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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볼 50 관전평] 덴버의 완벽 우승, 쿠비악-매닝-밀러의 아름다운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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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볼 50 관전평] 덴버의 완벽 우승, 쿠비악-매닝-밀러의 아름다운 조화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2.08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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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 입성 노리는 국가대표 미식축구팀 오승준이 본 덴버 브롱코스의 승리 요인

[한국 미식축구대표팀 오승준] 제50회 슈퍼볼은 덴버 브롱코스의 우승으로 끝났다. 노하우, 용병술, 대처방법 모두 덴버의 완승이었다.

덴버는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산타클라라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제50회 미국미식축구리그(NFL) 슈퍼볼에서 캐롤라이나 팬더스를 24-10(10-0 3-7 3-0 8-3)으로 눌렀다. 1998년, 1999년 2연패에 이은 통산 세 번째 슈퍼볼. 17년 만의 우승이다.

‘풋볼계의 르브론 제임스’라 불리는 캄 뉴튼(27)의 패기를 높게 사 캐롤라이나의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슈퍼볼이란 큰 무대의 부담감은 컸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인 그가 모든 것을 다 가질 줄 알았는데 슈퍼볼은 어린 선수가 넘기에 너무 높은 벽이었다.

쿼터백간의 경쟁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브롱코스 디펜스 라인과 팬더스 오펜스 라인간의 대결에서 승패가 갈렸다. 팬더스 오펜스 라인의 완패다. 뉴튼이 마음 놓고 공을 던지는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덴버 코칭스태프의 승리다.

캐롤라이나는 정규시즌 득점 1위(500점), 러싱 터치다운 1위(19회)였다. 슈퍼볼 직전 경기인 내셔널풋볼컨퍼런스(NFC) 챔피언십에서는 애리조나 카디널스를 상대로 무려 49점을 냈다. 그러나 패싱 디펜스 1위, 러싱 디펜스 3위의 덴버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덴버의 라인배커와 디펜시브 라인맨들의 협력이 빛났다. 디펜스 라인이 캐롤라이나 오펜스의 다리를 묶어두면 라인배커들이 블리츠로 태클을 했다. 블리츠란 수비진 후방에서 갑자기 나타난 선수들이 쿼터백을 향해 돌진하는 플레이를 뜻한다.

브롱코스의 디펜스 포메이션은 4-2를 기본 포맷으로 하고 있다. 뉴튼이 공을 잡고 던지기 전 브롱코스의 아웃사이드 라인배커들이 과감하게 블리츠를 시도해 팬더스 오펜스 라인을 혼동시켰다. 디펜스 엔드들의 활약상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본 밀러(27)와 디마커스 웨어(34)를 칭찬하고 싶다. 둘은 4.5개의 색을 합작했다. 특히 밀러는 4쿼터 종료 4분여를 남겨둔 상황에서 패스를 시도하던 뉴튼의 손을 쳐내 펌블을 유도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자신이 맡은 임무의 110%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밀러가 쿼터백 페이튼 매닝(40)을 제치고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역대 슈퍼볼에서 라인배커가 MVP로 선정된 것은 1971년 척 하울리(댈러스 카우보이스), 2011년 레이 루이스(볼티모어 레이븐스), 2014년 말콤 스미스(시애틀 시호크스)에 이어 밀러가 네 번째다.

캐롤라이나가 1,2쿼터에서 고전하자 해설자들은 3쿼터 시작 때 팬더스의 공격 패턴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공격 패턴이 크게 바뀌지 않아 의아해 했다. 브롱코스 개리 쿠비악(55) 감독과 선수들이 팬더스의 전술에 철저히 대비했다고 본다.

하나 더 짚어야 할 점이 있다. 매닝이다. 그는 선수가 아니라 사실상의 플레잉 코치다.

잦은 부상으로 전성기에 비해 기량이 쇠퇴했다고는 하지만 매닝은 역시 매닝이었다. 정규시즌 MVP 5회(2003, 2004, 2008, 2009, 2013), 통산 최다 터치다운 패스(539개), 통산 최다 패싱야드(7만1940야드), 단일 시즌 터치다운 패스 기록(55개), 단일 시즌 패싱야드 기록(5477야드) 등 쿼터백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기록이 그의 것이다.

그러나 슈퍼볼 우승 경력이 단 한 차례밖에 없다는 것이 유일한 흠이었다. 2014년 슈퍼볼에서는 시애틀 시호크스에 8-43(슈퍼볼 역대 최다 점수차)으로 패해 자존심을 구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려운 시점에서 팀을 안정시키고 리드하며 빅게임에 약하다는 인상을 지웠다. 인디애나폴리스 콜츠 소속이던 2007년 이후 9년 만의 정상이다.

매닝이 침착함을 유지한 반면 뉴튼은 자신의 일만 하기 바빠 보였다. 7차례나 색을 당하자 많이 지쳐보였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면 분을 삭이지 못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팀을 리드한다는 측면만 놓고 매닝과 견준다면 많이 부족해 보였다. 역대 슈퍼볼 사상 가장 많은 나이차(13세 48일)가 나는 쿼터백 대결은 레전드 매닝의 완승이었다.

쿠비악 감독은 1994년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덴버와 볼티모어 레이븐스 오펜스 코디네이터, 휴스턴 텍산스 감독을 거쳐 덴버의 지휘봉을 잡았다. 코치로서 슈퍼볼 3회 우승(29회, 32회, 33회)의 기쁨을 맛본 그는 탁월한 전략으로 감독으로서 처음이자 자신의 네 번째 슈퍼볼을 품에 안았다.

명장과 명 쿼터백, 그리고 철벽 디펜스의 궁합.

팬더스가 못한 것이 아니라 브롱코스가 잘해서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품었다고 본다.

■ 필자 오승준은?
1990년생. 189㎝ 145㎏. 부산 태생. 한국 미식축구대표팀의 오펜시브 라인맨이다. 쿼터백이 플레이할 여유를 만들어주는 포지션. 지난해 세계미식축구연맹(IFAF)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했다. 엘리트 유도선수 출신. 고교 때 미국으로 건너가 풋볼 선수가 됐다. "반드시 NFL 무대를 밟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LA 마로더스, 캘리포니아 샤크스를 거쳐 현재 서던캘리포니아(남가주) 코요태스에서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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