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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응답하라 1988' 박보검 "덕선이와의 키스신, 꿈이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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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응답하라 1988' 박보검 "덕선이와의 키스신, 꿈이라고 생각했어요"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2.24 0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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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원호성 기자·사진 이상민 기자] 식상한 표현이지만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였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끝난지도 벌써 한 달하고도 보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응답하라 1988' 열풍은 끝날 줄을 모르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이 끝나자마자 드라마 출연진들과 스태프들은 태국 푸켓으로 포상휴가를 다녀왔고, 포상휴가를 마치자마자 류준열과 안재홍, 고경표, 박보검은 나영석 PD에게 납치당해서(?)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출발해 빅토리아 폭포까지 10일 동안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까지 촬영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그런 후에도 '응답하라 1988'의 배우들은 드라마의 배경이었던 쌍문동 팬사인회 행사도 동네가 마비될 정도로 성황리에 치렀고, 3월 5일에는 드라마 콘서트까지 앞두고 있다. 벌써 '응답하라 1988'의 후속작인 '시그널'이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아직 '응답하라 1988'의 열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응답하라 1988'의 열기가 아직도 뜨거운 가운데, 드디어 '최택 9단', 아니 박보검을 만나게 됐다. 사실 박보검은 아프리카에서 돌아오자마자 라운드 인터뷰를 가지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응답하라 1988'에서 '어남택'을 지지했던 시청자의 입장에서 며칠 늦어지더라도 박보검만큼은 꼭 라운드 테이블이 아닌 일대일로 만나고 싶었기에 이날까지 기다렸다.

▲ '응답하라 1988' 박보검

◆ 남편찾기? "저도 19회까지는 남편이 준열이형인 줄 알았어요"

'응답하라 1988'의 막판 화제몰이를 견인한 것은 단연 여주인공 성덕선(혜리 분)의 남편이 김정환(류준열 분)과 최택(박보검 분) 중 누가 될 것인가였다. 남편찾기야 '응답하라'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지만, '응답하라 1988'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남류'의 류준열과 '어남택'의 박보검 둘 중 최종승자를 쉽게 점칠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하게 시청자들의 의견이 갈렸고, 19회에 가서야 비로소 남편이 박보검임을 선언했다.

"저는 19회에 가서야 제가 덕선이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 전까지는 저도 계속 '어남류'라서 남편이 준열이형일 것이라고 생각했죠. 솔직히 준열이형은 남자인 제가 봐도 너무 멋있고, 반할 정도로 연기를 잘 해주셨거든요. 정환이가 덕선이한테 '하지마 소개팅'이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같이 콘서트 가자'고 침대에서 말하는 장면도 그렇고, 정환이와 덕선이가 알콩달콩하게 서로의 감정을 표현한 장면이 많아서 마지막에는 정환이가 덕선이를 향해 직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택이가 직진을 하더라고요."

"덕선이와 택이가 1989년에 방에서 키스를 하는 장면도 저는 시청자들을 속이기 위한 미끼나 낚시라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받은 대본에도 그 장면은 꿈이라고 나와 있어서 저도 그냥 택이가 덕선이를 오랫동안 좋아해서 그런 꿈도 꾼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근데 다음날 택이가 아침에 덕선이를 만나서 '너 어제 몇 시에 갔어?'라며 묻고, 덕선이가 '너 잔 다음에 바로 갔어. 왜 꿈꿨어?'라고 말하니 '응 개꿈'이라고 말하잖아요. 그 장면에서 신원호 감독님이 저한테는 말씀을 안 하시고 덕선이한테만 따로 디렉팅을 주신 거예요. 그래서 전 정말 꿈이었나보다 생각하고 있었죠."

▲ '응답하라 1988' 박보검

적을 속이기 위해서는 같은 편부터 속이라고 했던가?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남편찾기'의 묘미를 깨달은 신원호 PD 이하 '응답하라 1988' 제작진들은 시청자들도 예측하지 못한 완벽한 '남편찾기' 뒤통수를 위해 배우들까지도 속였다.

물론 '남편찾기'에 대해서 박보검의 눈치가 다소 둔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혜리의 경우 '남편찾기'에 대해 연기를 하면서 신원호 PD에게 "왜 덕선이가 택이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저러냐"고 질문을 했고, 신원호 PD는 "그건 택이가 남편이라 그래"라는 말을 듣고서야 남편이 박보검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지만, 박보검은 시청자들도 이젠 택이가 남편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된 19회 촬영분량에 가서야 비로소 자신이 덕선이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저희가 받은 대본에는 2015년 분량이 없었어요. 감독님도 처음부터 1988년에서 1994년까지가 끝이라고 하셨고요. 근데 1회 방송이 나가서 보는데 마지막에 이미연 선배님이 갑자기 나오시는 거예요. 이건 저희만 모른 게 아니라 함께 출연하신 중견 선배님들도 다 모르셨대요. 스태프들은 사실 다 알고 있었는데 감쪽같이 속은 거죠. 그래도 이미연 선배님이 나오니 다들 설레하더라고요. 2015년에 나를 연기할 배우는 누구일까 막 서로 이야기하면서요."

"사실 저는 택이가 사천까지 정환이를 찾아가서 이야기하는 장면까지도 마지막에 남편은 그래도 류준열이 된다는 반전이 뭔가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남편의 정체는 좀 어이없게 알아버렸죠. 원래 저희들한테는 2015년 분량이 없는 시나리오가 전달되는데, 실수로 저한테 2015년 분량이 있는 시나리오가 마지막에 건네졌어요. 시나리오에 김주혁 선배님이 '최택' 이런 식으로 적혀있지는 않았지만, 2015년 현재 장면에 등장하는 소품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 설명해 놓은 걸 보면 택이가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거든요. 그제서야 저도 택이가 덕선이 남편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된 거죠."

▲ '응답하라 1988' 박보검

◆ 박보검은 착하다? "택이와 저의 공통점이요? 욕을 못 하는 거?"

지난 19일 밤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가 처음 방송된 후 포털에는 뜬금없이 '박보검 인성'이라는 검색어가 걸렸다. '응답하라 1988' 종영 포상휴가인 태국 푸켓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KBS '뮤직뱅크' 생방송을 바로 녹화한 뒤, 집에도 못 들어가고 12시간 만에 다시 아프리카행 비행기를 타게 된 박보검이 자신을 납치하러 온 '꽃보다 청춘' 제작진에게 자리가 불편하시지 않냐고 걱정하고, 물도 좀 드시라고 권하는 모습이 화제가 된 것이다.

사실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방송이 아니더라도 박보검의 인성에 대해서는 워낙 소문이 자자해 구태여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을 정도다. 현장에서 스태프들에게 공손하게 인사하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현장에서 쓰레기까지 나서서 줍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하니 인성 하나만큼은 정말 타고난 천사표 배우이긴 하다.

"'응답하라 1988'의 최택이랑 저랑 비슷한 점이라고 한다면 욕을 못 하는 거? 그게 가장 비슷해요. 그리고 외유내강이라고 할까요? 겉으로는 순진해 보여도 속으로는 꽉 차고 강인한 느낌이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자기 할 일에 집중하는 모습도 비슷한 거 같아요. 최택과 제가 다른 점이라면 전 담배도 피지 않고 바둑도 잘 못 두는 거. 실제로도 담배는 하나도 안 하고 술도 안 마시는 건 아닌데 잘 못 마시는 편이에요."

"현장에서 쓰레기 그렇게 잘 줍는 편은 아닌데 그런 모습을 보신 분들이 계셔서 이야기가 나오나 봐요. 근데 그렇게 제 인성에 대해서 좋게 바라봐 주시는 시선들을 부담스럽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런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는 제가 그런 행동을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 일부러 작정하고 행동한다는 말이잖아요? 저는 제가 하고 싶어서 연기를 하고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거지 누구한테 잘 보이려는 그런 목적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니까요."

▲ '응답하라 1988' 박보검

박보검은 정말로 '응답하라 1988'에서 그가 연기한 '최택 9단'과 상당히 많이 닮아 있었다. 평소 동네에서 덕선이가 "희동아"라고 부르는 그런 친근하고 편안한 모습을 하고 있다가도, 인터뷰에서 조금만 진지한 질문이 등장하면 바둑판 앞에 앉은 '최택 9단'처럼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며 조곤조곤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보검은 너무나 착했다. 박보검은 인터뷰를 하는 내내 조금만 좋은 이야기가 나와도 자동적으로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심지어 인터뷰가 진행된 삼청동 카페 입구에서 팬들이 박보검을 보기 위해 기다린다는 말을 듣자마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정말 기다리고 계세요? 오늘 날씨 추울 텐데 어떻게 해요"라며 진심으로 팬들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솔직히 박보검을 만나기 전만 해도 그의 이런 천사표 인성에 대한 소문이 어느 정도는 과장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를 만나보고 나니 박보검이 착한 척 연기하고 있다는 말은 '논할 가치'도 없었고, 박보검의 착한 인성에 대해서는 '논할 도리'가 없었다.

"저 그렇게 안 착한데? 하하. 그래도 살면서 '난 쓰레기 같아'라는 그런 생각을 해볼 정도의 행동은 정말 해본 적 없는 것 같고, 살면서 나쁜 짓이라면 가끔 집에 말씀 안 드리고 늦게 들어가는 거? 어릴 때 학교 다니고 학원 다니면 보통 11시 정도에 집에 들어갔는데, 가끔 12시 넘어서 들어가고 할 때가 있었거든요. 지금은 성인이지만 밤 늦게 돌아다니고 그러는 성격이 아니라서 지금도 밤 늦게 집에 들어가면 찝찝하기는 해요."

▲ '응답하라 1988' 박보검

◆ 충무로의 유망주 박보검, "교복도 입어보고 싶고, 감동 줄 수 있는 뮤지컬도 해보고 싶어요"

박보검은 현재 자타공인 충무로의 최강 유망주 중 한 명이다. 착하고 선한 이미지의 배우는 다양한 역할을 맡기 힘들다는 속설을 무시하기라도 하듯 박보검은 데뷔 이후 '차이나타운'의 '석현'이나 '응답하라 1988'의 '최택'처럼 본인의 성격과 비슷한 선한 역할도 연기했었고,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주인공이라 해도 이상할 것이 없던 '내일도 칸타빌레'의 '이윤후'나 겉모습은 유능한 변호사지만 내면은 사이코패스 살인자의 후계자였던 '너를 기억해'의 '정선호'까지 참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왔다.

"'차이나타운'의 석현이랑 '응팔'의 택이를 합치면 저랑 완전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너를 기억해'는 정말 연기를 하면서도 즐거웠어요. 사이코패스라는 색다른 연기를 하면서 저도 배운 점이 많았고, 이런 작품을 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막 두근거리더라고요."

박보검은 현재 명지대학교 뮤지컬학과에 재학중이다. 아직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에 서 본 적은 없지만, 그의 시선은 이미 스크린과 TV를 넘어 무대까지 향해 있다.

▲ '응답하라 1988' 박보검

"하고 싶은 작품이 굉장히 많아요. 연극도 그렇고, 뮤지컬도 그렇고. 이왕이면 전 감동을 주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뮤지컬로 하면 '서편제' 같은 작품. 아니면 좀 밝은 분위기라고 하면 '그리스'나 '캐치 미 이프 유 캔'처럼 많은 분들이 밝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 그런 작품들을 보면 저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뮤지컬학과에 입학하기 전만 해도 저는 나름 뮤지컬을 많이 봤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학교에 들어와 보니 전 뮤지컬을 많이 본 게 아니더라고요. 시야가 좁았던 거죠. 그래서 뮤지컬학과에 들어오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을 해요."

"영화나 드라마는 저도 앞으로 어떤 작품에 출연하게 될 지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정말 무궁무진한 역할들이 있더라고요. 일단 '응답하라 1988'에서 쌍문동 남자애들 중에 저만 학교를 안 다녀서 교복을 못 입어봤잖아요. 그래서 교복도 다시 입어볼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액션영화도 해보고 싶고, 사극도 해보고 싶어요. 근데 장르보다도 일단 제가 잘 표현해 내고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역할이라면 지금은 뭐든지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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