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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리멤버' 박성웅, "남규만 매순간 때리고 싶었다. 가장 잘 맞았던 배우는 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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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리멤버' 박성웅, "남규만 매순간 때리고 싶었다. 가장 잘 맞았던 배우는 유승호"
  • 김윤정 기자
  • 승인 2016.03.07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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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진우야~”. ‘리멤버 아들의 전쟁’의 시청자였다면 이 한마디만으로도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극중 서진우 역을 맡은 유승호와 대립을 벌이다 이후엔 그의 조력자가 되는 조폭 변호사 박동호 역의 박성웅이다. ‘리멤버 아들의 전쟁’의 유승호와 남궁민 사이에서 인간적이면서도 차가운 두 가지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 박성웅은 특유의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며 다시 한 번 연기파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스포츠Q(큐) 글 김윤정 · 사진 최대성 기자] 첫 회 시청률 7.2%(닐슨코리아, 전국기준)에서 마지막 회에서는 20.3%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제목처럼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드라마가 되도록 보여드리겠다”. ‘리멤버 아들의 전쟁’의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박성웅이 전한 각오처럼 드라마는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됐다. ‘리멤버 아들의 전쟁’에서 박동호 역의 박성웅은 강렬하면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청률 고공행진에 한몫을 해냈다.

▲ 박성웅

◆ “악역이미지 우려보다 ‘나만의 박동호로 승부 걸자’ 생각”

데뷔 20년차 배우 박성웅은 ‘리멤버 아들의 전쟁’에서 파랑, 노랑, 보라 등의 다양한 컬러의 슈트패션들을 선보이며 파격적인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와 함께 거침없는 명대사와 섬세하고도 입체적인 연기로 강렬한 ‘악역 신스틸러’로 활약하며 극에 활력을 더했다.

“세 보이는 건 기본이니까, 부드럽거나 귀여운 그런 안 보여줬던 부분들을 많이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애드립도 대사보다는 걸음걸이나 춤으로 많이 표현했고, 써져 있는 대본 안에서 최대한의 것을 뽑아내려고 노력했다. ‘박성웅의 박동호’를 표현하는 거지 내가 박동호라는 인물이 될 수는 없지 않냐. 그래서 나는 매번 캐릭터에 접근할 때 ‘박성웅의 뭐’, ‘박성웅의 박동호 변호사’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

영화 신세계(2012)에서 이중구 역을 맡으며 ‘살려는 드릴께’, ‘죽기 딱 좋은 날씨네’ 등의 명대사를 남긴 만큼 박성웅은 대중들에게 ‘악역’ 이미지로 강하게 박혔다. 박성웅은 “우리 엄마는 내가 제일 귀엽단다”라고 말하며 웃어 보이지만, 대중들이 떠올리는 박성웅의 이미지는 부드럽고 다정하다기보단 여전히 차갑고 날카롭다. 이번 ‘리멤버 아들의 전쟁’에서 또다시 이런 ‘악역’으로서의 이미지로 굳어질 수 있었지만, 박성웅은 이미지 각인에 대한 우려보다 작품 속 캐릭터의 표현을 먼저 생각했다.

“나는 아직도 목마른 배우고, 갈망하는 배우다.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이번 캐릭터에 대해서도 ‘이걸 어떻게 표현하지?’라기 보단 ‘제대로 한번 보여줘야겠다’란 생각이 더 컸다. 나는 이미 준비가 돼 있으니까 ‘나만의 박동호로 승부를 걸자’고 생각했다.”

▲ 박성웅

◆ “남규만, 매순간 때리고 싶었다. 가장 잘 맞았던 배우는 유승호”

‘리멤버 아들의 전쟁’에서 박성웅만큼이나 ‘악독한’ 악역으로 활약한 배우는 남규만 역의 남궁민이다. 악역의 이미지가 강한 박성웅에게 “남규만 캐릭터가 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라고 묻자 “왜 그러냐”란 농담을 던지며 웃어보였다. 수많은 악행을 저지른 끝에 결국 자살이라는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 얄미운 캐릭터 남규만에 대해 박성웅은 “매순간 때리고 싶었다. ‘매순간’”이라고 말하며 시청자로서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성웅이 등장한 명장면 중 하나를 꼽으라면 마지막 회에서 유승호가 기억을 잃어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던 장면이다. 납골당에서 박성웅과 마주친 유승호는 끝내 박성웅을 알아보지 못하고 “절 아세요?”라고 물었다. 박성웅은 이런 유승호의 모습에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박성웅은 이 장면을 촬영했던 당시를 언급하며 “촬영 전부터 계속 터지는 눈물 때문에 먹먹한 가슴을 부여잡고 겨우겨우 촬영을 마쳤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특히 박동호 캐릭터에 대해 “심하게 빠졌다. 200%”라고 말하며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인해 박동호를 쉽게 벗어버리지 못했던 이유도 밝혔다.

“글쎄, 모르겠다.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을 정도로 항상 촬영현장이 밝았다. 처음엔 (시청률이) 7%로 시작했지만 매주 2%씩 오르기도 했고, 배우들끼리의 ‘합’도 잘 맞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매순간이 소중해서 더 집중하고 빠져들었던 것 같다. 박동호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팀워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 박성웅은 ‘리멤버 아들의 전쟁’의 촬영 분위기에 대해서 “장난 아니었다”고 말했다. 특히 박성웅은 수많은 배우들 중에서도 가장 호흡이 잘 맞았던 배우로 유승호를 꼽으며 그에 대한 애정을 끊임없이 드러냈다.

“(유)승호는 심하게 착한 편이다, 심하게. 내가 40년 넘게 살아오면서 여태까지 만난 남자 중에 제일 착하다. 또 나이답지 않게 진지하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크다. 그런데 그 열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조용히 갖고 있는 배우다.”

▲ 박성웅

◆ “나에게 ‘리멤버 아들의 전쟁’이란 ‘말 그대로 리멤버’”

20년의 배우생활 중 절반인 10년 동안을 무명으로 지낸 박성웅은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2007)’, 영화 ‘무뢰한(2015)’, ‘검사외전(2016)’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쌓아갔다. 긴 시간동안 점차 '박성웅의 빛'을 밝혀오면서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그는 그만큼 연기와 역할에 대한 소중함을 아는 배우다.

“빛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헤맸던 게 10년이었는데 지금은 정말 쨍쨍하다.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쨍쨍한 지금은 너무 할게 많지 않냐. 주어지는 역할과 찾아주시는 것에 하나하나 감사하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올해 개봉한 영화 ‘검사외전’에 이어 탄탄한 작품성을 가진 ‘리멤버 아들의 전쟁’을 만나 특징 있는 캐릭터 박동호로 또 한 번의 대박을 터트린 박성웅은 그 ‘대박’을 예상했을지 궁금했다.

“매번 작품에 욕심을 내는 편이다. 이번 작품에 대해서도 속으로 ‘이번 패 승부 걸만 한데?’라는 건 있었다. 글도 좋고, (유)승호랑 배우들 라인업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반부터 최선을 다했고, 사투리도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물론 부산 분들한테 욕은 많이 먹었지만(웃음) 좋게 결과가 나와서 괜찮다.”

‘리멤버 아들의 전쟁’을 끝낸 박성웅은 현재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란 영화를 찍으며 유호정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 박성웅은 그동안 보여준 이미지완 달리 비교적 부드럽고 수수한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배우 생활 20년 차임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하는 박성웅은 올해에 품는 부푼 기대보다는 “주어진 위치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여러 가지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 싶다. 좋은 작품, 아주 질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악역이 또 들어오면 다시 한 번 제대로 보여드리겠다.”

드라마가 끝난 지금 박성웅은 “제목처럼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드라마가 되도록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던 제작발표회 당시를 언급하며 “그렇게 돼서 너무 기쁘다”고 덧붙였다. 수많은 작품들 중 박성웅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 된 ‘리멤버 아들의 전쟁’은 그에게 이런 존재였다.

“(유)승호라는 친구도 얻게 되고, 너무 많은 좋은 추억과 기억을 남겼다. 그래서 정말 남다르고 의미 있다. ‘말 그대로 리멤버’다.”

▲ 박성웅

[취재후기] 법대출신 배우가 변호사 연기를 했다. 인상적인 법조항에 대한 질문을 던지니 박성웅은 “대사외우기도 바빠 죽겠는데”라면서도 이내 웃으며 “그건 안다. 형법250조 살인죄”라고 ‘툭’ 던지듯 말했다. 까칠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시크하면서도 다정한 ‘츤데레’의 표본 같은 박성웅의 영화 ‘검사외전’의 관객 수가 천만 명을 향해 달려간다. ‘검사외전’에 이어 ‘리멤버 아들의 전쟁’도 시청률 20% 달성에 성공했다. 올해 출발이 좋은 박성웅의 2016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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