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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돌아 꿰찬 안방, 최경철이 쏘아올린 희망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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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돌아 꿰찬 안방, 최경철이 쏘아올린 희망포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7.24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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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기록 모조리 경신, "아직 부족, 최선 다할 것" 다짐

[스포츠Q 민기홍 기자] LG는 프로야구 최고의 인기팀 중 하나다.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봉중근 등 팬들을 몰고다니는 스타도 많다.

그런데 최근 이들을 제치고 LG팬들의 마음을 훔친 이가 있다. 4강을 포기하지 않은 LG팬들은 요즘 이 선수를 보며 희망을 품는다. 프로 데뷔 12년만에 당당히 주전 자리를 꿰찬 최경철(34)을 보고 있으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최경철은 23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원정경기 KIA전에서 팀이 0-3으로 뒤진 4회초 1사 만루, 데니스 홀튼의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역전 만루포를 작렬했다.

▲ 최경철은 시즌 초반 지명타자로 주로 나섰던 이재원을 제외하면 포수 중 최다 타점을 올리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시즌 3호 홈런. 지난해까지 프로 통산 280경기에 출전해 홈런 한 개를 친 것이 전부였던 안방마님의 깜짝 그랜드슬램으로 단숨에 경기를 뒤집은 LG는 4회초 대거 9득점하며 11-8로 승리했다.

그는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김무관 타격코치님의 지시에 따라 초구부터 자신 있게 들어갔다”며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했다. 아주 짜릿한 기분이었다”고 홈런 상황을 떠올렸다. 그라운드를 돌고 덕아웃에 들어가자 동료들은 “별걸 다한다”며 격한 축하를 보냈다.

최경철은 지난 5월 13일 경기에서 3660일만에 개인 통산 2호 홈런을 날리고 “빨리 뛰어야 하는지 천천히 걸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그 때는 당황스러웠다. 이번에는 맞는 순간 천천히 뛰었는데 넘어가는 순간 열심히 뛰었다”며 웃어보였다.

포수로서의 역할도 잊지 않았다. LG가 9-3으로 앞선 5회말 2사 1루에서는 김다원의 파울 타구를 3루 덕아웃까지 악착같이 쫓아가 잡아냈다.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선발 에버렛 티포드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었다.

2014 시즌 최경철은 LG의 확실한 주전 포수로 발돋움했다. 타고투저 흐름 속에서 0.230이란 타율은 그리 높지는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만루만 오면 맹타(0.429)를 휘두르며 17타점을 쓸어담았다.

그는 찬스에 특별히 강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비결 같은 것은 없다. 매 타석마다 최선 다할 뿐”이라고 답했다. 최경철은 팀에서 8번째로 많은 타점을 올리며 하위 타선의 복병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성적 3홈런 29타점은 개인 통산 최고 기록.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 0.208 1홈런 22타점에 불과했던 그는 모든 지표에서 역사를 만들고 있다. 특히 29타점은 5월부터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수위타자 이재원(SK)을 제외하면 전 포수를 통틀어 1위다.

두자릿수 득점(21)을 올린 것도 이번 시즌이 처음. 한 시즌 최다 출전 기록이 81경기(2012년)에 불과했던 그는 부상이 없는 한 생애 첫 세자릿수 경기 출전도 달성할 전망이다.

수비 능력도 크게 빠지지 않는다. 9개 구단 주전 포수 중 유일하게 실책이 없다. 도루저지율도 0.288로 5위에 올라 있다. 그는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투수들이 실점을 조금만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며 공격보다는 포수 본연의 역할에 더욱 비중을 뒀다.

최경철은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에 고졸지명을 받았다. 팀이 해체되며 선수 소유권을 양도받은 SK에 2003년 입단해 9년간 시련을 겪었다. SK에는 박경완, 정상호라는 대형 포수가 있었기에 좀처럼 출장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2012년 전유수와 트레이드되며 넥센에 둥지를 틀어서도 그는 허도환에 이은 2인자였다. 하지만 81경기에 출전하며 백업포수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지난해 서동욱과 트레이드되며 잠실벌에 자리잡았다.

포수가 아킬레스건인 LG는 그가 활약하기에 안성맞춤인 팀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땀을 흘리자 하늘은 드디어 그에게 기회를 줬다. 시즌 초 현재윤과 윤요섭이 줄부상을 당하자 비로소 주전 마스크를 쓰게 됐다.

그는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매 경기마다 배우는 자세,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덤덤히 말했다.

돌고 돌아 12년만에 꿰찬 안방. 최경철이 성공스토리는 이제 갓 막을 올렸을 뿐이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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