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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순정' 도경수, 혹은 엑소 디오 "언젠가는 연기를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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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순정' 도경수, 혹은 엑소 디오 "언젠가는 연기를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6.02.05 0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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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오소영 기자 · 사진 이상민 기자] "우리 경수 어땠니. 깐 달걀 같지 않니." '누나팬'인 한 친구의 표현을 빌리겠다. 유난히 검은색을 좋아한다는 도경수는 인터뷰에도 검은 니트의 정갈한 옷차림과 머리에, 반짝 빛나는 얼굴과 동그란 눈망울로 취재진을 맞았다.

이 '누나팬'을 비롯해 반응을 훑어보니 도경수(엑소 디오)는 '우리 경수'라고 불리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멤버로 보였는데, 실제로 만난 그는 차분하고 진중했다. 인터뷰 막바지에 이르자 팬들이 말하는 매력을 알 것 같았다. 도경수는 촬영 중 했다는 손가락 묘기를 보여주기도 했고, 사인을 가보로 간직해야겠다는 한 기자의 농담에 쑥스러워하며 90도 인사를 하기도 했다.

2012년 그룹 '엑소' 멤버로 데뷔해 활동 5년차를 맞는 도경수는 가수와 배우 두 영역에서 눈에 띄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영화 '카트'로 연기 데뷔를 해 3년차인 현재는 첫 주연영화 '순정' 외에도, 조정석과 함께한 '형'과 목소리 출연을 한 애니메이션 '언더독'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 '순정' 도경수

◆ '순정' "17세의 순수함 떠올리며 연기…김소현과 손 잡으며 촬영"

'순정'은 도경수의 첫 로맨스 영화다. 도경수와 김소현은 각각 범실, 수옥 역을 맡아 1991년의 전남 고흥을 배경으로 10대의 풋풋한 첫사랑을 그렸다.

도경수는 무대 위 아이돌의 모습을 잠깐 벗고,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와 가무잡잡한 분장을 하며 17세 소년 '범실'이 됐다. 올해 24세가 되는 도경수는 실제 나이를 잊게 할 정도로, 앳된 외모와 함께 사춘기의 감성을 표현했다. 도경수는 17세의 자신을 떠올리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범실과 제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제 지금 나이에서 17세의 순수함을 표현하는 건 어려웠어요. '내가 17살이었을 때 우정과 첫사랑은 어땠나' 최대한 생각하며 연기했죠. 범실과 실제 제 성격은 50% 정도 비슷한 것 같아요. 남자다운 모습은 비슷하지만, 전 쑥스러워하기보단 호불호는 정확하게 말하는 편이어서요. 제 실제 첫사랑은 제가 집착하면서 안 좋게 끝났는데요. 그랬던 경험이지만 '순정' 후반부 감정을 표현하는 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이은희 감독은 낯을 가리는 도경수와 김소현에게 '촬영이 아닐 때도 손을 잡고 다녀라'고 주문하며, 이들이 친해질 수 있게 도왔다.

"감독님께서 다짜고짜 '너희는 손을 잡고 다녀'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는데, 역시나 너무 어색하고 불편했어요. 그런데 그게 도리어 도움이 되더라고요."

'순정' 중 화제가 된 것이 수옥의 우산에 입맞추는 이른바 '우산 키스신'이다. 이 장면엔 스태프 간, 실제 입맞춤을 해야 할지 우산에 키스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했다는 후문이다. 해당 장면에선 두 사람의 복잡한 마음이 표현된다. 우산에 입을 맞추고마는 범실의 감정이 궁금했다.

"우산 키스 장면에서의 제 감정은 수옥이에 대한 응원이었어요. '내가 업고 다닐 수 있으니 힘내', '너 정신차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찍었어요. 안쓰러움도 컸고, 힘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죠."

▲ '순정' 도경수

◆ "다함께 가족이었던 '순정' 같은 촬영장은 처음, 사람에 대한 배려 배웠다"

'순정'은 범실과 수옥의 사랑만큼 다섯 친구의 우정이 돋보이는 영화다. 다리가 불편하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사려깊은 소녀 수옥, 말수 적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늘 행동은 가장 앞서는 범실, 달리기가 빠르고 인기가 많은 산돌(연준석 분), 넉살좋은 까불이 개덕(이다윗 분), 의리있는 말괄량이 길자(주다영 분). 극중 배경인 고흥은 '순정'의 실제 촬영지이기도 했다. 촬영이 아닐 때도 배우들끼리 보내는 시간이 많아 서로 얘기를 나누며 친해졌단 설명이다. 도경수는 올해 24세로, 18세의 막내 김소현, 23세의 이다윗, 22세의 주다영·연준석 중 가장 맏이다.

"(가장 나이가 많다는 것이) 많이 부담이 됐어요. 고흥에 있을 때만큼은 제가 형이라고 생각 안 하고 다같은 17살의 친구라고 생각하고 대했어요. 진짜 그때, 그 공간에선 모두 친구였던 것 같아요. 덕분에 부담이 없었어요.

주연의 부담감도 마찬가지였어요. 캐스팅 당시엔 주연의 무게감을 몰랐는데, 이끌어가는 책임감을 느끼고 많은 부담을 가졌죠. 그런데 촬영을 하니 아역 때부터 시작한 경험 많은 친구들이 끌어줬고, 연기에 대해서도 얘기를 많이 나누게 됐죠. 결과적으로는 다섯명이 모두 주연이라고 생각해요.

매 작품을 끝낼 때마다 배운 것이 정말 많지만, '순정'에선 연기를 떠나 사람에 대한 배려를 많이 배웠어요. 아직 출연작은 몇 편 없지만, '순정' 같은 촬영장은 없었거든요. 무리 중에 각각 친한 사람이 있는 편이었는데 '순정'은 다같이 가족이었어요."

▲ '순정' 도경수

하지만 친해지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여기에 이은희 감독은 배우들에게 '미션'을 내려 가까워지게 도왔고, 고흥에서 계속 생활하다보니 관련 에피소드도 생겼다.

"다섯 명이 모두 실제로 낯가림이 많은 편이라 처음엔 어색하더라고요. 남, 녀 따로 살았는데 저와 개덕이(이다윗)는 샤워를 항상 같이 했어요. 산돌(연준석)에게도 '같이 안 하냐'고 물었는데 많이 부끄러워했죠. 제가 장난으로 문을 확 연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는 같이 했죠."

드라마 '후아유-학교2015'를 마치고 합류하느라 다른 배우들보다 촬영이 늦은 김소현과는 '마니또 놀이'도 했다. 이은희 감독은 닭 잡는 장면을 촬영하는 회차에, 배우들에게 김소현을 웃게 만드는 미션을 줬다. 도경수만이 미션에 성공했다고 했다.

"미션 내용은 재밌는 표정 짓기, 새끼발가락 보여주기, 이런 식이었어요. 전 손가락 넣기를 했어요.(다섯손가락 끝을 서로 모아붙인 후, 중지를 붙인 검지 위로 넣는다) 이렇게요. 남자배우들이 다들 개인기가 없어서 신체 개인기를 찾아서 했어요. (보고 웃었어요?) 사실 안 웃었는데 '안 웃겨?' 하니까 웃었어요."

◆ "연기, 늘 꿈꿨다…누아르에 욕심, '나쁜놈' 연기하고 싶어"

아이돌 가수로서 연기를 하는 이들을 두고 '연기돌'이란 표현이 생긴지 오래다. 노래에서의 파트가 그리 많지 않았던 멤버들이 연기를 주로 했다면, 도경수의 경우 주요 파트를 맡음에도 연기를 병행하는 것이 다소 독특하다.

"연기는 데뷔전부터도 하고 싶었어요. 노래를 너무 좋아해서 가수로 데뷔했지만, 언젠간 연기를 하고 싶단 생각을 했죠. 그런데 나중에 하게 될 줄 알았지, 엑소로 데뷔해 이렇게 기회가 빨리 올진 몰랐어요. '카트'를 우연히 하게 되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생기고…. 노래와 연기 두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단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해요. 가수는 항상 웃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책임감이 있다면, 연기적 부분에선 소통하는 게 좋더라고요. 내가 슬플 땐 슬프고, 안타까울 땐 안타깝고. 그런 부분이 굉장히 다른 것 같아요.

가수와 연기 두 부분을 조절하는 것은 힘들지 않아요. 물론 무대에 올라갈 준비, '순정'을 찍을 때 까맣게 분장하는 것, 그런 작업은 필요하지만 그 외에는 모두 제게 도움이 돼요."

▲ '순정' 도경수

도경수의 말처럼 주연영화를 벌써 냈을 정도로 빠른 성장 속도다. 그러나 연기는 따로 배우지 않았다고 했다.

"물론 연기는 정말 어렵지만, 전 뭔가를 일부러 만들어서 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촬영 때도 '어떻게 해야겠다'는 것보다 상대방의 리액션, 호흡을 보고 바로바로 하는 편이에요. 실제 제 얘기를 관객에 들려드리고 싶단 생각을 하고, 상대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생각해요. 아직 많이 부족한데 늘고 싶어서 배우고 있어요."

도경수는 자신의 연기의 장점으로 "눈으로 얘기한단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면서도, 아쉬운 점도 쏟아냈다.

"'순정'의 경우 사투리가 어색한 것 같아서 아쉬워요. 실제 큰이모께서 고흥 분이시기도 해서 어떻게 보실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아직 표현이 많이 부족해요. 내 안에선 100%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한다고 하는데 50~60%밖에 표현이 안 되는 것 같아서 더 단단하게 만들려고 노력 중이에요."

스크린 데뷔작인 '카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마트 비정규직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나서는 내용이고, '괜찮아 사랑이야'는 정신질환 소재의, 결핍에 대한 이야기였다. '너를 기억해'는 형제간 비밀과 프로파일러 소재를 풀어낸 드라마였다. 도경수의 행보에 '믿음직한 필모그래피'라고 평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기준이 있는지 궁금했지만, 단순한 답변이 돌아왔다. 재미있는 작품이라면 해보고 싶다는 것, 특히 그중에선 '악역'을 해 보고 싶단 내용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어떤 장르도 안 따지고 모든 작품을 하고 싶어요. 재밌는 작품이라면 소화하고픈 욕심이 있어요. 로맨틱코미디도 굉장히 찍고 싶고, 가장 찍고 싶은 건 누아르예요. 그리고 정말 나쁜 역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너를 기억해'에서도 강렬한 모습을 연기했죠.) '너를 기억해'에선 '쟤 정말 나쁜놈이다'란 생각은 안 들었던 것 같아요. 보면 빠져드는, '나쁜놈'을 해 보고 싶어요."

▲ '순정' 도경수

도경수는 '순정' 홍보를 마치면 휴일을 잠깐 보냈다간, 출국해 엑소 미주 투어를 시작한다. 바쁜 요즘, 유일한 취미생활은 영화 감상이다.

"요즘은 영화 감상밖에 안 하는 것 같아요. 극장에 혼자 가서도 많이 봐요. 최근엔 '레버넌트'를 봤는데 정말 추천해요. (영화 볼 때의 자신만의 습관이 있나요?) 모두들 그렇겠지만, 빛이 있으면 영화를 못 봐요. 어두워야 집중이 되더라고요. 제 방이 그래서 다 검은색으로, 빛이 하나도 안 들어오게 돼 있어요."

도경수는 앞으로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것보다 '멋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다.

"롤모델은 없어요. '연기를 잘한다' 그런 것보단, 연기자를 떠나 사람으로서 멋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예요. 눈으로만 봐도 멋있단 생각이 드는. 조인성, 이병헌 선배님들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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