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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7) 미식축구 김치볼 챔피언 골든이글스, 위대한 클럽 향한 '특별한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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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7) 미식축구 김치볼 챔피언 골든이글스, 위대한 클럽 향한 '특별한 질주'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3.09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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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클럽 와일드 판다와 하남서 평가전 '풋볼 교류 물꼬'...2연패-무패 우승 조준

[200자 Tip!] 정상은 오르기보다 수성하기가 더 어려운 법. 한국 미식축구 최고봉을 가리는 김치볼에서는 한동안 연속 챔피언이 배출되지 않았다. 지난 시즌 챔피언 서울 DDP 골든이글스가 “반드시 2연패를 해내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세우고 새 시즌 리그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리그는 5월 중순에야 개막하는데 이들은 꽃샘추위를 뚫고 3월 초에 국제 친선경기로 시즌을 출발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러시아 클럽과 국제교류전을 통해서다. 골든이글스의 '특별한 질주'를 따라잡았다. 위대한 클럽으로 진일보하기 위한 뜻깊은 움직임은 덤이다.

[하남=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와일드 판다와 골든이글스간의 평가전이 지난 6일 경기도 하남시 하남종합운동장에서 야간경기로 펼쳐졌다. 러시아 국적 클럽팀의 내한. 미식축구계로선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풋볼 불모지’ 한국에 외국팀이 먼저 방문하겠다는 요청을 보낸 것이다.

▲ 지난 6일 하남종합운동에서 야간경기로 벌어진 골든이글스(오른쪽)와 블라디보스톡 와일드 판다의 평가전.

한국과 연이 있는 것은 아닐까. 골든이글스 주장인 와이드리시버 김상규는 “페이스북을 통해 상대방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김치볼 우승팀인 우리팀 사진을 보고 한번 붙어보고 싶었던 것 같다”며 “블라디보스토크가 한국에서 멀지도 않으니 먼저 방문하겠다 하더라”고 귀띔했다.

러시아는 한국보다 미식축구 보급이 더욱 잘 안된 나라다. 축구에 열광하고 아이스하키를 즐겨 하는 곳.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겨울스포츠 강국이지만 반미감정이 심해 아메리카노를 ‘러시아노’라고 부르는 카페가 있는 곳에서 미국을 상징하는 종목 아메리칸 풋볼이 자리를 잡았을 리 없다.

평가전 상대를 물색하던 와일드 판다는 한국 최고 풋볼 클럽인 골든이글스를 낙점하고 접촉을 시도했다. 한국 클럽이 자비를 들여 10회 방문해야 1회꼴로 내한해 선진 기술을 전수하던 레벨이 높은 나라의 클럽과의 기존 국제교류전 방식과는 확실히 다르다. 한국 풋볼의 경사다.

▲ 질주하고 있는 러닝백 댄 시케티(왼쪽). 골든이글스는 와일드 판다를 12-0으로 눌렀다.

◆ 와일드 판다 한 수 지도한 골든이글스

와일드 판다의 전력은 강하지 않았다. 경기결과는 골든이글스의 12-0 승리였다. 김치볼 최우수선수(MVP)인 주전 쿼터백 카일 오티스 피에스타, 디펜시브 라인맨 김홍록 등 주축 선수들이 개인 사정, 컨디션 난조, 체력 저하 등으로 대거 자리를 비웠음에도 골든이글스는 상대를 압도했다.

올해부터 골든이글스의 지휘봉을 잡을 것이 유력시되는 윤여경 감독대행은 “한국의 대학생 수준이다. 그마저도 동의대, 부산대 등 최고 실력을 갖춘 팀이 아니라 서울리그의 4강권 팀 정도의 전력”이라며 “우리도 풀 전력을 가동하지 못해 가볍게 임했다. 새로 온 멤버들이 적응하고 손발을 맞추도록 배려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 와일드 판다 도브르야코브 코치는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줘 감사하다"며 "블라디보스톡에게 소중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생 이하로 구성된 와일드 판다는 아직 갈길이 먼 팀이다. 바실리 도브르야코브 코치는 “훌륭한 팀과 맞대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골든이글스의 열정과 실력에 큰 감동을 받았다. 경험이 없는 우리 선수들에게 소중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전력을 가다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해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쿼터백으로 승리를 이끈 김용규는 “그동안은 일본팀과 교류가 대부분이었다. 그마저도 우리가 가는 형식이 대부분이었다”며 “외국의 사회인팀이 먼저 연락이 와서 흥미로웠다. 물꼬를 텄으니 앞으로도 러시아와 꾸준히 교류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제무대에서는 여전히 변방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선망의 대상으로 성장한 한국 미식축구다.

▲ 골든이글스 주장 김상규가 앞장서서 경기 종료 후 와일드 판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 '입단 1순위' 선망의 클럽, 정치호-이인환의 설레는 데뷔전 

얇은 선수층으로 와일드 판다를 맞았던 골든이글스는 이날 대학생 2명을 기용하는 파격 라인업을 내놨다. 올해부터 막내로 뛰게 될 정치호(용인대)가 러닝백으로, 내년 입단 예정인 이인환(성균관대)이 센터로 나서 선배들을 뒷받침했다.

정치호는 “외국인들과 맞붙을 수 있어 영광이다. 얼른 졸업해 팀에 들어와 정통 풋볼을 맛보고 싶다”며 “골든이글스는 제일 강력해 늘 선망해 왔던 사회인팀이다. 훌륭한 선배들을 도와 김치볼 2연패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이인환 역시 “처음 맞추는데도 내 팀인 것 같이 좋았다”고 맞장구를 쳤다.

▲ 정치호(왼쪽)와 이인환. 골든이글스 입단이 예정된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를 상대하는 값진 경험을 했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자라면 모름지기 사회적 책임(SR)까지 곁들여야 한다. 한국 미식축구를 대표하는 클럽 골든이글스는 대학생들에겐 입단하고 싶은 클럽 1순위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학생들을 초청해 ‘1등 풋볼클럽’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

서울시립대 선수들도 풋볼 공부를 위해 주말 오후를 반납했다. 김영인(23)은 “러닝백의 스킬과 디펜스 움직임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며 “전열을 제대로 갖춘 상태가 아닌데도 공수가 탄탄하다”고 그라운드를 주시했다. 이승범(22) 역시 “확실히 대학팀 경기와 다르다. 워너비 팀 골든이글스 경기는 배울 점이 많다”고 눈을 반짝였다.

운동만 잘 하는 것이 아닌 ‘착한 클럽’으로 거듭나겠다는 신념을 실행하고 있는 골든이글스다.

▲ 승리를 자축하는 골든이글스 선수들. 그들의 목표는 김치볼 2연패다.

◆ 9년 만의 2연패-전승 우승, 골든이글스의 원대한 포부

사회인리그선수권인 광개토볼 우승팀과 대학리그선수권인 타이거볼 우승팀이 자웅을 가리는 김치볼 21년 역사에서 2006, 2007시즌 부산 그리폰즈가 2연패를 달성한 이후 2연속 우승팀은 자취를 감췄다. 2008시즌부터는 쉬핑랜드 바이킹스, 부산대, 대구 피닉스, 서울 워리어스, 필스 바이킹스, 부산대, 삼성 블루스톰, 골든이글스 순으로 각기 다른 팀들이 김치볼을 나눠 가졌다. 독주를 용납하지 않는 한국미식축구리그다.

지난해 12월 5년 만에 김치볼에 진출, 12시즌 만에 정상에 오르며 통산 3회 패권을 차지한 골든이글스는 강렬한 수성 의지로 뭉쳤다.

김상규는 “10년 가까이 2연패 팀이 없다는 점이 더욱 우리를 자극한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김용규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는 고비를 맞으면 더욱 뭉치는 노하우가 있다”며 “지도자가 바뀌어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문제가 없다. 전략으로도 밀릴 것이 전혀 없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 전승 우승을 다짐한 골든이글스. 다른 팀들보다 두 달 먼저 실전을 치른 만큼 김치볼 2연패를 이뤄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난해 골든이글스는 '미식축구월드컵' 월드챔피언십 출전을 앞둔 한국 국가대표팀을 28-20으로 꺾은 데다 김치볼에서도 동의대를 26-6으로 완파하는 등 무적의 행보를 보였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었다. 서울 바이킹스에 덜미를 잡혀 퍼펙트 우승에 실패한 것. 그래서 올 시즌엔 전승 우승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품은 골든이글스다.

윤여경 감독대행은 “주변에서도 우리가 너무 강한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당연히 2연패를 목표로 하고 달리겠다”며 “바이킹스를 비롯한 강한 상대를 의식하기 보다는 우리가 할 기본에만 충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러시아 클럽의 방문 친선전은 한국 미식축구의 큰 경사다. 10회 방문해야 1회 내한하는 식의 기존 교류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치러졌기 때문이다.

미식축구리그는 5월 지역별 춘계대회로 막을 올린다. 타이거볼-광개토볼 챔피언 간의 김치볼은 12월 첫째주 일요일 열린다.

러시아 클럽의 방문 친선전을 통해 다른 팀보다 두 달 먼저 닻을 올린 골든이글스가 경쟁 팀들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고 챔피언을 수성할 수 있을지 봄부터 관심이 쏠린다.

[취재 후기] 미국프로풋볼리그(NFL)가 포털사이트를 통해 생중계되고 그에 따른 긍정적인 반응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국내에서도 미식축구 인기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러시아 클럽팀과 가진 국내 평가전은 동아시아에서 한국 미식축구가 가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외부 환경의 연이은 호재를 발판 삼아 한 단계 도약하는 2016 미식축구가 되길 바란다. '상남자'들을 취재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풋볼은 알면 알수록 헤어나올 수 없는 강력한 힘을 지녔다.

▲ 골든이글스 윤여경 감독대행(왼쪽)과 김용규는 "무패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골든이글스와 와일드 판다가 첫 교류전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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