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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울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4년전과 정반대 눈물, 그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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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울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4년전과 정반대 눈물, 그 의미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2.18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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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밴쿠버 결승서 석연찮은 실격패, 이번에 거꾸로 한 풀어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막내 심석희가 마지막 바퀴에서 중국을 추월해 결승선을 통과하는 대역전극의 순간.

언니 조해리와 박승희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번졌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4년 전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8년만의 한국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금메달.

모두 뒤엉켜 울었다. 최광복 대표팀 코치도 울었다. 5명의 쇼트트랙 태극낭자들이 펼쳐든 태극기에는 감격의 눈물이 뿌려졌다. 

4년 전 어이없게 실격당해 금메달을 놓친 뒤 밴쿠버에서 흘렸던 통한의 눈물과는 정반대의 눈물이 저마다 '금빛' 얼굴에 흘러내렸다.

특히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박탈당한 뒤 명예회복을 위해 절치부심, 소치 링크에 다시 선 언니 조해리와 박승희, 그리고 최광복 코치의 눈물은 더욱 굵게 흘러내렸다.

응어리진 한국선수단의 금메달 갈증을 한방에 씻어낸 감동 짜릿한 역주였다. 심석희의 대역전극처럼 한국도 대회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도전으로 3회 연속 '톱10' 목표를 달성하는데 활력을 불어넣는 환희의 메시지였다. 

심석희(17·세화여고) 박승희(22·화성시청) 김아랑(19·전주제일고) 조해리(28·고양시청) 공상정(18·유봉여고)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벌어진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4분9초498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에 들어왔다.

한국은 마지막 바퀴에서도 중국에 뒤졌으나 심석희가 3코너에서 극적으로 추월에 성공, 2006년 토리노 대회 이후 8년만에 올림픽 여자 계주 금메달을 되찾아왔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는 한국의 전략종목이었다. 1994년 릴리함메르 대회부터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4연패를 달성하는 등 한국 쇼트트랙의 중심축이었다.

2010년 밴쿠버 대회때도 금메달을 의심하지 않았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이상화, 모태범 등이 우승을 차지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도 분위기가 좋았기에 더욱 그랬다. 준결승에서도 미국에 5초 가량 앞서며 편안하게 금메달을 놓고 겨루는 파이널A에 올랐다.

한국의 앞에는 중국이 있었다. 중국은 준결승에서 4분8초797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워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한국의 4연패를 저지할 유일한 후보였다.

이럼에도 한국은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해 5연패를 달성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심판진이 5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김민정이 코너를 돌다가 오른팔이 중국 선린린의 얼굴에 닿았다며 실격 처리했다. 태극기를 흔들면서 세리머니를 펼치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대표 선수들은 눈물을 쏟았고 최광복 코치는 항변했지만 판정은 끝내 번복되지 않았다.

3000m 계주 우승을 중국에 내주면서 여자 쇼트트랙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을 하나도 건지지 못하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1992년 대회를 제외하고 단 한차례도 금메달을 놓쳐본 적이 없는 여자 쇼트트랙이었기에 더욱 충격이 컸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내고 김연아까지 피겨스케이팅 정상에 오르는 등 당시 한국 선수단은 잔치 분위기였지만 유독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만큼은 웃지 못했다.

4년은 와신상담의 시간. 당시 눈물을 훔쳤던 조해리와 박승희는 여자 쇼트트랙팀의 언니가 됐다. 그리고 심석희라는 무서운 신예가 합류하면서 전력은 더욱 탄탄해졌다.

그러나 4년만에 다시 찾아온 올림픽은 악몽이었다. 남자 쇼트트랙은 거의 전멸했고 박승희가 나선 여자 500m에서는 16년만에 메달을 따냈지만 상대 선수에 걸려 넘어지는 불운 때문에 동메달에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심석희도 여자 1500m에서 마지막에 추월당하며 금메달을 따내지 못하고 은메달에 그쳤다. 계주까지 내준다면 밴쿠버 대회의 악몽이 재현될 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빙상경기연맹에 대한 흉흉한 소식으로 사기는 더욱 떨어졌다.

하지만 선수들은 절치부심했다.

그리고 심석희가 마지막 바퀴에서 대역전극을 펼치며 이미 금메달 2개를 따낸 숙적 중국을 제쳤다. 4년 전 한국을 실격으로 물리친 중국은 이번에는 실격으로 메달권에서 탈락했다. 4년 전과 정반대의 모습으로 되찾아온 금메달이었기에 선수들의 감동은 더욱 벅찼다. 그리고 그 감동의 눈물은 시상대에서 해맑은 미소와 웃음으로 바뀌었다.

한국 쇼트트랙의 명예를 회복하는 금메달인데다 역대 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이 따낸 20번째 금메달이어서 더욱 뜻깊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금메달리스트 이상화와 박승희의 언니인 박승주가 관중석에서 '금메달 아니어도 괜찮아. 다치지만 말아죵. 이미 당신들은 쵝오(최고) 달려랏!'이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펼치고 목놓아 응원을 펼쳤다.

이런 응원 덕에 한국 쇼트트랙 태극낭자들은 힘을 냈고 마침내 금메달 질주로 화답했다. 한국선수단도 이날 값진 금메달을 지렛대 삼아 침체된 분위기를 털고 메달레이스에 다시 힘을 내게 됐다. 한국은 이날 현재 금 2, 은 1,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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