그만 손으로 때리는 게 뭐 그리 아프겠어요. 자매라는 관계가 나중에 나이들면 가족들 중에 제일 친한 관계고 제일 친한 친구잖아요. 어릴 때는 원수같지만 나중에 돌이켜 보면 가장 옆에 남는 사람. 싸우는 장면 찍으면서 정도 많이 들고 점점 그런 마음이 보라 언니한테 들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에 보라 언니가 결혼식하는 장면에서는 진짜 제 언니가 시집간다고 생각해 진짜로 눈물을 펑펑 흘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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