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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호' 더블 마무리, 믿을만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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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호' 더블 마무리, 믿을만 한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7.31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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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봉중근, 류 감독 구상과 정반대 행보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야구의 묘미를 봤다.

한국 최고 수준의 마무리 투수 임창용(38)과 봉중근(34)이 약속이나 한 듯 연달아 얻어맞았다. 야구팬들은 9회 2점씩을 주고받은 LG와 삼성을 보며 커다란 재미를 느꼈다.

3루 덕아웃에 있던 야구대표팀 사령탑으로서 류중일 삼성 감독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삼성이 채태인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하긴 했지만 그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을 것이다. 그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대표팀 뒷문을 어떻게 꾸려야할지 한숨을 내뱉었을지도 모른다.

류 감독은 지난 28일 인천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발표 기자회견에서 “우타자는 임창용, 좌타자는 봉중근에게 맡기겠다”며 더블 마무리를 구축할 뜻을 밝혔다.

▲ LG 봉중근이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9회말 2아웃에 등판했지만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해 패전투수가 됐다. [사진=스포츠Q DB]

그러나 3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삼성전은 그의 생각이 현재로서는 위태롭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한판이었다.

시작은 임창용이었다. 그는 첫 타자 브래드 스나이더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나온 대타 정성훈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오지환을 삼진 처리하며 2아웃을 잡았다. 그러나 손주인에게 역전 투런포를 허용하고 말았다.

시즌 7번째 블론세이브. 임창용의 2014년 평균자책점은 무려 5.23이다. 21세이브로 구원 부분 2위에 올라있지만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특히 상대팀 4~6번 중심타자를 상대로는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피안타율이 0.400에 이른다. 1~3번 0.257, 7~9번 0.196와 비교해보면 임창용이 강타자들을 상대로 얼마나 고전했는지 알 수 있다.

봉중근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세이브로 이 부문 3위를 달리고 있지만 평균자책점이 3.44에 불과하다. 지난 2년간 평균자책점 1.18, 1.33을 기록하며 철벽마무리로 군림하던 봉중근은 자취를 감췄다.

▲ 임창용은 2014 시즌 블론세이브만 7개를 범했다. 평균자책점은 5점대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는 9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 등판했지만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2점을 허용했다. 3안타를 맞은 것도 좋지 않았지만 사구와 볼넷을 허용하며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점이 더욱 뼈아팠다.

기록은 류 감독의 생각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임창용은 우타자를 상대로, 봉중근은 좌타자를 상대로 훨씬 약하다. 임창용의 오른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339, 봉중근의 왼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420이다.

반면 임창용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03, 봉중근의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18다. 30일 경기에서도 임창용은 우타자 손주인에게 역전 홈런을, 봉중근은 좌타자 채태인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오히려 홀드 1,2위를 달리고 있는 한현희(넥센)와 안지만(삼성)의 안정감이 더욱 돋보인다. 둘은 평균자책점 2.77, 2.54를 기록하며 소속팀의 상위권 질주를 이끌고 있다.

한국 야구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손쉽게 금메달을 따냈다. 특히 대만과 가진 결승전에서는 류현진과 윤석민만으로 경기를 끝내며 뒷문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둘은 미국으로 떠났다. 게다가 대표팀에는 ‘끝판왕’ 오승환도 없다.

경쟁국 일본과 대만은 아시안게임에 최상 전력을 꾸리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2006년 도하 참사를 기억해야만 한다. 당시 일본의 사회인야구 선수들은 류현진과 오승환을 두들기며 한국에 굴욕을 안겼다.

임창용과 봉중근은 해외에서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선수들이다. 국내에서 그만한 경험과 실력을 두루 갖춘 이도 없다. 그러나 현재로선 뒷문이 매우 불안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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