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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예상치 못한 김혜수의 죽음…'싸인'의 박신양, '유령'의 소지섭 잇는 김은희 작가의 '주인공 데스노트'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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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예상치 못한 김혜수의 죽음…'싸인'의 박신양, '유령'의 소지섭 잇는 김은희 작가의 '주인공 데스노트'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2.07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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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설마했던 일이 또 다시 벌어지고 말았다. 전작인 '싸인'에서 주인공 윤지훈(박신양 분)을 마지막회에서, '유령'에서 주인공 김우현(소지섭 분)을 불과 2회에서 죽인 전적이 있던 김은희 작가가 '시그널'에서는 조진웅에 이어 김혜수까지 죽여버렸다.

6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6회에서는 충격적인 장면이 등장했다. 장기미제 전담팀을 맡고 있던 차수현 경위(김혜수 분)가 20년 전 '대도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되어 징역을 살았던 오경태(정석용 분)가 복수를 위해 준비한 냉동탑차 부비트랩에 속으며, 폭발에 휘말려 사망하고 만 것이다.

'시그널'의 각본을 맡고 있는 김은희 작가는 이미 이 분야에서는 전적이 화려하다. 2011년 방송된 '싸인'에서는 마지막회에서 박신양이 연기한 윤지훈을 죽였고, 2012년 방송된 '유령'에서는 2회에서 아예 소지섭이 연기한 김우현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 tvN '시그널' [사진 = tvN '시그널' 방송화면 캡처]

김은희 작가의 전적이 이미 화려한 만큼 같은 스릴러 장르인 '시그널'에서도 누군가 주인공이 죽지 않겠냐는 예상이 방송 전부터 있었고, 2회에서 2000년 '김윤정양 유괴살해사건'을 해결한 직후 이재한 형사(조진웅 분)가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하며 이 공식이 완성되는 듯 했다.

하지만 김은희 작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조진웅에 이어 김혜수까지 사망진단서를 떼며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대도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되어 징역을 살고 만기출소한 오경태(정석용 분)는, 과거 자신이 조진웅에게 체포되어 가던 중 딸 오은지(박시은 분)가 한영대교 붕괴사건으로 죽은 것에 앙심을 품고, 한영대교 붕괴사건의 생존자였던 신여진(최우리 분)을 납치한다.

김혜수는 정석용이 딸의 복수를 위해 경찰을 따돌리려 한 사실을 눈치채고 최우리가 갇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영대교 아래에 있던 냉동탑차의 문을 열었지만 그것은 정석용이 복수를 위해 만든 부비트랩이었다. 이제훈은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달려오며 폭발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김혜수는 그대로 폭발에 휘말려 숨을 거뒀다.

심지어 김혜수의 죽음은 5일 방송된 '시그널' 5회에서 김혜수의 조카들이 잠든 김혜수의 이마에 '죽었음'이라고 낙서를 한 모습을 통해 이미 예고까지 됐다. 시청자들 그 누구도 그 낙서가 죽음의 예고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을 테지만 말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정석용이 체포되고 김혜수가 세상을 떠나는 이 일련의 과정은 바로 이제훈과 조진웅의 무전이 만들어낸 나비효과였다. 이제훈은 장기미제 사건인 '계수동 고위층 연쇄절도사건'을 조사하다 조진웅과의 무전으로 사건의 범인이라는 오경태(정석용 분)를 체포하는데 도움을 줬지만, 이로 인해 현재가 크게 뒤틀려 버리고 결국 김혜수까지 세상을 떠나는 결과가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김혜수가 극 중반부에 접어드려는 시점인 '시그널' 6회에서 세상을 떠났지만 '시그널'이라는 작품이 가진 특성 상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은희 작가는 전작 '유령' 2회에서 주인공 김우현(소지섭 분)을 죽여 버렸지만, 이미 죽은 줄 알았던 박기영(최다니엘 분)이 김우현의 얼굴을 하고 돌아와 김우현의 행세를 하는 것으로 어려운 퍼즐을 푼 전적이 있다.

▲ tvN '시그널' [사진 = tvN '시그널' 방송화면 캡처]

마찬가지로 '시그널'에서는 일련의 사건에 막대한 책임감을 가지게 된 이제훈이 조진웅과의 무전교신을 통해 다시 과거에서 '계수동 고위층 연쇄절도사건'의 진범 한세규(이동하 분)를 잡아내는 것으로 현재를 바꿔서 김혜수를 살려낼 것이다.

김은희 작가의 시그니처가 되어버린 '주인공 데스노트'는 오히려 '시그널'이라는 드라마가 가지는 극적인 요소를 더욱 부각시키는 히든카드로 작용하고 있다. '시그널'은 첫 번째 사건인 '김윤정양 유괴살해사건'과 두 번째 사건인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이 비슷한 패턴으로 이어지던 상황에서 세 번째 사건인 '계수동 고위층 연쇄절도사건'을 통해 사건의 패턴을 크게 뒤바꿔 버린다.

앞의 두 사건이 과거에서의 무전을 통해 현재 시점에서 사건이 해결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면, 이번에는 현재의 무전이 과거 시점을 크게 뒤바꾸고, 다시 이것이 현재의 다른 사건으로 돌아오는 거대한 '나비효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그렇다.

그리고 김혜수의 죽음은 현재 시점에서 이제훈만이 알고 있는 무전기를 통한 이유를 알 수 없는 과거와 현재의 연결에 김혜수가 가담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김은희 작가는 그동안의 작품들에서 사용한 시그니처와도 같던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요소를 한층 진화시켜서, 아예 작품에서 이 시그니처를 이용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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