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8:29 (토)
[리뷰] 도둑들의 유쾌한 고래사냥 소동극 '해적'
상태바
[리뷰] 도둑들의 유쾌한 고래사냥 소동극 '해적'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23 21: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용원중기자] 한 주 간격으로 개봉되는 한국영화 블록버스터 4파전의 3번째 주자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포문을 열었다. 해양 액션 어드벤처를 내세운 이 영화는 남녀노소 관객이 부담 없이 즐길 블록버스터 구성 요소(액션, 모험, 로맨스, 코미디)를 고루 갖춘 한상차림을 마련했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로부터 시작하는 ‘해적’은 1392년 조선 건국 보름 전, 명나라로부터 하사받은 조선의 국새를 바닷길로 운반하던 중 거대한 귀신고래가 등장, 삼켜버리고 이를 찾기 위해 나선 무리들의 대격전을 다룬다.

▲ 여월 역 손예진

여월(손예진)이 이끄는 해적단은 가족들을 죽이겠다는 개국세력의 협박과 국새도둑으로 몰린 조선 해적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고래사냥에 나선다. 고려 무사 출신 장사정(김남길)의 산적단은 엄청난 포상금 소문에 무작정 바다로 향한다. 개국세력인 야심가 모흥갑(김태우)은 투옥 중 국새를 찾아오라는 명을 받고, 무사로서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국새 찾기에 올인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해적 선장 소마(이경영)는 여월 일당에 대한 복수와 부귀영화를 독차지하려는 욕심에 모흥갑과 손잡는다.

영화 ‘7급 공무원’, 드라마 ‘추노’의 작가 천성일은 조선 건국 초기에 고려의 국새를 명나라에 반납한 뒤 새 국새를 받지 못해 1403년까지 10년 동안 국새가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착안, 발칙한 상상력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 장사정 역 김남길

산과 바다에서 재산을 강탈하는 무리, 정변을 일으켜 권력을 훔친 세력 등 모두 도둑들인 네 집단은 각자의 절박한 이유로 서로 협력하거나 반복하며 국새 찾기 쟁탈전을 벌인다. 다수의 캐릭터들은 생생하며 이들이 벌이는 소동극은 흥미롭다. 여월과 소마, 장사정과 모흥갑의 대립구도가 교차해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드나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불편을 줄 정도는 아니다. 복잡한 캐릭터와 관계를 어루만지는 작가의 숙련된 솜씨, 액션과 드라마를 적절히 안배하며 속도감 있게 전개한 이석훈 감독의 연출력은 만족할 만하다.

제피로스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한 바다는 생동감 넘치며 실제 심해를 유영하는 듯 귀신고래를 구현한 CG는 어색함이 없다. 해상전투 장면 역시 짜임새 있는 편이다.

▲ 산적단 배우들의 극중 장면. 맨 오른쪽이 유해진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김남길과 산적단 배우들이다. 김남길은 별명 ‘송악산 미친 호랑이’와 영 딴판인 장난기 가득한 허당 산적두목과 진지한 고려 무사 캐릭터를 스펙트럼 넓게 활보한다. 조선판 잭 스패로우(조니 뎁) 느낌이다. 해적에서 산적으로 이직한 현실 타협형 인간 철봉 역 유해진은 ‘유해진표 코믹연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이외 박철민, 조달환, 김원해 등의 코믹 연금술은 기가 막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장사정은 태조의 침소를 급습, 나라의 자주독립과 백성을 향한 임금의 자세를 경고한다. 위화도 회군 당시 장사정이 이성계에 반발했던 도입부 장면과 수미쌍관이라고 하기엔 욕심이 과한 느낌이다. 오락 액션영화로서 미덕을 충분히 갖췄는데 굳이 이랬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올해 사극에서 두드러지는 교훈적 메시지 강박증이다. 러닝타임 2시간10분. 12세 관람가. 8월6일 개봉.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