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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과 도전의 아이콘, 방송가 대세남 '경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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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과 도전의 아이콘, 방송가 대세남 '경계인'
  • 안은영 편집위원
  • 승인 2014.02.18 08: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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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ㆍ문재오빠ㆍ김민종 김주혁, 이색 이미지 매력 발산

[스포츠Q 안은영 편집위원] 세계를 구분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즉각적인 것은? 선을 긋는 것이다. 하나의 선을 경계로 다른 세계가 된다. 땅에 쳐놓은 선 하나로 남과 북이 분단되고, '폴리스 라인' 하나만으로도 안전한 이곳 너머 저쪽은 흉포한 범죄가 있었던 곳임이 설명된다. 마음에 긋는 선 하나로 어제까지 쭉쭉 빨던 애인이 타인보다 못한 존재가 된다.

그러다보니 경계에 선 모든 것은 불완전하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자신의 준거를 설명하는 사람들을 경계인이라 부른다. 요즘 그 경계인들이 방송가에 의미있는 선을 긋고 있다. 웬일일까. '대세' 허지웅은 가장 매력적인 경계인이다. 케이블방송 tvN '썰전'과 종편 JTBC '마녀사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중이다. 성시경과 함께 광고를 찍더니 공익광고를 추가하면서 센 입김을 과시했다.

▲ '마녀사냥'의 허지웅(왼쪽)과 '개그콘서트'의 문재오빠[사진=JTBC, KBS]

세를 몰아 소설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이라는 저작물을 이력서에 얹었다. 그의 본류는 영화전문지 출신 기자지만 출연하는 방송의 내용상 자신의 경력을 살린 경우는 없다. '썰전'은 동네방네를 떠도는 이슈들을 모아 '썰'을 푸는 프로고, '마녀사냥'은 연애심리를 파헤치는 예능프로다.

두 곳 모두에서 그는 분석력, 언변 등 지적 능력 외에 허지웅 자체의 매력으로 시선을 끈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방송이 만들어낸 이미지에 빚지지 않겠다는 태도다. 불우했던 과거, 성적 소수자의 경계에 섰던 경험, 이혼사실 등을 드러낸다. 자신이 선 지점을 영리하게 파악하고 도를 넘기지 않는다. 낙관도 비관도 없이, 기자도 평론가도 아닌, 성욕은 잃었으나 취향과 주장은 확실한, 시니컬하고 공격적인 방송 유목민. 시청자가 열광하는 허지웅의 경계다.

K2TV '개그콘서트'의 '두근두근' 코너에 등장하는 문재 오빠(이문재) 캐릭터는 시작부터 사랑과 우정 사이의 경계를 모티브로 했다. 이 코너에서 문재 오빠는 달달한 고백 같은 거 할 줄 모르는 투박한 남잔데,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곁에 머물러 왔다. 이젠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나만의 여자로 만들고 싶지만 번번이 때를 놓친다. 여자도 싫지 않은 눈친데 언제 고백할 지 타이밍을 모르겠다.

아일랜드 록밴드 크랜베리스의 '오드 투 마이 패밀리'가 러브송으로 둔갑하는 순간, 시청자의 심장이 화악 달아오른다. 그리고 딱 거기서 끝난다. 사랑의 시작은 상상과 착각이다. 이 판타지를 들었다 놨다하는 것이 코너의 묘미다. 문재 오빠의 달달한 속마음을 엿보면서 무수한 모태 솔로들의 착각(예컨대 '홍길동 선배도 나한테 저런 마음인 걸까?' 등등)이 피어날 것을 생각하면 좀 잔인한 코너이기도 하다만.

허지웅은 존재로, 문재오빠는 캐릭터로 경계인을 표현했다면 MTV '사남일녀'와 K2TV '해피선데이-1박2일'에 출연중인 김민종과 김주혁은 예능프로의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 '사남일녀'의 김민종(왼쪽)과 '1박2일'의 김주혁[사진=MBC, KBS]

예능프로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던 마흔 줄의 싱글남이 '주연배우'라는 틀을 벗고 시청자 또는 대중과 직접 부딪히면서 성장해간다. 주어진 대본 안에서 생활해온 배우가 대본은커녕 덩그마니 외진 곳에 찾아가 방송분량을 담아내야 한다. 격정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며 탄탄히 다져온 훈남 배우 이미지는 웃길 줄 모르고 변죽도 없는 '예능 지진아'로 탈바꿈했다. 이들이 한 끗 차이의 경계에서 무참히 구겨질 때 시청자는 탄식한다, 낄낄거리며 즐겁게, 반가워하면서.

경계는 세상을 나누는 표식이면서 넘어가고 싶게 만드는 유혹과 도전의 장치다. 경계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답답하고 애매하던 것이 짜릿하게 열리니, 경계는 넘나들고 볼 일이다.

wonhea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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