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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그곳에 가고 싶다]위태로운 풍경 '영주 무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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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그곳에 가고 싶다]위태로운 풍경 '영주 무섬마을'
  • 이두영 편집위원
  • 승인 2014.07.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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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3일에 소개된 물돌이동...훼손 위기

4대강사업으로 모래밭 훼손 진행 중

매년 10월 외나무다리 축제 열려

[스포츠Q 이두영 편집위원] 낙동강의 최대 지류인 내성천에 둘러싸인 경북 영주시 문수면 무섬마을이 며칠 전 KBS 2TV ‘다큐3일’에 상세하게 소개돼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마을은 뭍을 휘감은 수려한 물길이 인상적이지요. 마을 건너편 산에서 보면 ‘물에 갇힌 섬’처럼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 수려한 경관이 MB정부에서 시작된 4대강 사업으로 크게 훼손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현재 한창 공사 중인 영주댐이 말썽입니다.

내성천은 내륙 하천 가운데에서 백사장의 수려함으로 따지면 대한민국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는 강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치장을 전혀 안 해도 은근한 아름다움이 발산되는, 늘 곁에 두고 싶은 친구 같습니다. 모래 위의 투명한 물길에서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은 추억과 동심을 퍼 올리는, 치유의 두레박 같은 풍경입니다. 그 백사장과 모래톱이 4대강의 망령 때문에 망가지고 있다니 가슴이 쓰리군요.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이 파괴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정부와 여당은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해 내성천의 생명을 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요즘 민간단체 회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내성천 살리기 영주댐 반대’를 외치고 있습니다만 정부가 사업철회를 검토할 의향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이러다가는 결국 무섬마을의 내성천은 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추억 속 풍경으로 남게 되고 말겠지요. 더 훼손되기 전에 가보는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 무섬마을
▲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그럼 무섬마을을 한번 살펴볼까요? 이곳은 조선 중기 이후의 전통가옥 40여 채가 남아 있는 집성촌입니다. 반남 박씨와 선성 김씨가 살고 있지요. 집들은 대체로 강물의 정기를 고스란히 받아들이기 위해 남향이 아니라 남서향을 취하고 있습니다. 백사장이 가장 훤히 보이는 방향이 남서쪽입니다. 집 하나하나는 경북 북부 지역의 전형적인 가옥형태인 ㅁ자 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집안에 들어서면 사방이 막혀 안온합니다. 물론 모든 집이 다 그런 것은 아니고 대체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1666년 반남 박씨가 맨 먼저 지은 ‘만죽재’의 경우는 마당이 훤히 트여 있습니다. 이 마을에는 조선후기 사대부 가옥이 16채 남아 있으며 그중 만죽재, 해우당 등 고택 9채는 지방문화재로 등록돼 있습니다.

소박한 기와집과 초가들은 약 350년 세월이 지난 지금도 대체로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월의 더께가 얹힌 기왓장과 담장, 해바라기와 옥수수 등이 강바람에 술렁이는 담장과 골목을 거닐면 그 동안 잊고 지낸 것들이 생각나곤 합니다. 원초적 순수에 대한 열망이나 동경도 그 일부겠지요.

 경북 지역에는 강이 육지를 에워싼 유명한 물돌이동이 3군데 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안동 하회마을과 예천 회룡포, 무섬마을이지요. 무섬마을은 연꽃이 물에 떠 있는 형태여서 풍수지리에서는 ‘연화부수형’이라고 합니다.

무섬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 있으니 바로 외나무다리입니다. 현재 마을의 주된 진입로는 1983년에 건설된 수도교(시멘트 다리)인데 그 이전에는 외나무다리가 유일한 통로였답니다. 문수초등학교 아이들이 등하교 할 때도, 읍내에 장 보러 갈 때도, 꽃가마 타고 시집 온 색시가 사대부집에서 고된 시집살이로 한평생을 보내다가 상여 타고 세상을 떠날 때에도 외나무다리를 이용했습니다. 그런 길이 건설교통부의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답니다. 매년 10월경에는 외나무다리축제가 열립니다.

▲ 무섬마을 시멘트다리(수도교)에서 내려다본 내성천의 수려한 모습입니다.

 

▲ 해우당 고택

 

▲ 무섬마을.

 

▲ 무섬마을.

 

▲ 무섬마을.

 

▲ 무섬마을.

 

▲ 시멘트 다리 자리에 있던 외나무다리가 그 아래쪽에 놓여 추억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 내성천의 다양한 모습. 해질 무렵에 농부 부부가 강을 건너 귀가하고, 물새가 풀숲을 따라 유유히 날고 있습니다.

 

▲ 전통한옥체험수련관은 다리를 건너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으로 제방 길을 따라 쭉 가면 나옵니다.
▲ 무섬마을 앞 제방과 내성천 강물 위로 노을이 내리고 있습니다.

 

* 숙소와 식당

10여 채에서 민박이 가능하고, 단체 손님만 수용하는 전통한옥체험수련관(054-633-1011. 010-5338-2925)도 있습니다. 민박요금은 5만원부터 다양합니다. 수련관에서는 숙박과 더불어 전통예절, 천연염색 등 전통공예나 비누 만들기, 전통음식 만들기, 화톳불 피우기 등 다양한 체험도 가능하고 미리 주문하면 식사도 할 수 있습니다.

* 인터넷 검색창에 ‘무섬마을’을 치면 홈페이지로 들어가 여러 정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영주 시내와 소백산 자락의 풍기읍에는 모텔이 많이 있습니다. 영주 시내에는 유명한 ‘서부냉면’이 있고 ‘장모추어탕’도 맛이 좋습니다. 부석사로 가는 도중에 있는 순흥에는 묵밥집들이 있습니다.

* 영주에는 부석사와 소수서원, 소백산 등 명소가 있으므로 시간 여유를 갖고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섬마을은 어느 때 가도 좋지만 가을에 외나무다리 축제할 때쯤 1박 2일 정도로 가서 영주 부석사를 둘러보고 소백산 둘레길까지 걸으며 단풍과 낙엽의 내음을 맡으면 영혼이 한껏 말개질 것입니다. 저는 죽계계곡 쪽을 참 좋아합니다.  travel220@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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