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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② 양재봉 감독 "준비만 5년, 더 늦출 수 없어 결행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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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② 양재봉 감독 "준비만 5년, 더 늦출 수 없어 결행했죠"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21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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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맹 회장 사비로 훈련비 충당…좋은 성적으로 지원 이끌어낼 것"

[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수도 서울에 컬링 실업팀 하나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울에 컬링 실업팀을 만들기 위해 5년의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더이상 미룰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단 팀을 만들어놓고 좋은 성적을 올려 지원을 이끌어내기로 방향을 바꿨다."

양재봉(41) 서울시컬링연맹 감독은 '무보수 실업팀' 서울시컬링연맹의 창단을 주도한 일등공신이다. 무모한 것 같은 도전을 시작한 것도 모두 양 감독의 머리에서 나왔다.

서울시컬링연맹 전무이사도 맡고 있는 양 감독은 무려 5년 동안 실업팀 창단을 준비해왔다. 서울시청을 비롯해 전자회사, 의류업체 등과 접촉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거절 뿐이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컬링에 대한 기대치나 인식이 낮았다.

양 감독은 "더 늦기 전에 빨리 지금이라도 우리 나름대로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고 봤다. 더이상 늦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작했다"며 "훈련을 하고 좋은 성적을 올리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 국가대표에 뽑히면 훈련비와 수당이 나오기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양 감독이 서울에 실업팀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한 이유는 간단하다. 수도 서울에 컬링 실업팀이 없는 현실을 보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이성수 서울컬링연맹 회장의 사비로 훈련비를 충당하기로 했다.

▲ 양재봉 서울시컬링연맹 감독은 서울시청과 기업의 지원을 받기 위해 창단 준비작업에만 5년이 걸렸다며 컬링에 대한 무관심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양 감독은 "한달 훈련비만 400~500만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개인 교통비와 식비 등은 개인적으로 알아서 충당해서 규모를 줄였다"며 "한달에 150~200만원을 회장 사비로 받고 있다. 빙상장에서 훈련하는 순수비용만 받는다"고 밝혔다.

그래도 서울시컬링연맹에는 우수한 선수들만 모였다. 양 감독이 기대하고 있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그는 "정태연과 이재호, 김산, 장진영 등은 모두 우리나라에서 상위에 드는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라며 "정태연은 동계체전 우승과 대표 경험이 있고 이재호는 창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김산과 장진영은 어리지만 주니어 대표를 지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양 감독은 한국 컬링의 현실에 대해 큰 아쉬움을 표시했다.

양 감독은 "캐나다는 수영장보다 컬링장이 많다고 할 정도로 컬링 강국이고 일본 역시 시군에 컬링장이 하나씩 있을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정규 컬링장이 거의 없어 컬링장에 모여 훈련하기도 쉽지 않다. 또 외국과 비교했을 때 기업이나 지자체의 지원도 적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금 양 감독의 목표는 당장 내년 2월 동계체전과 4월 국가대표 선발전이다. 일단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호흡을 맞춰가면서 좋은 성적을 올려 기업이나 서울시청에 지원받을 수 있는 바탕을 다지는 것이다.

양 감독은 "사실 서울시청과 접촉하면서 공무원들로부터 '왜 이렇게 서두르느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그동안 시간을 생각하면 결코 서두른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일단 적극적으로 서울시청 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1년 팀 운영비로 5억원이면 된다. 5억이라는 금액이 크게 보이겠지만 팀을 운영하고 한 종목을 살리는데 있어 그리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 정태연은 서울시컬링연맹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갈등이 있었지만 미래를 보고 도전이 필요해 입단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 맏형 정태연 "마약과 같은 치명적인 컬링의 매력에 도전"

서울시컬링연맹에서 맏형인 정태연(42)은 "처음에 갈등이 있었지만 남자라고 하면 미래를 보고 모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팀에 합류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컬링이라는 스포츠를 처음 접했을 때는 생소했지만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마약과 같은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스포츠"라며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 금방 결심을 했다. 주위 걱정도 있었지만 가족들의 응원이 힘이 됐다"고 말했다.

대구에 가족들을 남겨두고 단신으로 서울에 올라온 정태연은 "1주일에 2~3회 훈련을 하고 남는 날에는 일용직으로 일하고 주말에 강습회 강사로 뛰면서 대구에 생활비를 보내준다"며 "모두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다. 힘들어도 가장이니까 참고 해낼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또 정태연은 "한달을 맞추고 신세계-이마트배 대회에 나갔다. 실력이나 팀웍이 미비해 성적을 내지 못했다"며 "9월에 회장배 대회가 있고 시즌도 시작된다. 대회를 치르면서 호흡을 맞춰 내년 2월 전국체전과 4월 대표선발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 현재 서울체고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이재호는 꾸준히 경험을 쌓는다면 내년 전국체전과 대표선발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이재호 "조건 따지기보다 무조건 하고 싶었다"

이재호(38)는 현재 서울체육고등학교 코치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를테면 '1인 2역'을 하는 셈이다. 물론 서울체고로부터 모든 허락을 받고 시작했다.

이재호는 "결심이 쉽지 않았다.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지만 정석대로 가는 실업팀이 아니지 않느냐"며 "그러나 조건을 따지는 것보다 무조건 하고 싶었다.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선택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재호는 "코치는 코치대로 일하면서 개인 시간을 쪼개 하는 것"이라며 "지난번 신세계-이마트배 대회는 생각보다 성적이 괜찮았다. 당장의 성적에 연연하기보다 더 좋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고 도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대회에 꾸준히 참가해서 성적을 낸다면 내년 대표선발전에서는 결승까지는 나가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목표는 아니다"라며 "다만 지금과 같은 생활이 길어지면 선수들 스스로 지쳐갈 수도 있다. 위에서 알아서 처리해줄 것이라 생각하며 다른 생각하지 않고 훈련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김산은 서울시컬링연맹이라면 컬링에 올인할 수 있겠다는 단호한 결심을 하고 입단을 결정했다. 그의 목표는 대표선발전에서 뽑혀 2017년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이다.

◆ 장진영-김산 "10년째 함께 하고 싶은 친구와 의기투합"

동갑내기 장진영과 김산(22)은 10년째 같은 팀에서 컬링을 하고 있다. 의정부중,고교를 거쳐 숭실대까지 계속 한 팀에서 뛰었다. 그러다보니 함께 서울시컬링연맹에 들어오게 됐다.

장진영은 "다른 실업팀보다 10년동안 동고동락했던 친구와 함께 뛴다는 것이 좋았다"며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김산 역시 "컬링은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 하는 것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거든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무보수 실업팀 선수라는 것은 큰 제약이다. 하지만 젊은 패기가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됐다.

김산은 "주위의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이 팀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단호하게 결심을 밝혔다"며 "일단 2017년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이 목표다. 대표선발전에서 뽑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게 되면 병역 혜택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장진영은 10년동안 동고동락했던 친구 김산과 함께 뛸 수 있게 돼 호흡 측면에서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해 서울시컬링연맹을 선택했다. 그는 컬링이 자신의 심장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장진영도 "군대를 다녀오면 생각이 현실적으로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이 도전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했다"며 "실업팀에 들어온만큼 컬링에 모든 것을 바치려고 한다. 컬링은 내 삶 자체이며 심장"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또 김산은 컬링이 결코 쉬운 종목이 아니라며 일부 편견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산은 "생각보다 체력이 많이 필요한 스포츠다. 1경기를 치르면 보통 3시간이 걸리고 하루에 2~3경기를 할 때도 있다"며 "스위핑할 때마다 왕복 80번 이상 얼음판을 닦기 때문에 복근의 힘이 중요하다. 웨이트 트레이닝이 상당히 중요한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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