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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학교와 같았던 야구장" 떠난 박찬호, 가장 행복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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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학교와 같았던 야구장" 떠난 박찬호, 가장 행복한 안녕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18 2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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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전서 박찬호 공식 은퇴행사…후배 선수들의 환영 속에 화려한 퇴장

[광주=스포츠Q 박상현 기자] "박찬호! 박찬호! 박찬호!"

'코리안특급' 박찬호(41)의 마지막은 뜨거웠다. 하늘도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 위해 단비를 내렸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박찬호를 연호하는 야구팬들의 뜨거운 함성은 더욱 달아올랐다.

2012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난 박찬호가 20개월만에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 정말로 그가 떠난 것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뜨거웠던 그의 몸짓과 마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는 모습은 이제 역사로만 남게 됐다.

박찬호의 공식 은퇴식이 열린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는 비가 오락가락했다. 전날 비가 내려 열리지 못했던 퓨처스 올스타전이 정오부터 시작됐지만 2회말만 마치고 우천으로 취소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전전긍긍했다. 최악의 상황이라면 프로야구 올스타전과 박찬호의 은퇴행사를 19일로 연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비가 잦아들었다. 낮게 먹구름이 깔리긴 했지만 행사를 취소할 정도로 내리진 않았다.

박찬호는 후배들이 번트레이스, 퍼펙트 피처, 홈런레이스를 펼치는 동안 경기장 바깥에서 팬들에게 사인회를 가졌다. 박찬호의 사인을 받기 위해 많은 야구팬들이 성황을 이뤘다. 박찬호는 어린이 팬들에게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자상하게 사인해주는 환한 미소로 팬들을 만났다.

◆ 레전드를 떠나보내기 싫은 마음, 하늘도 같았다

1루쪽 2층 테라스석에는 박찬호가 그동안 입었던 유니폼이 걸려 있었다. 박찬호의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공식 개막행사가 끝나자 박찬호의 등장을 알리는 인트로 화면이 전광판에 나오기 시작했다. 관중들은 술렁거렸다. 인트로 화면이 나오는 도중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늘도 박찬호를 떠나보내지 싫다는 듯.

비가 쏟아졌지만 관중들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쓰고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박찬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마음 하나였다. 너도나도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광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박찬호가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시구를 하기 직전 포수를 맡아준 김경문 NC 감독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왼쪽 담장 문이 열리자 검은 차량이 입장했다. 3루 베이스 근처에 선 검은 차량에서 나온 에스코트 남성은 왼쪽 문을 열어줬고 박찬호가 그 문에서 나왔다.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박찬호를 연호했다.

글러브를 받아든 박찬호가 시구를 위해 마운드에 섰다. 홈플레이트에는 포수 미트를 손에 낀 김경문 NC 감독이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박찬호의 공주고 대선배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서도 박찬호는 침착하게 공을 던졌다. 공이 약간 빠지긴 했지만 그의 시구는 완벽했다. 시구를 마친 뒤 김경문 감독은 박찬호를 꼭 안아줬다.

◆ 후배들의 헹가래, 가족의 축하, 가장 행복한 순간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걸어나와 레전드 선배의 마지막 길에 축복을 보냈다. 선수들에게 둘러싸인 박찬호는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감사함을 표시했다.

박찬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축복한 것은 외국인 선수도 같은 마음이었다. 펠릭스 피에(한화)는 박찬호의 악수가 기분좋았던 탓인지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고 함께 메이저리그 생활을 했던 호르헤 칸투(두산)도 박찬호를 포옹해줬다.

▲ [광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박찬호가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시구를 하기 위해 와인드업을 하고 있다.

한화 후배들과 야구계 대선배들이 박찬호에게 기념 동판과 액자, 미니 유니폼 등이 담긴 컬렉션을 선사했을 때는 더욱 분위기가 고조됐다.

또 부인 박리혜 씨와 함께 두 딸 애린, 세린 양은 꽃다발을 들고 나와 남편의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빠의 마지막과 새로운 출발을 축하했다. 박리혜 씨는 박찬호의 은퇴식 모습을 보며 손등으로 자주 눈을 훔쳤다.

팬들은 목이 터져라 계속 박찬호를 연호했다. 이 순간 가장 행복했던 사나이는 단연 박찬호였다.

◆ 박찬호 "야구장은 열정과 꿈·도전·인생 철학을 가르쳐준 학교"

박찬호가 마이크를 들었다. 살짝 손이 떨려왔다.

먼저 감사하다고 말을 시작한 박찬호는 "영광스럽고 특별한 이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2012년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은 뒤에도 20개월 동안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서는 생각을 잊을 수 없었다"며 "지금 이 순간도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 [광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박찬호가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시구식을 마친 뒤 공을 받아준 김경문 NC 감독과 뜨겁게 포옹하고 있다.

이어 그는 "야구장은 내 인생에서 학교와 같은 곳이었다. 야구를 통해 많은 가르침을 얻었다. 고마운, 소중한 사람을 만났고 삶의 열정과 꿈, 도전, 인생 철학을 배웠다"며 "특별한 자리를 만들어준 KBO 관계자와 동료애와 선후배의 의와 애정, 사랑을 깊이 느끼게 해준 후배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박찬호는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을 지켜봐주시고, 지켜주고, 야구 시작후 30년 동안 투구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봐주셨던 부모님께 감사드린다"며 "겸손을 통해 삶의 목표와 의식에 질을 높여준 아내에게도 감사한다. 마지막으로 소중하고 고마운 야구에 대한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늘 잃지 않게 해준 대한민국의 야구팬들에게도 감사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마지막 인사말에서는 그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박찬호는 "앞으로는 공을 던지면서 다시 꿈과 희망을 도전할 수 없지만"이라는 말과 함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이윽고 "야구인으로서 더 성장할 수 있는 노력을 하겠다. 대한민국 야구를 위해,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끝을 맺었다.

박찬호의 마지막이 되자 관중들의 함성이 다시 구장에 울려퍼졌다. 팬들이 응원하는 팀과 선수는 각자 달랐지만 이날만큼은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준 '개척자'이자 '레전드'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마음은 모두 똑같았다.

야구를 통해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에게 감동과 용기를 줬던 박찬호는 이날만큼은 반대로 감동과 용기를 팬들로부터 받았다. 박찬호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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