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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안방에서 사라진 시트콤, 그 오해와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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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안방에서 사라진 시트콤, 그 오해와 진실은?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7.19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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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기자] 시트콤이 사라졌다. 한때 안방극장을 주름잡던 시트콤의 전성시대는 2014년 현재 사실상 끝나버렸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지난 1998년 SBS '순풍산부인과'를 기점으로 일기 시작한 시트콤 흥행몰이는 SBS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2000~2002), MBC '하이킥 시리즈'(2006~2012)를 끝으로 완전히 멈춰버린 듯하다.

그 뒤 시트콤이 간헐적으로 나오긴 했으나 이들 작품처럼 시청률 20%대에 육박하는 히트작은 없었다. 그리고 요즘에는 시트콤 자체가 아예 없어져 버린 상황이다. 이처럼 시트콤이 사라진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시트콤이라는 장르를 소화할 전문 인재풀이 없는데다 시트콤에 대한 방송사들의 이중적인 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원맨쇼'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시트콤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다름아닌 김병욱 감독이다. 그는 1998년 '순풍산부인과'를 시작으로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하이킥 시리즈' 3편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방송가 시트콤의 대부로 군림해 왔다. 물론 김병욱 시대 이전과 동시대에 주목을 끈 시트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6년 방송된 '남자 셋 여자 셋', 2005년 방송됐던 '안녕, 프란체스카'(이상 MBC) 같은 시트콤들이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받긴 했다. 하지만 이들 작품은 관심을 끈 정도지 김병욱 감독이 만들어낸 시트콤 열풍과는 거리가 있었다.

2006년 방영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은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들로부터 공감과 사랑을 얻었다. [사진=MBC 제공]

김병욱 감독의 시트콤이 크게 히트치자 지상파 3사는 그를 영입하거나 너도나도 비슷한 스타일의 시트콤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엇비슷한 시트콤들은 이내 참신성이 떨어지면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고 동반 부진과 하락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당시 시트콤에 연기자를 지원하던 한 소속사 대표는 "김 감독의 시트콤은 스타 등용문이라는 말까지 얻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모든 소속사가 신인을 끼워 넣기 위해 노력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린 뒤 "같은 스타일의 시트콤이 우후죽순 생겨나다 보니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느껴 김병욱 표 시트콤이 더 이상 먹히지 않은 것같다"고 설명했다.

김병욱 PD는 최근 '감자별'로 색다른 시도를 했지만 '하이킥' 시리즈 만큼의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사진='감자별' 홈페이지 캡처]

결국 김병욱이라는 시트콤의 거장 한 사람에게만 크게 의존했던 취약한 구조가 요즘 시트콤이 사라지게 된 단초를 제공했다는 해석이다. 시트콤의 성패가 한 사람의 역량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실로 원맨쇼의 짙은 명암이 아닐 수 없다.

◆방송사의 홀대도 한몫했다

솔직히 요즘 시트콤의 퇴장을 김병욱 감독 한 사람의 원맨쇼 때문이라고 일방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김병욱 감독을 대신할 대타나 대항마 찾기에 실패한 방송사들 또한 상당부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김병욱 PD는 그간 수많은 히트작들을 연출했다. [사진=MBC 제공]

이는 그동안 방송사가 시트콤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 알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트콤은 드라마 장르임에도 드라마국이 아닌 예능국 편성이었다. 이것은 시트콤이 단지 하나의 예능으로 취급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열악한 지원 속에서 좋은 배우를 수급하거나 질이 좋은 작품성을 기대하는 것은 당초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이런 와중에 시트콤이 크게 인기를 얻은 것은 김병욱이라는 대가 덕택이었다는 설명도 가능한 것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솔직히 방송사들은 시트콤을 드라마로 생각하지 않으면서 그저 제작비를 깎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기억이 난다"고 털어놓은 뒤 "방송사들이 이런 취급을 했으므로 시트콤이 방송계에서 사라진 것은 당연할 수 있다고 본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보고 싶다 시트콤, 그 방법은 뭘까?

지상파 3사의 시트콤 장르가 명맥이 끊기자 아쉬움을 나타내는 것은 역시 시청자다. 시트콤을 통해 상큼 발랄한 웃음을 선물 받았던 시청자들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택할 수 없는 현실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온라인과 SNS를 통해 "예전 '순풍산부인과'나 '하이킥 시리즈' 같은 재미있고 참신한 내용의 시트콤이 부활하길 바란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시트콤의 부활은 어느 전문가 개인의 능력과 노력보다는 방송사의 적극적 지원과 뒷받침이 따라 줘야 가능하다"는 한 방송사 PD의 지적이 가슴에 와닿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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