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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역습, 안방극장의 득과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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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역습, 안방극장의 득과 실은?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4.07.2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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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이예림 기자] 이방인의 놀라운 역습이다. 요즘 안방극장에서 외국인들이 맹활약하는 것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과거에 비해 그 분야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그 역할과 비중도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신토불이들의 자리가 좁아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과연 외국인들의 안방 접수를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일까?

과거에도 그랬듯이 단지 일시적인 유행으로 봐야할까. 아니면 국제화 시대에 한국의 배우와 콘텐츠가 해외로 수출되는 것처럼 외국인의 안방극장 공략을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요즘 외국인들의 안방극장 진입은 확실히 과거와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선 요즘 예능계는 ‘외국인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외국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과거에도 외국인을 앞세운 예능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KBS 2 '미녀들의 수다'(2006년 11월 26일 ~ 2010년 5월 3일)가 큰 인기를 끌었던 바 있다. 각국 미녀들이 한국과 외국의 차이점을 말했던 단순한 구성과는 달리 요즘에는 방송사의 프로그램 포맷도 다채로워졌고 외국인의 역할도 커졌다.

샘 해밍턴(왼쪽)과 헨리는 '진짜 사나이'를 통해 스타로 거듭났다. [사진=MBC/SM엔터테인먼트 제공]

MBC 예능프로그램인 ‘진짜 사나이’의 시청률 일등공신은 호주에서 온 샘 해밍턴과 대만계 캐나다 출신 아이돌 헨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방송 초기 ‘호주형’ 샘 해밍턴은 ‘다나까체’만 써야 되는 군대에서 ‘~요’로 말을 끝내는 습관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다. 자연스레 샘과 ‘요’를 지적하는 분대장 사이에 대립 구도가 펼쳐져 극의 흥미를 배가했다.

지난 2월16일 합류한 헨리는 첫 출연만으로 시청률을 2.2%p 끌어올렸다. 당시 기존 멤버 류수영, 손진영, 장혁이 프로그램을 하차해 많은 시청자들이 리모컨을 돌리려고 하던 상황이었는데 군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요가 매트, 선글라스를 챙기고 PX 매점에선 총을 살 생각에 신이 난 헨리의 모습은 기존 시청자들은 물론, 군대에는 관심이 없던 여성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았다. 당시 시청률은 16.2%(2월 9일 방송분 14.0%)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방송이 나간 뒤 헨리의 캐스팅은 ‘신의 한 수’라는 호평을 담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인들에게는 나올 수 없는 헨리의 멘트와 과한 제스처, 그리고 리액션은 매주 방송이 나갈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종편채널 JTBC 예능 ‘비정상회담’은 현재 2회까지만 방영했지만 ‘핫’ 하기 이를 데 없다. 샘 오취리(가나), 기욤 패트리(캐나다), 제임스 후퍼(영국), 알베르토 몬디(이탈리아), 장위안(중국) 등 11개국에서 온 외국인들의 화끈한 입담은 안방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최근 방송에서는 ‘부모로부터의 독립’ ‘혼전 동거’ 등의 주제에 대해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며 눈길을 끌었다. 지난 14일 방송분에서 패널들은 순결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 특성상 방송에서 동거 경험을 직접 말하기에는 껄끄러운 주제임에도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주저 없이 밝혀 공론화하는 데 힘을 보탰다.

외국인들의 안방극장 접수는 예능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오는 23일 첫 방송되는 케이블채널 tvN 수요드라마 ‘황금거탑’에는 샘 오취리와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던 구잘이 캐스팅됐다. 프랑스 출신 탤런트 파비앙은 최근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케이블채널 스토리온 ‘트루 라이브 쇼’ 출연에 이어 배우 김새론이 나오는 KBS2 금요드라마 ‘하이스쿨 러브온’에서 인기 만점인 원어민 선생님 필립 역을 맡았다.

샘 오취리(왼쪽)과 파비앙은 최근 드라마까지 접수했다. [사진=스포츠Q 최대성 기자/(유)하이스쿨문화산업전문회사 제공]

외국인들이 방송계에서 러브콜을 많이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새로울 것이 없는 예능 프로그램 포맷 안에서 한국인과는 다른 외모에다 파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외국인은 남다른 상품가치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더욱이 요즘 지상파와 케이블 그리고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사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외국인으로 예능 수혈을 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샘 해밍턴과 헨리는 성공적인 케이스다.

여대생 강민지(24)씨는 “‘비정상회담’을 보면서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알게 됐다."고 말한 뒤 "외국인 출연자가 나오면 일단 무슨 말을 할지 관심이 쏠릴 뿐만 아니라 기존 예능 프로그램들과는 달라 진부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정상회담'에서는 11개국에서 온 출연진이 안건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표현한다. [사진=JTBC 홈페이지 캡처]

한 대중문화 평론가는 외국인의 안방극장 공략에 대해 "한국 배우는 물론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해외로 수출되듯 이제 우리 안방극장도 외국인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미 아이돌 그룹에는 닉쿤과 헨리, 페이와 민, 빅토리아 등 외국인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에도 완전 적응했다. 그리고 요즘 TV에 얼굴을 비추는 외국인들의 경우 한국인보다도 더 한국말을 잘하는 등 남다른 끼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제 2의 샘 해밍턴과 제2의 헨리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강세가 방송의 다양성 차원에서는 반길 일이지만 국내 연예인들의 입지 축소라는 결과를 빚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이방인의 안방 습격이 국내 방송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앞으로 지켜볼 대목이 아닐 수 없다.

pres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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