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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붕괴참사] 사고 왜 커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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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붕괴참사] 사고 왜 커졌나
  • 뉴시스
  • 승인 2014.02.1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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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도로 제설안돼 구조대원들 수백m 걸어서 현장 접근

[서울=뉴시스] 17일 발생한 경주 마우나 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역시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진 곳인데다 기상 악화까지 겹쳐 구조 작업이 지연된 것도 피해를 키웠다.  

 ◇산기슭 외진 곳 위치…구조대 진입 어려워

리조트가 위치해 있는 지역은 경북 경주시 양남면 동대산 정상주변 해발 500m의 외딴 곳이다.

경주 보문관광단지와 자동차로 1시간 가량 거리에 있고, 행정구역이 다른 울산시에서도 도착하기까지 30여 분 소요된다. 더욱이 사고 현장인 체육관 건물은 리조트 내에서도 가장 꼭대기에 있었다.

또 리조트로 통하는 왕복 2차로 도로의 평균 경사도는 10%나 된다. 눈길이 아니더라도 일반 차가 속도를 낼 수 없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1주일간 계속된 동해안 폭설의 영향으로 많은 눈이 쌓였지만 제때 치워지지 않아 도로가 얼어붙어 있었다. 구조대의 현장 도착시간이 늦어질 수 밖에 없던 이유다.

이 때문에 구조대원 대다수는 진입로 입구에 구조차량을 세워둔 채 수백m를 걸어서 현장에 진입했다.

◇폭설로 쌓인 눈, 제설작업 제때 안돼

눈이 많이 쌓인 상태에서 제설작업 없이 행사를 강행한 것도 대형사고로 이어진 요인으로 추정된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1주일 동안 리조트 일대에는 쌓인 눈은 80㎝에 달했다. 평소 눈이 잘 내리지 않는 지역임을 감안할 때, 기록적인 눈의 양이다. 같은 기간 경주 시내 적설량(45㎝)에 비해서는 2배 가까이 된다.

이번에 무너져 내린 건물 지붕에는 30㎝ 가량의 눈이 쌓여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면적 1㎡당 1㎝의 눈이 쌓이면 1.5㎏의 하중이 실리게 된다. 강당 전체 면적이 1200㎡인 점을 감안하면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지어진 강당 지붕에 쌓인 눈 무게가 최대 162t이었단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이번 폭설 때 내린 눈은 물기를 머금은 '습설'로, 일반적인 눈보다 2~3배 가량 무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샌드위치 패널 구조는 일반 콘크리드보다 눈의 하중에 약하다. 게다가 체육관을 관리하는 리조트 측은 제설도 하지않은 채 행사를 진행했다.

지붕 위에 쌓인 눈을 치웠더라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단 게 경찰과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현장에 있던 대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체육관 건물이 붕괴되는 데 걸린 시간은 10초도 채 안 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울산 북구 효문동에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자동차부품 공장 지붕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려앉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추운 날씨에 출입구 봉쇄해 행사

사고 당시 초속 1.6m가 넘는 강풍과 함께 진눈깨비가 내린 탓에 체육관 출입구를 모두 닫은 채 행사를 한 것도 신속하게 대피할 수 없던 원인 중 하나다.

대피한 학생들의 증언을 보면 17일 오후 8시15분부터 붕괴 징후가 나타난 후 콘서트를 곧바로 중단하고 문 근처에 앉은 학생들부터 대피하기 시작했다.

대피가 20분 가량 이어지던 중 8시30분께 무대 쪽의 지붕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반대방향인 주출입구 쪽으로 학생들이 몰렸고, 몸이 빠져나갈 공간이 생기기를 기다리며 우왕좌왕하다보니 신속한 대피가 늦어졌다. 그뒤 10여초 만에 체육관 지붕 전체가 무너져 상당수 학생들이 그대로 깔리게 됐다.

비상구 갯수가 여러 개였거나 문을 열어만 뒀더라도 인명 피해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게 소방당국의 분석이다.

◇추가 붕괴 우려 탓…구조·후송 더뎌져

구조대가 가까스로 사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쉽사리 접근할 수 없었다.

한꺼번에 주저앉은 무거운 철골 구조물 더미에 학생들이 뒤엉킨 채 깔려있었던 탓이다.

게다가 구조장비의 접근이 어려워 구조대원이 일일이 구조물을 해체하면서 구조에 나설 수 밖에 없었을 뿐더러, 이 과정에서 자칫 외벽의 2차 붕괴 우려도 있었다.

무너진 건물 잔해와 눈을 조심스럽게 치우면서 수색하다보니 학생들의 구조와 후송이 그만큼 늦어질 수 밖에 없던 것이다.

소방당국은 현재까지도 매몰자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고 현장에는 굴삭기 15대와 덤프트럭 2대, 제설차 4대, 구급차 72대 등이 급파됐다.

◇고질적 '안전 불감증' 또 도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도 안전불감증이 빚은 참사라고 입을 모은다.

조용직 도로교통공단 사고분석처 과장 "도로 제설작업만 제때 이뤄졌어도 구조대의 접근이 보다 용이했을 것"이라면서 "해당 관리청이 (폭설에도) 무방비 상태로 놔뒀는 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형수 대한건축사협회 국장은 "사고 건물의 부실 시공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유지·관리를 소홀히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현재 사고원인을 다각도로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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