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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본색] (12) '응답하라1988' 반장 권은수, '들꽃'같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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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본색] (12) '응답하라1988' 반장 권은수, '들꽃'같던 성장기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6.02.12 11: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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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오소영 기자·사진 이상민 기자] 자체 최고 시청률 18.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1988'. '응팔'은 조연과 단역 캐스팅에도 남다른 신경을 기울여 보석같은 배우들을 시청자에 소개했다. 그중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 캐릭터 중 한 명이 덕선(혜리 분)의 같은 반 반장, 배우 권은수(28)다.

권은수는 '응팔' 외에도 지난해 개봉한 영화 '들꽃'과 드라마 '후아유-학교2015'에 출연했다. 조수향, 정하담과 함께 주연을 맡은 '들꽃'에선 가출 소녀 은수 역을 연기했다. 노란머리 은수는 무뚝뚝하고 책임감 강하지만 여린 속내가 숨어 있었다.

'응답하라1988'에서 맡은 반장 역은 덕선의 짝으로, 우수한 학업성적과 까칠한 성격, 간질 발작으로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모습을 연기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응답하라1988'은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들이 주연으로 출연했다. 그만큼 많은 배우들이 오디션을 봤으나, 소속사 없이 활동하고 있던 권은수는 '후아유' 촬영과 겹쳐 프로필을 돌릴 시간조차 낼 수 없었으나 반장 역으로 출연하며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풀었다.

▲ '들꽃' 권은수

◆ '응답하라1988' 덕선 짝 반장 역, 강한 존재감 발휘

- '응팔' 방송 후 반응이 어땠나요. 
분량이 많진 않았는데 많이 알아보셔서 놀랐어요. 데뷔를 19세 때 했는데, 지금까지 통틀어 가장 뜨거운 반응이었거든요. 친구와 길을 가는데, 어떤 분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시면 친구는 그 분을 찍어달라는 걸로 오해하기도 하고. '응팔'과 '내딸 금사월' 출연 시기가 겹쳤는데 각각 지상파, 케이블채널 시청률 1위다보니 많이들 알아보신 것 같아요.

- 이런 반응은 예상했나요.
사실 제 대본은 A4 3장 정도여서 분량이 많은지 몰랐어요. 제가 출연하는 부분만 알았지, 나중에 드라마를 보면서 반장엄마도 나오는지, 반장이 전교회장인지 알게 됐죠.(웃음) 반장 어머니 배우 분과도 만난 적이 없는데, '반장과 어머니를 닮은 사람끼리 캐스팅을 잘 했다'는 반응을 보고 신기했어요.

- '응답하라1988' 촬영 현장은 어땠나요.
다들 또래다 보니 학교 느낌이었어요. 학교가 매우 추웠는데 (이)세영 친구(왕자현 역)가 핫팩과 간식도 챙겨주고 해서 고마웠어요. 감독님도 굉장히 재밌으셔서 편한 현장을 만들어 주셨어요. 굉장히 놀랐던 게, 모든 배우의 본명을 부른다는 거예요. 두 번밖에 못 뵈었는데도 은수라고 이름을 불러주셔서 놀랐어요. 보통은 배역으로 부르실 텐데, 이름을 어떻게 아실까 놀라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어요.

▲ '들꽃' 권은수

◆ 2008년 '시선1318'로 데뷔, 9년차 배우 

독특한 것은 '응팔'처럼 권은수 또한 실제로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하기 전까지 반장을 맡았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학업과 연기 중 선택해야 했던 상황에서, 한 가지에 몰두하는 성격인 권은수는 학교를 그만두고 연기를 선택했다. 쉽지 않았을 선택에는 가족의 반대가 따랐으나 지금은 믿음직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후, 당시 10대를 받아줬던 유일한 극단에 들어가 아동극을 하며 연기를 배웠다.

권은수의 데뷔작은 2008년 개봉한 영화 '시선1318'이다. '시선1318'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청소년 인권에 대해 다룬 옴니버스 영화로, 권은수는 전계수 감독이 연출한 '유.앤.미'에서 역도선수 소영 역을 맡았다. 박보영, 손은서 등이 출연했던 이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등 당시 큰 관심을 받았다. 이밖에도 영화 '허들' '비공식 개강총회'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드라마 '피아노'의 조재현 선배님을 보고, 조재현 선배님의 영화를 다 찾아보게 된 거예요. 처음엔 연기를 하겠단 생각은 아예 없었고, 영화를 만들거나 촬영하고 싶단 생각이었어요. 카메라 배우려고 방송반 들어가고.(웃음)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연기를 하고 싶다고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길었던 것 같아요. '내가 어떻게?' 그런 생각이었거든요.

- 자퇴와 검정고시 결정엔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중학생 때부터 인터넷으로 오디션 정보를 많이 찾아봤어요. 연기를 배울 곳이 어딜까 찾다가 극단에 들어가게 됐죠. 수업 후 가서 연습했는데,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야간자율학습을 못 빠지게 된 거예요.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기를 하게 됐어요.

무대에만 서다가 단편영화를 찍으며 영상 연기를 했는데, 난감한 거예요. '목소리 좀 작게 하라'고, '정해진 공간에서만 움직여'라고 하시는데 어떡해야 하지 싶고. 안되겠다 싶어서 대학에 가서 연기를 더 배우게 됐어요.

▲ '들꽃' 권은수

- 데뷔 이야기가 궁금해요.
'시선1318' 오디션을 보러 충무로에 처음 가 봤어요. 오디션에선 연기를 했는지 안 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는데, 감독님이 팔씨름을 하자고 하셨던 게 기억나요. 팔씨름에서 졌는데, 다음날 연락이 와서 촬영하게 됐죠. 근데 제 생각보다 현장에 사람이 너무 많은 거예요! 이렇게 큰 작품인지도, 인권위에서 만든 건지도 아무것도 몰랐던 상황이었는데. 첫 영화에 영화제도 가 보고 기자회견도 해 봤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그렇게 다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큰 일이었죠.

- 워낙 데뷔작이 컸다보니 이후 행보와 관련해 기대를 했을 법도 해요.
처음에 너무 큰일들을 겪고 나니 기대를 하는 게 제게 너무 좋지 않단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늘 똑같이, 평소처럼 생각하려고 해요. 이번 '응팔' 때도 처음엔 많은 분들이 알아보셨지만 금세 예전과 똑같아졌잖아요. 그런 과거가 없었다면 실망했을 것 같아요. 관련해서 얼마전에 조희봉 선배께 물어보니 '그래, 늘 똑같은 게 좋은 거야' 하셨어요. 어른이 좋다고 하니 맞는 말 같아요.(웃음)

- 평소 연기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요. 짧게 나와도 강한 존재감이 있어요.

하나라도 잘하잔 느낌이 있어서 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원래의 제가 가지고 있는 비슷한 느낌으로 하려고 해요. '응팔' 반장이나 '써니'의 모습이나 실제의 저와 다르지 않아요.

◆ 트위터 활동 활발, 여성캐릭터 부족 아쉬워 

권은수가 존재감을 발휘하는 또다른 곳이 트위터다. 권은수는 자신을 언급한 트윗에 직접 관심글을 누르고, 리트윗해 많은 트위터 유저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 트위터 활동이 활발해요. 

심심하면 제 이름 검색해서 관심글 찍고…. 트위터엔 김꽃비 언니와 제가 늘 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한번은 뭘 썼다가 그게 리트윗이 많이 돼서 어, 이래도 되나 싶기도 했는데.

- '검은 사제들' 오디션 일화를 쓴 트윗이 많이 리트윗됐었죠. (권은수는 당시 삭발을 감수할 수 있느냔 질문을 받았다며, 삭발은 문제가 되지 않으며 그보단 상업작품에 여자캐릭터가 부족한 것이 아쉽다고 적었다)

사실 '들꽃' 때도 원래 삭발 설정이었어요. 그런데 스태프들의 반대와 '머리가 짧으면 머리채를 쥘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무산됐지만요.(*'들꽃' 속 은수는 자신을 감금,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서 도망쳐 염색머리가 눈에 띄지 않도록 후드를 쓰고 다닌다) '검은 사제들'의 캐릭터를 맡기 위해 20대 여배우들이 정말 많이 오디션을 본 걸로 알고 있거든요.

- '20대 여배우 기근'이란 말이 많지만 배우가 아니라 캐릭터가 없다고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네, 정말 여배우가 없는 게 아니라 여성 캐릭터가 그만큼 없다는 건데 아쉬워요. 넷플릭스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여자 교도소 이야기) 같은 작품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들기도 하고요.

▲ '들꽃' 권은수

- 기대와 욕심이 없다고 했지만, '들꽃'으로 장편영화 주연을 한 것도 그렇고 또다시 기대해 볼만한 타이밍 아닐까요? 올해 계획은 어떤가요. 

사실 기대를 하지 않고 지내는 게 제 멘탈엔 도움이 되지만 이런 자세가 맞는 건지는…. 흐흐. 하던 대로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요. 작년에 영화를 한 편도 못 했는데, 올해엔 좋은 영화를 만나고 싶어요.

[취재후기] 인터뷰를 위해 만난 권은수는 초면의 상대에도 친근한 태도가 돋보이는 매력적인 배우였다. 현재 권은수는 아르바이트와 연기를 병행하고 있다. 일하는 곳은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앞 카페로, 밴드 보컬인 친구가 운영하는 곳이다. 바리스타 권은수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인터뷰 장소 카페 릴리브(서울 용산구 이태원 26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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