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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그것이 알고 싶다' 광양 주차장 살인사건 '미제사건 사각지대'의 기막힌 논리, 그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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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그것이 알고 싶다' 광양 주차장 살인사건 '미제사건 사각지대'의 기막힌 논리, 그 해법은?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6.02.07 2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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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류수근 기자] ‘법(法)’은 ‘정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 만큼 가해행위에 의해 빚어진 비뚤어진 인간관계를 올바른 상태로 되돌리려는 원상회복 요구와 노력이 법 실현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하나밖에 없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살인자를 끝까지 추적하는 일은 인류 정의를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8월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살인범을 끝까지 추적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경찰은 살인죄의 공소시효 폐지를 계기로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을 확대 편성하는 등 살인범죄를 지속 추적해 반드시 검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수사인력을 보강했다. 일련의 소식들을 접하며 그동안 국민들은 ‘영구미제사건’의 해결에 대한 기대를 부풀려 왔다.

하지만 6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지켜본 뒤 많은 시청자들은 혼란스럽다 못해 허탈한 심정마저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사 당국이 적용하는 ‘미제사건’의 범위와 우리의 법 상식 사이에 너무 큰 괴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 광양 주차장 살인사건 미스터리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는 ‘두 여인과 두 개의 흔적-주차장 살인사건 미스터리’ 편을 방송했다. 2009년 6월 14일, 전남 광양의 버스터미널 주차장에서 40대 여인이 자신의 차량 운전석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을 재조명했다. 당시 수사 끝에 범인으로 의심되는 용의자가 체포되면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듯했으나 법원은 용의자의 자백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살인사건이 발생한지 6년 반이 지났지만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재수사를 촉구하며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재수사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광양 주차장 살인사건 발견 당시 피해자 정수연(가명)씨는 차량 운전석에서 편안히 누워 자는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처음에는 단순 질식사로 여겨졌지만 시신에서 발견된 목조른 흔적은 살인사건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고, 경찰은 고인의 휴대전화를 복원해 사망 당일 한 남자로부터 맏은 세 통의 문자를 확인했다.

수사 결과 문자를 보낸 사람은 의외로 남자와 내연관계였던 40대 여성 안경희(가명) 씨로 확인됐고, 자신이 손으로 목을 졸라 고인을 살해했다고 자백까지 했다. 하지만 법정에서 안 씨는 살해 사실을 번복했고, 안 씨의 진술이 실제 살해 정황과 다른 부분 등이 발견되면서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고인은 살해 당했지만 범인은 결국 오리무중이 됐다. 이날 ‘그것삭이 알고 싶다’는 고인이 살해된 현장 사진 등을 토대로 사건을 처음부터 되짚어 봤다.

▲ 광양 주차장 살인사건 미스터리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제작진은 크게 두 가지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하나는 평소 정리하는 습관이 몸에 뱄던 고인의 차안이라고 보기에는 차안 소지품들이 너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는 사실이고, 또 하나는 고인의 목에 난 삭흔(끈에 의한 목졸림 흔적)이 조수석에서 혼자 고인의 목을 졸랐다고 보기에 어렵다는 점이었다. 삭흔을 확인하기 위해 제작진은 차량 안에서 끈으로 목을 조르는 실험을 했고, 조수석이 아니라 운전석 뒷자리에서 끈으로 목을 조른 ‘제3자’(공범)가 있었을 가능성에 도달했다.

이를 토대로 법의학 전문가들은 사건 현장이 고인을 살해한 후 조작됐을 가능성과, 살해 현장에 안 씨 이외에 제3자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제작진과 유족들은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경찰과 검찰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제작진은 또 경찰이 초동 수사 단계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도 확인했다. 증거물인 승용차를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고 유족에게 넘겨줘 다른 곳으로 매매되는 바람에 뒤늦게 검사해 중요한 단서들을 찾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제작진과 유족들을 더욱 아연실색하게 만든 것은 이후부터였다. 재수사 요청 과정에서 뜻밖의 장애물을 만난 것이다.

우리의 상식은 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결과만 남겨진 사건, 그래서 아직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모두 ‘미제사건’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제작진이 재수사 요청 과정에서 확인한 사실은 ‘광양 주차장 살인사건’은 ‘미제사건’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전남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 리스트에는 이 사건명이 있을 리 없었다. 일단 범인이 검거되면 법원에서 그 범인이 무죄로 밝혀지더라도 사건은 미제로 남지 않고 해결된 사건으로 본다는 사실이었다.

현재 법 체계아래서는 법적으로 어떻게 신청을 하거나 청구를 하거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기막힌 논리였다. 전문가는 가족들이 재수사를 촉구하는 의사표현을 꾸준히 적극적으로 하는 방법이 그나마 현실적인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어차피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무죄로 밝혀진 안 씨는 새로운 추가 범죄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수사하기 힘들다. 하지만 제3자(범인)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재수사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미제사건’도 아니고 재수사도 어렵다니...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고인이 있고, 이로 인해 심신이 피폐해진 유가족들의 눈물과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광양 주차장 살인사건 과정에서 밝혀진 ‘미제사건 사각지대’는 우리의 상식과는 너무 동떨어진 현실이어서 시청자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상식을 뒤엎은 ‘미제사건’에 대한 정의는 이 사회에,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얼마나 더 많은 ‘미제사건’이 있을지를 가늠케 한다. 수사 인력과 비용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법의 정의와도 맞지 않는 논리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법이 왜 만들어졌고 법이 추구하는 불멸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지 자명해질 것이다. '끝까지 범인을 잡아 고인의 원혼을 달래는 길', 그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고, 현실적인 논리보다 앞서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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