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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이어 러시아도? 벌써 월드컵 개최비용 과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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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이어 러시아도? 벌써 월드컵 개최비용 과잉 논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29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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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예산 19조원 두배 넘는 41조원 전망…경기장 규모도 리그 평균관중 4배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과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를 놓고 뜨거운 유치 경쟁을 벌인 것과 달리 속내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브라질에 이어 러시아도 개최비용 과잉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최근 브라질에 이어 러시아도 2018년 월드컵 개최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두 배가 넘을 것이라며 투자 과잉으로 인한 문제점이 노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정부가 월드컵 개최를 위해 당초 책정한 예산은 40억 달러(4조원)였지만 지난해 6월 발표한 개최 비용은 125억 달러(13조원)로 예정보다 3배가 넘었다. 이마저도 4월에 모두 소진돼 그 이후 얼마나 더 많은 금액이 투입됐는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종 비용을 정산하면 실제 쓰인 것은 발표한 것의 두배가 넘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 개최비용 400억달러 예상 역대 월드컵 최대 규모

이제 러시아로 넘어왔다. 그렇지 않아도 러시아는 소치 동계올림픽의 과잉투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월드컵 개최비용이 이미 브라질 수준을 넘어 역대 최고가 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우크라이나와 갈등, 말레이시아 항공 격추 등으로 러시아가 쥐고 있는 돈줄을 틀어막겠다고 벼르고 있는 서구권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이미 비탈리 무트코 러시아 체육장관은 러시아 월드컵 개최에 따른 비용이 당초 예상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트코 체육장관은 BBC와 인터뷰에서 "처음 추정치는 190억 달러(19조원)였지만 아마 예산은 400억 달러(41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이 금액만으로도 브라질 월드컵 개최 비용을 거뜬히 넘는다.

이 가운데 경기장 및 관련시설 비용으로만 200억 달러(20조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 이유는 경기장 상당수가 FIFA의 월드컵 기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FIFA에서는 월드컵을 열는 경기장의 관중 규모를 최소 4만5000석으로 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의 대부분 경기장은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한다.

이를 위해 주경기장인 모스크바 루츠니키 스타디움은 업그레이드를 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제니트 아레나 등 무려 10개의 경기장을 새로 만들었거나 건설할 예정이다. 12개 가운데 루츠니키 스타디움을 제외한 11개를 새로 짓는 셈이다.

문제는 대회가 끝난 뒤 활용 방안이다.

무려 500억 달러(51조원)를 투입해 치른 소치 동계올림픽을 치른 러시아는 시설 활용 방안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올림픽을 국가 총력 체제로 준비하면서 인구 40만의 소치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했다.

하지만 올림픽 시설은 대회가 끝난 뒤 활용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1년에 17억~22억 달러(1조7000억~2조2500억원)의 유지비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 '올림픽의 저주'가 될 것으로 예견했다.

◆ 인구 30만 도시에 4만5000석 경기장, 활용 가치는?

BBC가 조사한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의 평균 관중수는 1만1500명 정도다.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의 인기 구단 가운데 하나인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홈구장이었던 페트로프스키 스타디움의 관중석 규모도 2만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러시아 월드컵을 위해 지어지고 있는 제니트 아레나의 관중 규모는 무려 6만9000명 수준으로 3.5배나 늘게 된다. 이 제니트 아레나를 짓기 위해 투입되는 비용만 11억 달러(1조1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치, 카잔 등 2017년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이 열리는 개최 도시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나머지 7개 도시는 과잉 투자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개최지 가운데 한 곳인 사란스크에는 4만5000석 규모의 경기장이 지어지고 있다. 이 도시의 인구는 30만에 불과하다.

사란스크에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팀인 FC 모르도비아 사란스크가 있긴 하지만 현재 경기장 규모는 1만1000석이다. 지금의 4배가 넘는 경기장이 새로 지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모르도비아 사란스크는 2013~14 시즌 러시아 내셔널 풋볼리그(2부) 1위를 차지해 러시아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팀이다. 언제 다시 강등될지 모르는 일이다.

이 때문에 브라질처럼 경기장 완공이 늦어지거나 경기장 사후 활용에 대해 고민하는 등의 후폭풍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경기장을 12개에서 10개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아직까지 FIFA에서는 이 방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거나 논의하고 있진 않지만 러시아 측에서 제기를 해오면 어떤 방식으로든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 인천 아시안게임·평창 동계올림픽에 주는 교훈

이미 과잉 투자에 대한 걱정어린 시선이 러시아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 러시아 축구전문기자는 BBC와 인터뷰에서 "러시아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브라질 월드컵의 교훈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팬과 서포터들을 위한 좀 더 편리한 구장은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지만 사란스크 같은 도시에 4만석의 경기장이 과연 필요한지는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기자는 "상파울루의 아레나 코린치안스처럼 월드컵이 끝난 후 부분 해체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 인천 아시안게임이 벌어질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 [사진=스포츠Q DB]

브라질 월드컵의 뼈저린 교훈을 눈앞에서 목격했고 러시아 역시 개최 비용과 시설의 사후 활용방안을 놓고 적지 않게 고민하고 있는 모습은 무수한 국제대회를 유치해놓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반면교사가 된다.

일단 당장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경기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인천은 재정난 때문에 홍역을 겪고 있다.

서구 주경기장 등 17개 경기장 건설에만 1조7224억원의 투입됐고 이 가운데 1조2523억원이 시비로 충당됐다. 특히 이 시비는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조건의 지방채로 조달된 '빚'이다. 올해까지는 이자만 상환했지만 내년부터 2029년까지 경기장 건설 채무상환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인천은 주경기장에 할인점이나 영화관, 스포츠센터, 연회장 등 수익시설을 유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입지 조건이 그다지 좋지 않아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시안게임도 이럴진대 평창 동계올림픽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동계올림픽 시설은 활용도가 더 떨어지는데다 입지 조건이 더 좋지 않기 때문에 적지 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일부 시설은 해체한 뒤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이 세워지긴 했지만 월드컵과 올림픽의 저주를 겪지 않으려면 더욱 면밀하고 심도싶은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 대회가 끝난 뒤 시설을 놀리지 않을 수 있는 각종 지원 대책 역시 중요하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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