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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실패를 두려워 않는 '최태웅표 스피드배구'가 연 현대캐피탈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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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실패를 두려워 않는 '최태웅표 스피드배구'가 연 현대캐피탈 전성시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2.25 2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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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의 16연승, 7년만의 정규리그 우승…실수 두려워않고 오레올-문성민 쌍포 앞세워 대위업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세상 모든 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주위의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으면서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가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초보 감독' 최태웅 감독은 우직하게 자신의 '스피드 배구'를 시행했고 결국 마지막에 빛을 발했다. 천안 현대캐피탈이 무려 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현대캐피탈은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안산 OK저축은행과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원정경기에서 3-0(25-20 25-16 25-22)으로 셧아웃 승리를 거두며 남은 두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 [안산=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천안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안산 OK저축은행과 2015~2016 V리그 남자부 원정경기에서 3-0 승리를 거두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최태웅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것은 2005 시즌과 2005~2006 시즌, 2008~2009 시즌에 이어 7년 만이자 통산 네 번째다. 또 현대캐피탈은 2005~2006 시즌에 세웠던 단일 시즌 역대 최다연승 15연승을 넘어 무려 10년 만에 16연승 신기록을 달성했다.

◆ 실수 두려워않고 스피드 배구 '올인', 새로운 현대캐피탈 탈바꿈

이와 함께 만 40세의 최태웅 감독은 당시 만 41세의 나이에 2006~2007 시즌 천안 흥국생명(현재 인천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고(故) 황현주 감독보다 앞서 역대 최연소 정규리그 우승 감독이 됐으며 V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선수와 감독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경험하게 됐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진출은커녕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하지 못하며 '배구 명가'의 자존심이 금이 간 현대캐피탈은 김호철 감독의 퇴진과 함께 플레잉 코치였던 최태웅 감독에게 전격적으로 지휘봉을 넘겼다.

최태웅 감독의 현대캐피탈은 3라운드까지 10승 8패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특히 3라운드를 3연패로 마감하면서 OK저축은행은 물론 인천 대한항공, 대전 삼성화재에도 뒤졌다. 당시 OK저축은행과 대한항공, 삼성화재는 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었다.

최태웅 감독은 우승 뒤 인터뷰에서 "3라운드 막판 3연패를 당했을 때 주위에서 '안될 것 같았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와 미팅을 통해 '그대로 밀고 나가자, 해보자'는 말이 나왔다"며 "스피드 배구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기 때문에 분명히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대캐피탈의 상승세는 거짓말처럼 4라운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19일 열렸던 3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OK저축은행과 맞대결에서 셧아웃 패배를 당한 후 4라운드 첫 경기인 서울 우리카드와 경기까지 2주의 시간이 있었던 것이 보약이 됐다.

▲ [안산=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천안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안산 OK저축은행과 2015~2016 V리그 남자부 원정경기에서 3-0 승리를 거둔 뒤 환호하고 있다.

최 감독은 "처음에 빠른 배구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는데 결과로 된다는 것을 결국 보여줬다"며 "3라운드 연패를 당했을 때 문성민이 주장으로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준 것도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최태웅 감독이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토털 배구'다.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 공격과 수비를 한다면 한박자 빠른 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최 감독의 지론이다. 이 때문에 오레올도 세터처럼 토스를 하고 문성민은 백어택뿐 아니라 속공과 시간차 공격도 한다. 오레올과 문성민의 쌍포와 함께 주위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함으로써 다양한 공격 옵션을 자랑한다.

특히 현대캐피탈은 범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만큼 과감한 플레이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빠른 배구를 할수록 선수들이 급하게 공격을 하게 되면서 범실이 많아질 수 있는데 이를 두려워하지 않다보니 오히려 실책이 크게 줄었다.

현대캐피탈의 범실은 올 시즌 685개(팀범실 1개 포함)로 OK저축은행(833개)보다 150개 가까이 적고 대전 삼성화재(652개)에 이어 최소 2위다. 더이상 실책에 벌벌 떨다가 자멸하는 현대캐피탈이 아니다.

▲ [안산=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천안 현대캐피탈 문성민(왼쪽부터), 신영석, 박주형이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안산 OK저축은행과 2015~2016 V리그 남자부 원정경기에서 블로킹을 하고 있다.

◆ "감독님이 말하셨지, 배구를 즐겨라" 승패에 연연하지 않은 것이 약

과거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와 과도한 라이벌 관계 때문에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화재를 넘어서려다가 스스로 제 발목을 잡았다. 현대캐피탈이 배구 명가이면서도 늘 삼성화재에 밀린 '2인자'였던 이유다.

그러나 더이상 현대캐피탈은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다. 부담없이 경기를 즐긴다. 이는 최태웅 감독 뿐 아니라 구단주인 정태영 현대캐피탈 부회장의 뜻이기도 하다. 정태영 부회장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옛날에는 경기에 부담감을 갖지 말라고 선수들에게 말했는데 지금은 반대가 됐다. 구단주인 내가 제일 못난 새가슴이고 선수들은 진짜 즐긴다"며 선수들의 달라진 자세를 알렸다.

최 감독 역시 연승을 달리면서도 선수들에게 기록을 의식하지 말라고 말해왔다. 최태웅 감독은 "선수들에게 연승에 대해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지나간 과거가 쌓이면 현재 이기고 있는 것이 연승으로 쌓이는 것이라고 말해준다"고 밝혔다.

이처럼 즐기는 배구를 하다보니 선수단의 분위기도 최상이다. 주장을 맡고 있는 문성민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편안하게 선수들을 이끌려고 헀고 선수들은 내가 주장 역할을 할 것도 없을 정도로 잘 따라와준다"며 "4, 5라운드에 부진했을 때도 선수들이 뒷받침을 잘해주고 감독님이 계속 신뢰해 주셔서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문성민은 "경기할 때마다 체육관을 찾아주는 팬들의 응원에 더욱 신이 나고 즐겁게 배구를 한다"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앞으로 더 즐거운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헀다.

좋은 경기도 좋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를 하는 것이 현대캐피탈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승패에 부담을 갖기 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를 치르는 것이 최태웅 감독의 '형님 리더십'과 스피드 배구가 어우러져 현대캐피탈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었다.

▲ [안산=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천안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안산 OK저축은행과 2015~2016 V리그 남자부 원정경기에서 3-0 승리를 거두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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