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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자 갖춘 구리시 리틀야구단, 부러움의 대상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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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자 갖춘 구리시 리틀야구단, 부러움의 대상이 되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7.22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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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전폭적 지원과 우수 자원 아우러져, 구리시장기 제패

[300자 Tip!] 리틀야구가 중흥기를 맞았다. 156개 팀이 정식 등록돼 있고 5개 팀이 창단을 준비중이다. 13세 이하와 12세 이하 대표팀은 내달 펼쳐지는 월드시리즈에 나선다. 한 달에 한두 번 꼴로 열리는 전국대회에는 100개 안팎의 팀이 나와 자웅을 겨룬다. 저마다 챔피언을 꿈꾸며 치열한 혈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경기 구리시는 2009년부터 매년 1회 이상 정상에 오르고 있다. 비결이 무엇일까. 단순히 선수가 좋은 것 말고도 이유가 있었다. 3박자를 고루 갖췄기 때문이었다.

[장충=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구리의, 구리를 위한, 구리에 의한 날이었다. 경기 구리시 리틀야구단이 경사를 맞았다.

구리시는 지난 21일 장충 리틀구장에서 열린 제15회 구리시장기 전국리틀야구대회 B조 결승전에서 선발 박윤오와 구원 최요인의 무실점 역투로 동래구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3-0으로 승리, 우승컵을 들었다. 지난 3월 열린 제4회 스카이라인기 제패에 이은 올 시즌 두 번째 우승이다.

▲ 우승을 확정지은 구리시 리틀야구단 선수들이 한꺼번에 모자를 던지며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이번 대회 우승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13세 이하 대표팀에 차출된 주축 중학생 선수들인 김민우, 고영선(이상 13) 없이도 끈끈한 조직력을 내세워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야구광 박영순 구리시장을 비롯해 구리시 체육회 직원들이 출동한 가운데 치러진 결승전에서 짜릿한 영봉승을 거둬 기쁨은 두 배가 됐다. 시상에 나선 구리시 관계자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구리시가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는 단순히 성적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 글러브만 있으면 야구할 수 있다, 전국 유일 시립 리틀야구단

구리시 리틀야구단은 1996년 5월14일 전국 최초로 자치단체 주관하에 창단됐다. 현재까지도 시립으로 운영되는 리틀야구단은 구리가 유일하다. 인천 남동구만이 구립으로 운영되는 정도다.

▲ 구리시는 경기 초반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선취점을 뽑은 후 이를 잘 막아 우승컵을 들었다.

리틀야구단은 대부분 학부모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으로 운영된다. 반면 구리시는 지자체에서 감독과 코치의 보수를 지급할 뿐 아니라 선수들이 훈련하는데 필요한 모든 물품을 지원한다. 매년 속초로 전지훈련도 보내고 있다.

구리시 체육진흥팀의 이운규(52) 팀장은 “성인 직장부 운동선수들처럼 운영한다고 보면 된다”며 “다른 리틀팀 학부모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고 웃어보였다.

김지용(12)의 아버지인 학부모 대표 김호희(44) 씨는 “선수들이 글러브만 들고 가면 야구를 할 수 있다. 부모들의 부담이 덜하다”며 “운영해 나가기 수월한데다 성적까지 좋으니 부모들에게 크게 어필이 되는 팀”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찬민(35) 감독 역시 “운동시키다보면 한두 푼 드는 것이 아니지 않나. 선수가 비용 문제로 운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생기는데 반해 구리시는 그럴 일이 없다”라며 그들만이 가진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 정찬민 감독이 결승전에 임하기 전 선수들을 불러 모아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 야구명문도시를 꿈꾼다, 리틀은 든든한 뿌리 

구리는 인창중과 인창고로 알려진 학교다. 윤석민(볼티모어), 윤석민(넥센), 오재일(두산), 윤희상(SK) 등이 인창중 또는 인창고를 졸업했다. 안치홍(KIA)은 리틀야구단 출신이다.

구리 리틀야구단을 졸업한 선수들은 인창중학교로 입학하게 돼 있다. 인창중을 졸업한 선수들은 대개 인창고로 진학한다. 수직화된 시스템이다.

시는 1996년 리틀야구단 창단에 이어 1년 뒤 인창중학교에 야구부를 만들어 11명 전원을 장학생으로 인창중에 입학시켰다. 2000년 3월에는 인창고 야구부가 문을 열었다. 내친 김에 이해 구리시장기 리틀야구대회까지 개최했다.

▲ 박영순 구리시장은 결승전 현장을 찾아 구리시의 선전을 기원했다.

구리 리틀야구단은 2009년부터 매년 1회 이상 우승을 하고 있다. 정찬민 감독은 1회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 진용을 바꿔 저학년들 위주의 라인업을 꾸려 경기에 나선다. 지속적인 성적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이운규(52) 팀장은 “대내외적으로 야구 명문도시로 알려지는 것이 시의 브랜드를 알리는데 크게 기여한다고 본다”며 “야구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리틀은 그 뿌리다”라고 설명했다.

◆ 지도자를 믿는 열정적인 서포터들 

이날 장충구장 1루 스탠드에는 구리의 빨간 유니폼을 착용한 엄마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각자 아들의 이름이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목청 높여 구리시를 외쳤다. 공 하나하나에 눈을 떼지 못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승리를 기원했다.

▲ 구리시 학부모들은 선수들과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소리 높여 아들들을 응원했다.

김호희 대표는 “엄마들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우면서도 “그라운드 안에서의 일은 감독님과 코치님이 할 일이다. 믿는다. 우리 선수들은 큰 경기에서 실수가 적다”며 지도자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이운규 팀장의 생각도 같았다. 그는 “야구와 관련된 부분은 전적으로 감독이 알아서 하는 일”이라며 “우리는 옆에서 지원만 할 뿐이다. 아주 잘해주고 있다. 구리시장기에서 우승하면 더욱 좋겠다”고 성원을 보냈다.

구리시는 한강 둔치 전용구장에서 훈련한다. 정 감독은 “전용 운동장은 정말로 큰 메리트다. 사회인 팀들에 대관도 해주지 않는 우리만의 구장이다"라며 "운동할 곳이 없어 매번 옮겨 다니는 팀들도 있다. 시가 신경써줘 고맙다"고 만족해했다.

◆ 화룡점정, 구리시장기를 제패하다 

정 감독은 결승전에 앞서 “대표 선수들이 빠져 마음을 비웠다”며 “대진운이 좋아 결승까지 올라왔을 뿐이다. 동래구는 만만치 않은 팀“이라고 말하며 겸손해 했다. 그의 말처럼 구리시장기 대회는 강한 전력에 비해 유독 인연이 없던 대회였다.

▲ 김민우(왼쪽)와 고영선은 월드시리즈 진출을 위해 대표팀에 차출돼 있음에도 결승전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둘은 "친구들이 자랑스럽다"며 함께 기뻐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의 흐름으로 경기가 전개됐다. 4강전에서 10점을 뽑았던 동래구는 긴장한 반면 구리 선수들은 신바람을 냈다. 동래구의 폭투와 실책을 틈타 경기 초반 흐름을 주도하더니 박윤오와 최요인이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3-0 승리를 거뒀다.

선발투수로 나서 3이닝 무실점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 박윤오(12) 군의 어머니 이영옥(41) 씨는 “아들이 이렇게 잘 던져줄 줄은 몰랐다”며 “공 하나하나에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이 팀장은 “구리시장기를 제패해 더욱 의미가 깊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정 감독은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우승 후 인터뷰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축하 세례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장충구장 1루 외야는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 학부모와 구리시 관계자, 선수들은 한데 뒤엉켜 기쁨을 만끽하며 사진 촬영에 임했다. 구리시 리틀야구단에게 이보다 더 행복한 날은 없어보였다.

▲ 구리시 선수단, 학부모들이 경기 후 1루 외야에 모여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취재 후기] 경기도의 작은 도시 인구 20만명의 구리가 야구도시를 꿈꾸고 있다. 이미 김민우와 고영선은 대형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다. 리틀야구단, 인창중, 인창고로 이어지는 체계 속에 구리시의 탄탄한 뒷받침이 맞물려지는 현 상황을 보니 조만간 구리시가 야구메카가 되겠다는 확신이 섰다. 긴장 탓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부산 동래구 팀에도 박수를 보낸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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