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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컬링의 끝나지 않은 도전, 평창에선 '우생순' 신화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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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컬링의 끝나지 않은 도전, 평창에선 '우생순' 신화 쓴다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2.18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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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메달권 진입 실패했지만 올림픽 데뷔무대에서 값진 경험 얻어

[스포츠Q 강두원 기자]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 개막하기 전, 온 국민의 관심은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따낸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그리고 김연아에게 집중돼 있었다. 그밖에 변변한 경기장조차 없이 어렵게 운동을 지속하던 봅슬레이와 스키점프 선수들에게도 격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컬링. 스톤이라 불리는 무게 19kg, 지름 30cm의 돌을 요리조리 돌려가며 굴리고 빗자루처럼 생긴 브룸을 이용해 얼음판을 사정없이 닦아내는 종목. 마치 체스 같기도 하고 당구 같기도 한 컬링에 관심을 쏟은 국민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소치올림픽이 종반을 향해 치닷고 있는 시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종목은 바로 컬링이다. 치밀한 전략과 '헐', '얍' 등의 구호를 비롯해 올림픽무대 데뷔라는 것이 무색할만큼 훌륭한 실력까지 더해지며 국민들은 컬링이란 종목에 점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값진 경험 얻어 

한국선수단 내에서는 급성장한 여자컬링팀의 실력으로 볼 때 메달권 진입까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내놓기도 했지만 한국 컬링으로서는 올림픽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 자체가 역사를 써내려가는 것이었다.

그런 그들이 세계랭킹 9위인 일본을 12-7로 제압하며 첫 경기부터 승리를 따냈다. 올림픽 데뷔무대에서 그것도 한일전에서 1승을 거둔 것이다. 기세가 올랐다. 올림픽 첫 출전에 4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올림픽의 벽은 높았다. 2차전에서 세계랭킹 4위 스위스에 6-8패, 3차전에서 세계랭킹 1위 스웨덴에게 4-7패를 잇따라 맛봐야 했다.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끈질긴 집념을 보여줬지만 승리를 거두기엔 투혼만으로는 조금 모자랐다.

그래도 한국 여자컬링팀은 포기하지 않았다.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얻은 개최국 러시아를 8-4로 제압하면서 2승2패를 기록, 4강 진출의 희망을 다시 이어갔다.

그리고 이어진 중국전, 여기서 이기면 4강 진출 가능성이 한결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국은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실망스러운 경기 끝에 3-11로 완패했다. 영국과 덴마크에도 연달아 패하며 사실상 4강행은 물건너갔다.

17일 미국과의 8차전을 11-2로 승리했지만 돌아온 것은 예선탈락 확정. 메달의 꿈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18일 캐나다와 예선 마지막 9차전에서도 4-9로 패했다.

◆ 4년 뒤 평창에서 또 다른 '우생순' 신화 도전

초반 기세를 살리지 못하고 4강까지 진입하지 못한 한국 여자 컬링팀이지만 아무런 수확 없이 소치올림픽을 마감한 것은 아니다.

1승도 아닌 3승(6패)을 거둔 것은 분명 역사에 길이 남을 성적이다. 올림픽 첫 출전에 그것도 가장 낮은 세계랭킹의 한국이 자신들보다 월등한 실력을 가진 팀을 상대로 승리를 쌓았나갔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성적이다.

또한 좋은 성적과 더불어 뜨거운 관심도 얻었다. 그야말로 무관심 속에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지금은 컬링이라는 종목뿐만 아니라 컬링선수들까지도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이외에도 여자컬링팀의 환경과 선수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더욱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여자컬링팀의 스킵(주장) 김지선(27)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출신으로 중국으로 컬링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한동안 소속팀을 찾지 못해 떠돌이 신세가 된 적도 있다.

출중한 실력과 더불어 귀여운 외모로 주목을 받은 이슬비(26)는 고교 때까지 컬링 선수로 활약했으나 팀이 해체돼 선수생활을 포기하고 유치원 교사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맏언니 신미성(36)은 팀을 위해 출산을 미뤘으며 김은지(24)는 대학교를 중퇴하면서까지 팀에 합류했다.

환경 역시 열악하기 짝이 없다. 한국에 컬링전용경기장은 경북 의성컬링장과 태릉선수촌 내 컬링경기장, 단 2곳뿐이다. 9전 전승으로 예선 라운드 1위를 차지한 캐나다는 전용컬링장만 1000개가 넘는다.

그렇지만 포기는 없다. 이번 올림픽에서 충분히 강호들과 맞설만한 실력과 가능성을 확인했으니 지원만 갖춰진다면 메달권에 진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비록 소치에서 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4년 후 평창이 기대되는 여자컬링팀이기에 확실한 지원과 준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핸드볼대표팀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우생순' 신화를 이룩했던 것처럼 한국 여자컬링팀도 평창에서 또 하나의 '우생순' 신화와 함께 감동스토리를 완성해낼 지 벌써부터 4년 뒤가 기다려진다.

kdw09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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