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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도 이론일까? 나는 내 집을 갖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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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도 이론일까? 나는 내 집을 갖고 싶지 않다"
  • 하혜령 편집위원
  • 승인 2014.02.17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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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하혜령 편집위원] 일단 나란 사람은 내 명의의 집을 가지고 싶은 욕구가 없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구매력과 무관하게 말이다.

투자 가치든, 로망이든, 노상 고독사 대비책이든 일단 욕망이 있어야 갖기 위한 노력을 계획적으로 또 열정적으로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런데 난 그런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방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 소재 대학 입학과 함께 시작된 싱글 라이프 시절 내내 하숙, 하우스 셰어, 전세, 반전세 등 수많은 주거형태를 거쳐왔다.

▲ 영화 '건축학개론'의 한 장면[출처=나무처럼 자라는 집]

그런 20년의 세월 동안 “집을 갖고 싶다”는 욕망을 품어보지를 않았다. 운이 좋았던 건지, 둔해서 못 느꼈던 건지 모르겠다. 집주인의 횡포로 집 없는 설움을 느끼며 울어본 적이 없던 이유도 크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수도권의 집들은 필요 이상 비싸 보였다.

실리적으로 생각하는 편인 난 “차는 이동 수단일뿐이니 500만원 이상은 사치”라는 식으로 물건 가격의 상한선을 정하는 게 취미다. 그런 내 기준에선 서울의 주택은 어디나 필요 이상으로 비싸 매력적이지 않았다. 아마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지방에서 성장한 탓에 더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교육과 더 많은 일자리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서울이니 집값이 비싼 게 당연하지만, 이제 내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능을 잃어가는 서울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거기에 집은 구매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구매 후 리스크가 큰데다 관리도 어려운 대상 같았다.

1만원짜리 티셔츠를 살 때도 입어보고, 거울에 비춰본 뒤 사는데 집은 겉모습만 휙 보고 대부분 산다. 심지어 신축 아파트의 경우는 한번 보지 못한채 구매하게 된다. 아니 그러다 어떤 흉물스런 집이 내손에 떨어질지도 모르고, 윗층에 어떤 시끄러운 이웃 혹은 살인마가 살게 될지도 모르고, 천장에서 물이 샐지도 모르는데!

임대면 이사라도 가지만 이미 선불로 사버린 ‘내집’은 낙장불입 아닌가. 이렇듯 욕구도 없고, 걱정도 많은 소심한 인간형인 나는 집을 사고 싶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거 신포도 이론(갖지 못한 것의 가치를 절하하는 심리상태) 아니냐?”고 반문해봤지만, 어쨌든 사고 싶지 않은 건 사고 싶지 않은 거다.

자, 그럼 “집은 사지 않겠다”는 결정만 있을뿐 나의 현실은 2년마다 임대료가 20% 가까이 치솟는 서울의 반전세에서 살아야 하는 40대 싱글녀다. 그런 자기 인식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주거 대책을 세워야 했다.
 

amiblue1@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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