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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열풍 지각변동, 열도에서 대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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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열풍 지각변동, 열도에서 대륙으로!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4.07.2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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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이예림 기자] 중국에 ‘치맥(치킨과 맥주)’ 열풍을 불러일으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부터 최근 김태용 감독과 배우 탕웨이의 결혼 소식까지-.

올 상반기 국내 연예계는 중국으로 통한다. 한류 열풍의 진원지가 몇 년 새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뀌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 한류 스타들의 연예계 소식이라고 하면 보아의 오리콘 차트 기록, 배용준에 대한 일본 팬들의 반응, 가수들의 아레나 투어 성료 등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올 초부터 쏟아져 나오는 연예 기사들을 보노라면 거기에 관통하는 키워드는 다름 아닌 ‘중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류열풍의 진원지만 바뀌는 것은 아니다. 스타도 세대 교체되고 있으며 영역도 더 다채로워지고 있기도 하다.

◆ ‘한류 스타’ 타이틀, 배용준 이병헌 류시원에서 김수현 박해진 이민호로 이동

‘별그대’로 한류 스타로 거듭난 김수현은 지난달 패션 매거진 마리끌레르 코리아의 6월호 표지 촬영과 함께 아시아 4개 패션 매거진(마리끌레르 코리아·대만 에디션, 엘르맨 홍콩 에디션, Me 홍콩 에디션, 페미나 중국)의 커버를 장식했다. 김수현은 현재 중국에서만 20개 이상에 달하는 현지 브랜드 모델로 활동 중이다.

‘별그대’에 함께 출연했던 박해진은 중국에서 인기 있는 드라마 ‘남인방’의 시즌2에 주연으로 캐스팅되는 기쁨을 맛봤다. 또 박신혜는 우리나라 여배우 중에서 가장 많은 웨이보(중국판 SNS)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등 그 기세가 대단하다.

김수현, 박해진, 박신혜, 이민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가 중국의 인기에 힘입어 신 한류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키이스트, 더블유엠엔터테인먼트, S.A.L.T.엔터테인먼트, 스타하우스 제공]

드라마 ‘꽃보다 남자’ ‘시티헌터’ ‘상속자들’ 덕분에 한류 스타로 등극한 이민호는 지난 1월30일 세계적인 배우 소피 마르소와 함께 ‘춘완’에 출연했다. ‘춘완’은 중국 국영TV CCTV에서 방영하는 설 특집 방송으로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이다. CCTV 측에서는 이민호에게 ‘꽃보다 남자’의 주제곡을 한국어로 부를 수 있게 파격 대우를 해줬다. 이민호가 노래를 부를 때에는 당시 최고 시청률(9.65%)을 기록했다.

이처럼 배용준, 이병헌, 류시원, 최지우, 송승헌 등에게 주어졌던 ‘한류 스타’의 타이틀이 중국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뿜어대고 있는 김수현, 박해진, 이민호, 박신혜에게 넘어가고 있다.

◆ 국내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

연예인들만 중국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작품도 중국에 수출돼 위세를 떨치고 있다. MBC 예능 ‘아빠 어디가’는 중국 후난위성 TV에 포맷을 수출해 ‘파파거니아’로 제작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시즌2가 방영되고 있을 만큼 중국에서 인기가 상당히 높다. CJ E&M은 지난 3월 중국에서 10억 명의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는 방송사 동방위성과 ‘꽃보다 할배’의 중국판 제작을 위해 제휴를 맺었다.

CJ E&M은 중국 방송사 동방위성과 '꽃보다 할배'의 중국판 제작에 관해 협약을 맺었다. [사진=CJ E&M 제공]

23일 방영되는 SBS 새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제작발표회가 지난 15일 2시 강남구 논현동에서 개최되고 중국 팬들의 열렬한 성화로 인해 이날 6시 역삼동에서 중국방영발표회가 열렸다. ‘괜찮아 사랑이야’의 홍보를 담당하는 쉘위토크의 한 관계자는 “성동일은 ‘아빠 어디가’, 이광수는 ‘런닝맨’, 도경수(디오)는 그룹 엑소 활동으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노희경 작가의 스토리의 힘까지 더해져 이 작품이 중국에서 좋은 평가를 얻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를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에 대해 “중국 내 문화 산업에 대한 수요가 급성장했다. 양질의 콘텐츠를 담은 한국 드라마들이 빠르게 중국인들의 수요를 채운 것”이라고 진단했다.

◆ 가요계, 일본에 집중한 과거와 달리 중국 시장 공략 위한 아이돌 그룹 기획

가요계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한류의 방향이 바뀐다는 조짐을 읽었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2008년 기존 그룹 슈퍼주니어에 중국을 뜻하는 ‘만다린(Mandarin)'의 앞글자인 M을 붙여 중화권 멤버 헨리와 조미를 투입한 새로운 유닛을 만들었다.

SM은 더 나아가 12명으로 구성된 그룹 엑소의 멤버들 중 4명을 중국인으로 채웠다. SM이 엑소K(한국), 엑소M(중국)으로 나누어 각 그룹 당 여섯 명씩 배정한 것은 중국 음악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의도를 엿보게 한다. 과거 SM 소속 가수인 보아가 일본에서 주로 활동한 것에 비하면 자못 달라진 현상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엑소M과 슈퍼주니어M을 기획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또한 2010년 한국인 2명(민, 수지), 중국인 2명(페이, 지아)으로 구성된 걸그룹 미쓰에이를 내놓았다. 최근 JYP가 그룹 2PM 이후 6년 만에 공개하는 보이그룹 갓세븐에도 역시 중국인 멤버가 소속돼 있다.

◆ “중국에서 부는 한류 열풍은 당연한 시대의 흐름”

중국에서 부는 한류 열풍은 중국의 경제적 성장과 한국 간의 우호적 관계에 힘입어 더욱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중국어 강사인 궁설씨는 “최근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하는 등 양국 간 좋은 관계를 이어가려는 분위기다. 경제와 외교뿐만 아니라 문화적 교류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궁씨는 “중국 시장 자체가 워낙 크고 경제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무엇이든 중국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며 중국에서 일어나는 한류 열풍을 당연한 현상이라고 전했다.

국내 드라마를 통해 중국에서 인기를 얻은 배우들과는 달리 아예 작정하고 중국에 진출하려는 의지를 담은 스타들도 있다. 김태희는 2011년 일본 드라마 ‘나와 스타의 99일’을 촬영했다. 3년 뒤 그는 중국 대하드라마 ‘서성 왕희지’ 출연을 확정했다. 김태희는 극중 배역을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현재 중국어와 서예 공부에 매진 중이다. 또 에스비엔터테인먼트는 한예슬의 중국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혀 업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최근 채림은 중국 배우 가오쯔치와, 김태용 감독은 중국 배우 탕웨이와 결혼식을 올릴 거라는 소식을 발표했다. 그룹 2PM의 황찬성은 중국 배우 류옌과 열애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는 한국과 중국 사이의 스킨십의 진도가 예전보다 훨씬 빨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내에서 부는 한류 열풍은 오래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에서 2년 동안 공부한 대학생 조서현(25)씨는 “중국 드라마는 대부분 신파극이다. 우리나라 배우들이 잘생기고 연기도 잘하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국내 드라마를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조씨는 “우리나라는 대세로 떠오르는 스타들에 집중한다면 중국인들은 스타 한 명에 빠지면 오랜 기간 좋아한다. 박해진도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2006)때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중국에서 한국인이라고 말하면 한국 드라마, 연예인들 때문에 좋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류는 한국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류 열풍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직장인 이유진(28)씨는 “국내 드라마가 중국의 취향에 맞게 기획되는 방향으로 갈 우려가 있다”고 말한 뒤 “연예인들도 국내 활동보다는 시장이 커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는 중국 활동에 주력하게 돼 국내 연예계의 스타 유출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달 배우 김수현과 전지현은 중국 생수 광고 모델과 관련해 큰 홍역을 치렀다. 두 사람이 광고하는 생수의 원산지가 백두산이 아닌 장백산으로 표기돼 동북공정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김수현의 소속사 관계자는 당시 “더 세밀하게 확인했어야 했다”며 미리 알았더라면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심정을 내비쳤다.

이처럼 빛이 강하면 그늘도 깊은 법이다. 한류가 꽃 피우는 만큼 줄기에 가시가 돋아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류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pres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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