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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싱어](2) 90년대부터 지금까지, '마음과 마음' 임석범과 포크 음악을 말하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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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싱어](2) 90년대부터 지금까지, '마음과 마음' 임석범과 포크 음악을 말하다 (인터뷰)
  • 연나경 기자
  • 승인 2016.02.16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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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서정적인 가사와 어쿠스틱한 연주, 자유로운 발상을 기반으로 한 포크는 60년대 태동, 70년대 안착 뒤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새로운 음악들이 유입되면서 포크음악은 '비주류'가 됐다. 하지만 2000년대, 장르를 규정짓지 않고 융합과 분리를 보여주며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등장하면서 다시 포크 음악은 우리의 삶에 잔잔하게 묻어났다.

[스포츠Q(큐) 연나경 기자·사진 최대성 기자] '대학생들의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포크 음악은 90년대, 그리고 우리가 살고있는 현재에 다른 모습으로 스며들었다. 태동기부터 전성기까지를 정리해줬던 '마음과 마음'의 멤버 임석범을 만나 전성기 이후의 포크 음악에 대해 이어서 이야기를 나눴다.

◆ 90년대, '서태지'의 일렉트로니카 음악이 포크에게 미친 영향은?

▲ '마음과 마음' 임석범

1990년대 한국은 대중음악의 전성기를 맞았다. 음반이 100만 장 팔리는 시대가 열렸고, 200만 장이 팔리는 음반도 볼 수 있었다. 포크 음악을 했던 가수들에겐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시기였다.

1989년도부터 시작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도 포크를 기반으로 음악을 하는 가수들이 나왔다. 1990년 대상 수상자인 '거리풍경'의 고찬용이 대표적인 예였다.  하지만 1992년 1집 '난 알아요'로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서태지와 아이들이 기존 가요와는 다른 파격적인 시도를 하면서 인기를 얻게 됐고, 이는 포크음악, 발라드 음악을 홍보했던 프로덕션에도 영향을 끼쳤다.

"1990년대에는 각 지역에서 활약하던 가수들이 스타가 된 경우가 많았어요. 신승훈 같은 경우는 대전에서 노래를 주로 하다가 가수로 데뷔한 케이스였죠. 변진섭의 경우는 라이브 카페였던 쉘브르에서 노래를 부르다 가수가 됐고요. '유재하 경연대회' 같은 의미 있는 가요제를 통해 포크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가 배출되는 경우도 많았고요."

"1992년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면서, 일렉트로니카 음악들이 인기를 얻게 됐어요. 그 일렉트로니카 음악들이 포크 음악이랑 발라드 음악에 큰 타격을 줬었어요. 프로덕션을 운영하는 오너들 생각에는 서태지가 당시 했던 음악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 보니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프로모션해야 하는가, 하던 대로 포크음악과 발라드음악을 프로모션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거예요. 일렉트로니카 음악이 포크음악, 발라드음악에 비해 반응이 훨씬 빠르다는 인식이 있었거든요."

◆ 최근, 포크(Folk)는 남아있으나 장르의 구분 없어

▲ '마음과 마음' 임석범

1999년, 한국 포크는 30주년을 맞이했고 일각에서는 공연과 음반을 통해 포크를 부활시키려는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해외에서 유입된 힙합 음악과 록 음악이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그 후, 포크음악에는 두 가지 변화가 생겼다.

"첫 번째는 포크 음악을 하는 가수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면서 가수들이 방송국이 아닌 라이브 카페를 전전하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원래 명동, 대학가, 무교동에 자리했던 라이브 카페들이 근교로 이동했죠. 미사리를 비롯해서 여러 군데 생겼고요. 과거에는 대중이 사랑하던 장르였다면, 지금은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음악으로 인식되는 것 같아요."

"두 번째는 포크음악의 정의와 경계가 희미해졌다는 점이에요. '포크 아티스트'가 있다고 하는 것 보다, 다양한 장르를 노래하는 사람들이 '포크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편할까요? 홍대 앞에 가면 기타 메고 앰프 들고 나와서 버스킹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들도 어찌 보면 포크 음악을 하고 있는 거예요."

두 가지 변화와 방향이 조금 다른 포크 음악의 변화는 앞서 시상식에 포크 음악과 관련된 분야가 생긴 것이었다. 2014년 한국대중음악상(이하 '한대음', 2015년 시상) 장르 분야에 포크 영역이 신설된 것이 대표적인 예로, 그해의 최우수 포크 음반은 김사월X김해원의 '비밀', 포크 곡은 권나무의 '어릴 때'였다. 임석범 씨는 포크 영역 신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치면서도 걱정을 드러냈다.

"'포크 영역'이 신설됐다고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기타를 들고 등장해 오디션을 보는 참가자들을 보는 것 만큼이나 반가운 소식이죠. 다만 한가지 바라는 건 한대음악에서 포크 음반과 노래를 선정하고 상을 주는 게 단지 시상식의 몸집을 키우기 위한 것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 포크 음악의 미래는? '다변화'

▲ '마음과 마음' 임석범

과거 태동기부터 전성기의 포크가 사랑과 자유, 낭만에 대해 노래했다면 지금의 포크는 그때보다 훨씬 넓은 감성의 폭을 가지고 있다. 다만 지금의 음악시장은 '새로운 것을 하느냐, 그렇지 않냐'라는 지리한 싸움의 연속이다. 이 과정에서 임석범 씨는 '과거에 나온 아름다운 멜로디'를 이유로 포크 음악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했다.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는 과거에 모두 나왔다고 생각해요. 지금 음악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노래들은 후크송이 많고, 사람들에게 각인을 시키려고 하죠. 단언컨대 지금 현재 나이와 세대를 초월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은 포크 음악 뿐이에요. 여전히 파업현장과 노동현장에서는 포크 음악이 들리고, 그것들이 사람들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어요."

'포크'라는 미래가 과거보다 희망적인 지금, '포크'를 수공예품같은 음악이라고 말하는 임석범은 포크음악의 미래를 어떻게 단정지을까. 그에게 포크란 '다변화'의 결과물이었다. '다변화'란, '일의 방법이나 모양이 다양하고 복잡해짐. 또는 그렇게 만듦'이라는 뜻이다.

"포크음악을 정의할 때 악기를 어떻게 써야 하고, 어떤 코드로 전개를 해야 하고를 말하는 시기가 지난 거지, 계속 음악을 했던 사람들은 포크 음악을 하게 될 거예요. 장르가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그 가수가 부르는 곡에 따라 포크 가수가 되기도 하고 발라드 가수가 되기도 하겠죠. 때론 세미 트로트를 부르는 가수로도 보이지 않을까요?"

[취재후기] '마음과 마음'의 임석범을 만나기 전엔 포크 음악이라는 용어 자체가 낯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와 대화를 나눈 뒤, 내가 수 년간 듣고 좋아하던 음악들 속에도 포크음악이 '녹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모님 세대를 대변한다고 생각했던 포크 음악이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하는 장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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