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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최용수-황선홍 맞대결, '상암극장'에서 월드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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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최용수-황선홍 맞대결, '상암극장'에서 월드컵을 보았다
  • 홍현석 기자
  • 승인 2014.07.16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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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스리백-포항 스틸타카 '빅매치'…동점과 역전의 드라마·승부차기로 마무리

[상암=스포츠Q 홍현석 기자] 마치 월드컵을 보는 것 같았다. 아니 월드컵에서도 이런 명승부는 나오지 않았다.

최근 대표팀 감독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황새' 황선홍(46) 포항 스틸러스 감독과 '독수리' 최용수(41) FC서울 감독이 '상암극장'에서 그동안 명승부에 목말라했던 축구팬들에게 감동적인 선물을 안겼다.

양팀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 하나은행 FA컵 16강전에서 연장 후반에 두 팀이 연달아 골을 터뜨리는 2-2 명승부를 펼쳤다. 승자는 서울. 피말리는 '11m 러시안 룰렛'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서울은 포항을 누르고 FA컵 8강에 진출했다. 포항은 아쉽게도 올 시즌 목표였던 3년 연속 FA컵 우승과 함께 트레블(정규리그, FA컵,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놓쳤다.

최고의 명승부를 보여줬던 양 팀은 다음달 20일과 27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만난다.

▲ [상암=스포츠Q 최대성 기자] 최용수(오른쪽) 감독이 포항과 2014 하나은행 FA컵 16강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한 후 기쁨을 나누기 위해 선수들에게 달려가고 있다.

◆ 네덜란드 판할 감독의 향기가 났던 최용수 감독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던 것은 바로 스리백의 부활이었다. 구시대 유물로만 느껴졌던 스리백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재해석 되면서 최근 세계축구 흐름을 주도했던 점유율의 패스축구, '티키타카'를 꺾을 수 있는 하나의 대항마로 꼽혔다.

네덜란드 루이스 판할(51) 감독도 스리백을 네덜란드에 접목시켜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빠른 역습을 위주로 한 네덜란드의 스리백은 세계축구에 큰 영향을 줬다.

최용수 감독도 올시즌부터 스리백 시스템을 도입했다. 시즌 초반에는 다소 엉성했지만 월드컵 휴식기 동안 갈고 다듬어 빈틈없는 스리백을 완성했다. 교체로 투입된 선수들이 모두 골을 터뜨린 장면 역시 판할 감독의 '신의 한수' 지략을 떠올리게 했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윤일록(21), 고광민(26), 윤주태(25)를 투입해 경기 분위기를 바꾸겠다”고 말했고 그의 말처럼 교체 3명 중 2명이 골을 터뜨리며 명장답게 팀을 이끌었다.

윤주태는 0-1로 뒤져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45분 김치우의 슛을 방향만 바꿔놓으며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냈고 연장 후반 9분에도 고광민이 골을 터뜨리며 2-1로 앞서나가기도 했다.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강수일에게 동점골을 내주긴 했지만 극적인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교체선수의 힘이었다. ' 신의 한수'가 두번이나 통했던 것이다.

최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포항은 역시 대단했고 이런 팀을 상대로 승리했다는 것이 기분 좋다”며 “좋은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만족한다”고 기쁨을 전했다.

▲ [상암=스포츠Q 최대성 기자] 서울을 이끌고 있는 최용수 감독이 포항과 2014 하나은행 FA컵 16강전에서 기침을 하고 있다.

◆ 패자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스틸타카'

이번 월드컵에서 스리백이 떴다면 스페인의 상징이었던 티키타카는 몰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FA컵에서도 서울의 스리백이 포항의 스틸타카를 이기며 월드컵의 재판이 되며 많은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빠른 패스축구를 통해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까지 1위를 달렸던 포항은 전대미문의 FA컵 3연패와 트레블을 위해 서울을 꺾겠다는 각오로 경기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서울의 단단한 스리백에 밀리며 포항은 트레블과 FA컵 3연패의 꿈은 날아가고 말았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리그로 진출한 이명주(24·알아인)의 공백으로 창의적인 플레이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포항은 강력했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 전 “확실히 이명주가 빠지면서 포항의 공격력이 약화됐지만 여전히 포항은 강하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포항은 서울의 스리백을 맞아 패스 플레이로 풀어나갔고 그동안 경기에 나오지 못했던 김형일(30)이 골을 넣으면서 서울을 압박했다. 상무에서 제대한 뒤에도 포항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했던 김형일은 전반 39분 부상을 당한 김원일 대신 나서 후반 11분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이어 김형일은 1-2로 뒤져 패색이 짙던 연장 후반 추가시간 하프라인 부근에서 길게 올라온 크로스를 머리로 떨어뜨려 강수일의 골을 돕는 등 장신을 활용한 공격에 앞장섰다. 비록 승부차기에서 아쉽게 패배했지만 포항의 축구는 아름다웠고 스틸타카는 여전히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 독일처럼 단단했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패배해서 많이 아쉽다. 그러나 선수들이 잘해줬고 다음 경기에는 지지 않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12일 서울은 K리그 후반기 첫 슈퍼매치에서 수원을 2-0으로 꺾으며 K리그 명승부를 주도했고, 포항은 울산과의 동해안더비에서 역시 2-0으로 이기며 기세를 이어갔다.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와 K리그의 희망을 본 경기였다.

서울은 슈퍼스타들의 해외 진출로 어려운 상황에서 후반기 대약진을 시작했고, 포항도 올시즌 유일하게 국내파로만 진격한다는 방향을 정해놓고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스타들은 빠져나갔지만 두 감독의 지략 속에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하는 스토리의 힘이 양팀을 새로운 라이벌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월드컵보다 더 흥미진진한 두 감독의 명승부로 인해 또 다른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두 팀은 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도 두차례 맞붙게 된다.

정규리그 경기도 남아 있다. 앞으로 두 사령탑이 써나갈 명승부 스토리에 관심이 더 가는 이유다.

▲ [상암=스포츠Q 최대성 기자] 포항의 황선홍 감독이 16일 서울과 2014 하나은행 FA컵 16강전에서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toptorre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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