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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주' '좋아해줘' 강하늘과 윤동주의 운명적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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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주' '좋아해줘' 강하늘과 윤동주의 운명적 만남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6.02.12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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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오소영 기자 · 사진 최대성 기자] 최근 방송된 tvN 예능 '꽃보다 청춘' 속 강하늘의 모습에 놀란 이들이 적지 않다. 애교있고 싹싹한 모습은 그동안 '미생' '쎄시봉' '상속자들' 등에서 강하늘이 연기했던 까칠한 캐릭터와는 사뭇 달랐으니까. 

강하늘의 색다른 모습은 17일 개봉하는 영화 '동주'와 '좋아해줘'에서도 볼 수 있을 예정이다. 강하늘은 '동주'에선 윤동주 시인을, 세 커플을 다룬 옴니버스 '좋아해줘'에선 청각장애를 앓는 작곡가 이수호를 연기했다. 장르도 시대도 다른 두 작품에서 강하늘은 자신의 매력을 내보인다. 

인터뷰에서 만난 강하늘은 '꽃청춘'에서의 유쾌함처럼, 고운 심성이 천사같단 뜻에서 팬들이 부르는 별명 '마느리엘'처럼, 바쁜 일정에도 여전히 친절하고 쾌활했다.

▲ '동주' '좋아해줘' 강하늘

◆ '동주' 강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강하늘과 '동주'의 만남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강하늘은 '쎄시봉'에서 윤동주의 육촌동생 윤형주 역을 맡았고,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엔 그의 이름 '하늘'이 들어간다. 또한 자신을 '시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시인은 아니다. 시집도 내지 못했다"고 대꾸하는 청년 윤동주에게선, 스스로를 배우로 소개하지 않는 강하늘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10여 년간의 경력에도 여전히 '배우'를 달기 주저하는 스물일곱의 강하늘과, 끊임없이 자문하고 괴로워한 '동주'의 모습은 닮아 있다. 

이준익 감독의 '동주'는 계산의 흔적이 엿보이지 않는, 요즘 흔하지 않은 영화다. 언제 웃기고 울리겠다는 계산이 보이지 않고, 두 청년의 이야기가 그저 흘러간다.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을 했던 송몽규(박정민 분) 두 청년의 이야기는 오래된 책을 펼친 듯한 느낌이다. 부족한 제작비 때문에 흑백영화로 만들었으나, 이는 당시의 분위기를 자연스레 더하며 탁월한 선택으로 기능한다.

'동주'는 제작비 5~6억을 들여 19회차만에 찍은 작품이다. 현장은 돈독하고 유쾌했으나 그만큼 배우들에겐 최대치의 집중과 노력이 필요했다. 이제껏 윤동주 시인을 표현한 작품이 없었기에, 강하늘은 자신이 처음 연기한다는 부담감으로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일본어 대사를 소화하기 위해 집 화장실에까지 대사를 써붙였고, 이준익 감독이 추천하는 책을 읽으며 윤동주를 그려냈다. 감정표현부터 삭발, 억양 연기까지 소화한 후, 촬영 마지막날에는 박정민과 끌어안고 울며 그 고민을 내려놨다. 

▲ '동주' '좋아해줘' 강하늘

- 많은 스트레스와 고민으로 '동주'를 굉장히 힘들게 찍었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후련한가요.

▲ 강하늘: 촬영 끝나고는 후련했는데 개봉이 다가오니 마음이 또 그렇네요. 개봉하면 비판을 받아야 하니까요. 제 연기에 대한 비판은 아무렇지 않은데, '저게 윤동주 시인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한 거야?'라는 소릴 듣게 된다면 괴로울 것 같아서 긴장돼요.

- 윤동주 역을 처음 맡게 되는 입장에서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 같아요. 윤동주 시인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요. 

▲ 강하늘: 색을 빼려고 노력했어요.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는 게 싫었어요. '작품에 의도를 부여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다'던 감독님의 말씀이 와 닿았죠. 윤동주 시인님은 그 당시의 삶을 살다 갔는데 우리는 '저항시인'이라거나 어떤 사람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거예요. 최대한 색을 빼고, 그 시대에 살았던 시를 좋아하는 젊은이로만 보이면 좋겠단 마음이었어요.

- 처음 생각했던 '윤동주'의 이미지는 어땠나요. '동주' 촬영 후 변화가 있었나요.

▲ 강하늘: 예전부터 시집을 사서 꽂아뒀을 정도로 좋아하는 시인이었어요. 그런데 시를 통해 윤동주 시인님을 보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이미지가 생긴 거예요. 하얗고 천사같고, 거창하고 대단한 이미지. 그런데 대본을 읽어 보니, 실제 청년 윤동주는 그 시대를 살며 사랑, 열등감도 있었던 인물인데 제가 그걸 묵살하고 이미지를 만들었단 생각이 들었어요. '동주' 전후 바뀐 것이 있다면 예전엔 시인 윤동주를 좋아했는데 이후엔 인간 윤동주를 좋아하게 됐단 점이에요. 영화 '동주'가 그 모습을 조명했기도 하고요.

▲ '동주' '좋아해줘'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윤동주 시인의 시 중, 어떤 시를 좋아했나요. 그러고 보니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제목에 하늘씨의 이름이 들어가기도 하네요. 

▲ 강하늘: 사실 제 이름 '하늘'이 들어가 있어서 처음에 관심을 갖게 됐고, 시를 읽고 좋아하게 됐어요. 예전엔 '서시'나 '별 헤는 밤', '쉽게 씌어진 시'를 좋아했는데 영화를 찍은 후엔 '자화상'이 좋아졌어요. 시집에서 읽었을 땐 '그 사나이'가 윤동주 시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찍고 나니 송몽규란 인물도 대변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 이준익 감독은 하늘씨와 윤동주 시인의 외모가 닮았다고도 했죠. 

▲ 강하늘: 전 제 얼굴을 매번 거울로 보니 몰랐어요. 닮았나? 싶었는데 영화를 보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화면을 보니 아, 감독님이 이래서 닮았다고 하셨나 싶었어요. 외모가 아니라 사진에서 오는 분위기 같은 점에서요. 아주 조금, 분위기만요. 정민이형은 송몽규 열사님 사진과 복사 붙여넣기 수준으로 똑같았어요.(웃음)

- '배우'라고 스스로를 말하지 않는 모습과, 스스로를 '시인'이라고 하지 못하는 영화 속 윤동주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어요.

▲ 강하늘: 연기를 할 때 그 마음이 좀 들었어요. 원래 대본엔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아닙니다'였는데, 제가 해선 그런진 모르겠는데 그냥 그렇게 말이 나오더라고요. 윤동주 시인님은 시인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시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 '동주' OST도 직접 불렀는데, 영화가 끝나고 흘러나오니 여운이 상당하더군요.

▲ 강하늘: 감사합니다. 노래를 하는 게 득일까 독일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영화가 제 내레이션으로 끝나는데 제 목소리로 노래가 또 나오면 관객의 감정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요. 의견을 말씀드렸는데 감독님이 '걱정 마, 안 좋으면 안 써' 하셔서 '네, 제가 주제넘는 걱정을 했네요' 했죠. 하하. 많은 분들이 좋게 봐 주셔서 다행이에요. (부를 때 유의한 점이 있나요.) 기교를 많이 빼고 담백하게 부르려고 노력했어요.

▲ '동주' '좋아해줘' 강하늘

- 일제강점기, 그 시대를 살았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 강하늘: 음…. 진짜 모르겠어요. 얼마나 무거운 시대였는지 감히 가늠이 안 가요. 송몽규 열사님처럼 그렇게 용감하진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제가 맡은 자리에서 나름대로 노력은 하지 않았을까요.

◆ 동주·하늘의 친구들, 송몽규 박정민·문익환 최정헌

강하늘은 '동주'에서 친구로 출연한 박정민, 최정헌과의 친분이 실제로 두텁다. 강하늘은 박정민의 연기와 열정을 설명하며 감탄했고, 학과 친구로 절친한 최정헌이 언급되자 인터뷰 중 가장 밝은 표정을 지으며 기뻐했다.

- 송몽규 역의 박정민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 강하늘: 정민이 형과는 5년 전부터 친하게 지냈어요. 그런데 '동주' 촬영을 하면서 씬 관련 연기 얘기는 나눈 적이 없어요. 서로 믿고, 척하면 척 통했죠. 형이 연기한 송몽규가 너무나 뇌리에 깊게 남아서, 형과 연기하는 건 '동주'가 끝이었으면 좋겠단 생각도 들었어요. 나쁜 의미가 아니라, 형과 함께한 모습을 흑백영화처럼 남겨두고 싶은 거예요.

정민이형은 연기를 정말 치열하게, 절실하게 해요. 북간도도 실제로 다녀오고, 현장에서도 그렇고요. 안압이 올라서 핏줄이 터졌을 정도였죠. 저도 많이 배웠고, 연기 공부하는 친구들을 모두 데려와 배우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너무 고맙고 배울 점이었어요.

- 연기 공부하는 친구들… 실제 절친한 친구인 배우 최정헌이 문익환 역을 맡아 출연하기도 했잖아요.

▲ 강하늘: 우리 정헌이. 너어-무 행복했어요! 하하. 뭐랄까, 제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어요. 어떤 분들은 제가 도와줬다고 오해하시는데 아니에요. 그 친구가 오디션을 보고 붙어서 같은 작품을 하게 된 거고, 너무 반갑고 좋았죠. 모든 연기자가 늘 연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아르바이트나 다른 일을 하기도 하는데, 그걸 볼 때마다 친구로서 마음이 아팠거든요. 같은 작품에서 연기한다고 하니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동주' 예고편에 제 친구 정헌이가 한 두 장면 나와요. 그 부분을 캡처해서 보내고 '정헌아, 정말 좋다' 했죠.

▲ '동주' '좋아해줘' 강하늘

- 출연작 두 편이 같은날 개봉하죠. '좋아해줘'는 옴니버스 영화다 보니 '동주'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겠어요.

▲ 강하늘: 부담이 적었다기보단 제가 관객이 돼 보니 재밌더라고요. 다른 선배들의 장면은 잘 몰랐으니까요. 특히 주혁이형, 지우선배 커플이 재밌었어요. 저도 친구처럼 편한 연애를 꿈꾸거든요. 

'동주'는 정말 흥행을 떠나,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는 작품이에요. 내가 잊고 살고 있었던 과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거든요.

- 영화 홍보 일정과 SBS 드라마 '보보경심:려' 촬영을 병행 중이죠. 틈틈이 쉰다고 하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선 쉴 새 없이 일하는 것 같아요.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 강하늘: 체력은 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몸이 안 좋으면 영양제를 먹고 링겔을 맞아요. 아직까진 뭐, 정신을 못 차리겠거나 그 정도였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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