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8:29 (토)
[SQ현장] 장맛비 심술도 못막은 별들의 빛고을 '불타는 금요일'
상태바
[SQ현장] 장맛비 심술도 못막은 별들의 빛고을 '불타는 금요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18 23: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산 쓴채 열렬한 응원…백혈병 어린이 소원 이뤄주기 '사랑의 실천'도

[광주=스포츠Q 박상현 기자] 호남 야구의 본고장 광주가 올스타 선수들의 경기 모습 하나하나에 들썩였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장맛비도 빛고을 팬들의 야구 갈증을 식혀주지 못했다.

LG와 KIA, 넥센, NC, 한화 등이 뭉친 웨스턴 올스타팀이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박병호(넥센)의 2홈런으로 이스턴(삼성, 두산, SK, 롯데)에 13-2 대승을 거뒀다. 박병호는 '미스터 올스타'에 선정됐다.

뜨거운 경기 내용 못지 않게 이번 올스타전은 마지막과 시작의 교차점이라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이를 잘 아는 팬들은 화려하고 뜨거운 마지막에 환호성을 보냈고 새로운 출발에 축복을 보냈다. 흩날리는 빗방울 속에서도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번 올스타전을 통해 마지막을 고한 두 가지가 있었다.

▲ [광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웨스턴 올스타팀 선수들이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13-2 대승을 확정한 뒤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하나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41)의 은퇴였다. 2012년 한화에서 현역생활을 마감한 박찬호는 은퇴 선언 뒤 20개월 만에 공식 은퇴행사를 가졌다. 자신의 고향인 대전이 아닌 광주인 것이 약간 아쉬울 법도 했지만 박찬호는 그 누구보다도 '뜨거운 작별인사'를 했다.

또 하나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뒤 32년 동안 이어져왔던 동군-서군 대결 구도가 이번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는 것이다. kt가 10구단으로 1군에 들어오는 내년부터 올스타전의 팀 구성이 바뀌게 된다.

그동안 동군과 서군 또는 이스턴리그와 웨스턴리그의 구도가 이어졌지만 어색하다는 의견이 있어왔다. 경남에 있는 NC가 웨스턴리그(서군)에 속하고 인천을 연고로 하는 SK가 이스턴리그(동군)에 있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kt가 10구단으로 들어오는 내년을 계기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 구도를 고치기로 했다.

◆ 아쉽게 2이닝으로 끝난 퓨처스 올스타전

원래 올스타전은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열리기로 계획됐다. 17일에는 퓨처스리그의 올스타들이 모두 모여 치르는 퓨처스 올스타전이 열려야 했다. 그러나 이날 내린 비로 퓨처스 올스타전이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취소됐다. 그러다보니 일정이 줄줄이 밀리기 시작했다.

▲ [광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두산 김현수가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결국 퓨처스 올스타전은 17일 오후 5시가 아닌 18일 정오부터 열렸다. 하지만 하늘은 끝내 무심했다. 2회초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2회말이 끝나자마자 경기가 중단됐다. 30여분 뒤 비가 그치긴 했지만 젖어있는 내야 흙 때문에 경기를 속행하기 어려웠다. 물기가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치를 수도 있었지만 오후 4시부터 시작하는 올스타전 공식 행사 때문에 취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날 남부 올스타의 선발투수로 나선 이수민을 보기 위해 대구에서 달려왔다는 한 팬의 외침도 부질없었다. 퓨처스 올스타들은 2이닝만에 짐을 쌀 수밖에 없었다.

◆ 뜨거웠던 홈런 더비

경기 시작 전 하이라이트는 단연 홈런 더비 레이스였다. 양의지(두산)를 시작으로 강정호(넥센), 루이스 히메네스(롯데), 나지완(KIA), 박병호, 이재원(SK), 김현수(두산), 나성범(NC)이 차례로 나섰다. 가장 먼저 4개를 친 양의지는 강정호가 1개를 때리고 히메네스와 나지완이 단 하나의 홈런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결승 진출이 유력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올시즌 전반기 4할대 타율을 한동안 유지했던 이재원이 6개의 홈런을 만들어낸데 이어 김현수까지 똑같이 6개의 홈런을 쳐내면서 양의지가 밀렸다. 마지막 나성범은 4개에 그쳐 김현수와 이재원이 나란히 결승에 올랐다.

결승이 시작되자 SK와 두산 팬들의 뜨거운 함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홈런 타자 이재원, 국가대표 4번 타자 이재원"이라는 SK 팬의 함성과 "맹구(김현수의 별명) 힘내라"는 두산 팬의 응원이 맞섰다. 이재원이 먼저 8개의 홈런을 날리자 2010년 홈런더비 우승자였던 김현수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 [광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박찬호가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열린 은퇴식 도중 후배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김현수는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예선에서도 5연속 홈런을 때려냈던 김현수는 시작과 함께 3연속 홈런을 치며 타격감을 조율했다. 이후 두차례 더 2연속 홈런을 때리며 7개까지 늘린 김현수는 5아웃 뒤 홈런을 하나 치면서 이재원과 동률이 됐다. 김현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곧바로 9번째 홈런을 치면서 승리를 확정했다.

이후 하나의 홈런을 더해 3연속 홈런으로 자신의 홈런을 10개까지 늘려놓은 김현수는 이후 4개를 더 치며 2010년 자신이 세웠던 최다홈런 10개를 4개나 경신했다.

김현수는 비거리 135m짜리 홈런으로 최장비거리 상까지 휩쓸었다.

앞서 벌어진 번트왕 대회에서는 "번트를 잘 대는 선수가 아니다"라고 했던 손아섭(롯데)가 13점으로 11점의 최경철(LG)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고 이동현(LG)는 한 개의 공으로 2개의 방망이를 쓰러뜨리는 '1타 2피 신공'으로 8점으로 7점의 안지만(삼성)을 제치고 퍼펙트 피처부문 1위에 올랐다.

▲ [광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관중들이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18일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열린 박찬호의 은퇴식을 지켜보고 있다.

◆ 코리안 특급의 은퇴, 그리고 사랑의 실천 '뜨거운 감동'

이날 빼놓을 수 없는 행사는 단연 박찬호의 은퇴 행사였다. 시구를 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자신의 공을 받아주기 위해 포수 미트를 손에 끼운 김경문 NC 감독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한 뒤 힘차게 공을 뿌렸다. 이후 박찬호의 은퇴 기념행사가 이어졌고 후배들은 레전드의 새로운 출발을 바라는 뜨거운 헹가래로 앞날을 축복했다.

올스타전에서는 마치 박찬호의 뜨거운 마지막을 축하하기라도 하듯 홈런이 펑펑 터졌다.

홈런 더비에서 단 1개의 홈런만 친 강정호가 2회초 무사 2루 상황에서 이스턴 선발 김광현(SK)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125m짜리 2점 홈런을 날리더니 모창민(NC)도 좌중간을 넘기는 125m짜리 솔로 홈런으로 3-0이 됐다.

올시즌 30홈런으로 홈런 선두를 달리고도 홈런더비에서 우승하지 못한 박병호는 3회초 2, 3루 상황에서 두번째 투수 채병용(SK)으로부터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3점 홈런을 때려냈고 5회초에는 홈런더비에서 단 1개의 홈런도 날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했던 나지완이 네번째 투수 박정배로부터 3점 홈런을 뽑아냈다.

KIA가 속한 웨스턴이 2회초부터 5회초까지 4이닝 동안 3점씩 뽑으며 12-0으로 달아나자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 모인 팬들은 자리를 지키며 열띤 환호성을 보냈다. 비가 계속 내렸지만 관중들은 지붕 밑으로 몸을 피하지 않고 우산을 쓰고 계속 응원을 보냈다.

박병호가 8회초에 하나의 홈런을 더하면서 웨스턴 팀은 무려 5개의 홈런을 양산했다. 이스턴도 가만 있지 않았다. 9회말 마지막에 호르헤 칸투(두산)이 봉중근의 공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 [광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백혈병을 앓고 있지만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는 박주상(왼쪽)군이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 클리닝타임때 박병호가 던져주는 공을 치고 있다.

5회말이 끝난 뒤 클리닝 타임에는 조금 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백혈병을 앓고 있지만 야구 선수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는 박주상(9)군이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박병호가 던져준 공을 친 박주상 군은 박병호와 함께 1루로 내달려 세이프가 됐다. 1루 수비를 보던 호르헤 칸투(두산)도 박주상 군을 꼭 안아주며 꿈과 용기를 심어줬다.

이 행사는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꿈을 늘 가슴에 품고 있는 박주상 군을 위해 KBO와 메이크 어 위시 재단이 손을 잡고 공동으로 마련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박병호의 손을 꼭 잡고 자신의 꿈을 이룬 박주상 군은 4차 집중치료까지 받아 앞으로도 세차례 더 집중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힘든 투병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9살 어린이를 향한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는 끊이지 않았다. 박찬호의 은퇴와 함께 다시 한번 감동의 순간이 밀려온 순간이었다.

▲ [광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18일 열린 2014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끝난 뒤 화려한 불꽃 축포가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 불타는 금요일을 장식하는 수백발의 불꽃 축포

경기가 끝난 뒤에는 수백발의 불꽃 축포가 광주 밤하늘을 수놓았다. 모처럼 터지는 불꽃놀이에 관중들은 시선을 떼지 못했고 저마다 스마트폰을 꺼내 기념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그러나 불꽃놀이가 끝이 아니었다. KIA의 공식 응원가인 '남행열차'가 흥겹게 울려퍼지기 시작했고 관중들은 밤하늘을 각양각색으로 밝히는 불꽃 축포가 터지는 모습을 보면서 노래를 따라불렀다.

올스타전 내내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한 얄궂은 비는 마지막까지도 흥분을 감추지 못한 팬들이 열기를 식혀주지 못했다.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는 그야말로 '불타는 금요일', '불금' 그 자체였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