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11 (금)
[인터뷰] 뮤지컬 음악감독 구소영, 삶의 찬란한 순간 사진에 담다
상태바
[인터뷰] 뮤지컬 음악감독 구소영, 삶의 찬란한 순간 사진에 담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20 0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뮤지컬 공연이 끝나고 출연진이 관객에게 인사한 뒤 무대 밑 오케스트라를 소개하며 박수를 치는데, 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사람이 바로 음악감독이다. ‘남자의 자격’으로 잘 알려진 박칼린이 국내 1세대 음악감독이라면, 2세대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김문정 원미솔 구소영 등이 꼽힌다.

 

◆ 2세대 뮤지컬 음악감독, 첫 사진전 '오늘, 여기, 지금' 개최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풍월주’ ‘드라큘라’의 음악감독, ‘아름다운 것들’의 연출자인 구소영(44) 음악감독이 사진작가로 데뷔한다. 첫 사진전 ‘Today, Here, Now’(19~25일·충무로 갤러리 토픽)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뮤지컬 작업 틈틈이 전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소박한 삶을 카메라에 담은 5년간의 여행기록이다.

“1년에 한 달, 길게는 세 달에 걸쳐 여행을 했어요. 이번 사진전엔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 스페인, 포르투갈, 핀란드 등 10개국의 여정이 추려졌고요. 사진을 찍으면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됐어요. 드라마를 해와서인지 사람들을 촬영하고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취향, 색감, 구도를 확인했죠.”

▲ 구소영 음악감독의 사진전 '오늘, 여기, 지금'의 전시작

그가 여행에 빠져든 건 그 무렵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뮤지컬이었고, 그토록 원했던 직업이었기에 한 치의 의심 없이 10년을 달려왔던 워커홀릭이 한계에 봉착했다.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3년 정도 일손을 놓다시피 했다.

“누구나 다른 삶은 없을까, 가슴 두근거릴 일은 없을까란 생각을 하잖아요. 저 역시 그런 순간에 직면, 3개월 동안 여행을 떠났어요. 평생 이 일을 할지, 안할지 고민에 빠져서요. 엄청나게 큰 깨달음을 얻을 줄 알았죠. 그런데 드라마틱한 일은 생기지 않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포르투갈의 한 해변에서 그물을 가지고 장난치던 모녀, 해변가를 거닐던 노부부를 보면서 ‘다들 하루하루를 견디면서 행복해지기 위해 묵묵히 살아가는 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 한계 봉착해 떠난 여행, 치유 겸 삶의 터닝포인트로 작용 

무대가 아닌 일상에선 극적인 일이나 반전이 생기진 않는다. 때론 자신을 충만하게 채우고, 때론 비워내면서 살아갈 뿐이다. 길 위에서 마주한 깨달음 그리고 삶의 찬란한 순간을 함께 나누고자 전시 제목을 '오늘, 여기, 지금'으로 정했다.

 

“‘여행이 기도다’란 말처럼 저를 발견했고, 비로소 저와 친해졌어요. 여행하면서 설렘, 두려움, 막막함, 외로움을 다 경험하잖아요. 그러다 결국 의지할 사람은 나란 현실을 깨닫게 되고요. 예전보다 더 나를 사랑하게 됐고, 사람들을 기다려주게 되더라고요. 제 삶의 터닝 포인트죠. 방전된 내 인생을 충전기에 갖다 꽂은 기분?”

고갈된 에너지를 채운 이후 변화가 찾아왔다. 인간관계에서 훨씬 여유로워졌고 많이 보고 느껴서인지 더 일에 집중하게 됐다. 특히 음악감독과 사진작가는 극명하게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 보완적 관계로써 균형을 잡아준다.

“음악은 청각, 사진은 시각에 의존하는 작업이에요. 음악감독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며 리드하는 직업이라면 사진작가는 혼자서 관찰하는 직업이고요. 지인의 소개로 뜻하기 않게 첫 사진전을 열게 됐는데 두 번째 전시를 한다면 다음 스텝에서 오는 울리과 이야기로 주제를 정해서 해보고 싶어요.”

◆ 전시, 음악회, 기부 결합한 '아주 작은 음악회' 곁들여져  

전시 기간 중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하는 갤러리 콘서트 '아주 작은 음악회'도 곁들여진다. 20일부터 24일까지 총 5일간 진행되는 이번 콘서트는 양준모, 송용진, 박혜나, 성두섭, 전성우, 양지원 박나래(스피카), 박호산, 윤석현 등 국내 정상급 뮤지컬배우가 참여한다.

이외 연주자 10명, 기획팀 2명 등 50여 명이 재능 기부로 참여해 구 감독을 응원한다. 콘서트는 무료로 진행되며 SNS 이벤트를 통해 매 40석의 관객을 초대한다. 사진전 수익금 및 관람객들의 기부금 전액은 강남 세브란스 병원의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쓰여질 예정이다.

▲ 여행에서 마주한 일상의 소박한 순간을 포착한 '오늘, 여기, 지금' 전시작

“제가 부자란 생각이 들어요. 얼굴 모르는 트친까치 참여해주는 걸 보고 사람들이 이렇게 가슴 따뜻하구나, 다시금 깨닫고요. 1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전시와 음악회, 기부가 결합한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해나가자고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 무대 위 음악 총괄하는 음악감독…"연출 및 창작뮤지컬에 관심 많아" 

음악감독은 작품의 템포 조절과 편곡, 오케스트라 구성 및 지휘, 배우 선발과 보컬 트레이닝 등을 책임진다. 한마디로 관객이 듣는 음악 전반을 총괄하는 디렉터다. 음악감독들도 각자 특화된 부분이 있다. 악기와 오케스트레이션에 강한 감독, 작곡에 탁월한 사람, 드라마적 구성에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 클래식이나 팝에 강한 사람 등으로 나눠진다. 드라마와 연출에 관심이 많은 구소영은 연출 감각 좋고, 창작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큰 음악감독으로 여겨져 왔다.

“오는 10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개막할 연극 ‘프랑켄슈타인’의 협력 연출로 참여하게 됐어요. 좋은 기회라 너무 설레고 고맙죠. 창작뮤지컬의 경우는 사명감 차원은 아니고요.(웃음) 제가 뭔가 창의적인 일을 할 때 눈이 가장 반짝인다고 하더라고요.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며 팀과 더불어 꿈꾸며 작업하는 게 설레고 행복해요. 라이선스 뮤지컬 작업 역시 대단한 일이지만 그런 즐거움은 적으니까 창작뮤지컬을 많이 해오지 않나 싶어요.”

 

음대에서 작곡을 비롯한 여러 음악을 공부한 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에서 합창지휘를 전공했다. 29세에 뮤지컬 업계에 진입, 2000년부터 음악감독 타이틀을 달았다. 한때 대학에서 뮤지컬학과 겸임교수로 강단에 섰던 그는 젊은 배우들의 멘토로 다양한 스터디 그룹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대 위에서의 발성, 호흡, 표현 등 숨 쉬는 법을 가르치는 거죠. 요즘 친구들은 어린 시절부터 뮤지컬을 보고 자라서 감각이 좋고 수용속도가 뛰어나요. 든든한 이들이 있기에 우리 뮤지컬이 풍성해지고 있으며 미래 역시 밝다고 확신해요.”

[취재후기] 구소영 감독이 추천한 최고의 여행지는 스페인. 가톨릭, 기독교, 이슬람의 영향으로 인해 각 도시마다 색깔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후와 음식, 사람들, 문화의 매력은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다. 특히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섬 중 하나인 그랑 카나리아는 필수 코스다. 아직 한국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곳은 원양어선의 전진기지라 한국 이민자들이 많은 아름답고 한적한 곳이다. 배달 자장면을 먹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