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5:00 (금)
'푸른 에이스' 배영수, 3000이닝 향한 집념투
상태바
'푸른 에이스' 배영수, 3000이닝 향한 집념투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8.01 1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대 13번째 1800이닝, 16번째 1200탈삼진 대기록 작성...현역 투수 기록 모두 갈아치워

[스포츠Q 민기홍 기자] 구속 150km를 가볍게 뿌리던 2000년대 중반의 화려함은 없다. 그러나 노련함으로 가득한 그의 피칭은 여전히 수준급이다.

현역 최다승 투수 ‘푸른 에이스’ 배영수(33)가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배영수는 지난달 31일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대구 LG전에 선발투수로 나서 6이닝 8피안타 5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6승(4패)째를 거뒀다. 전날 9회말 짜릿한 끝내기 안타로 승리했던 삼성은 배영수의 관록투에 힘입어 2연승에 성공했다.

그는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홈런 포함 8개의 안타를 허용했지만 실점을 최소화했다. 구속이 저하된 30대 투수가 리그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를 몸소 보여줬다.

▲ 배영수는 3000이닝을 던지는 것이 목표다. 1803이닝을 던진 배영수는 이번 시즌 경기당 5.2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배영수는 이날 승리로 역대 13번째 1800이닝, 16번째 1200탈삼진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삼성의 푸른 유니폼만을 입고 쌓은 기록이라 더욱 값지다. 122승째를 신고하며 김상진(SK) 코치와 함께 통산 승수 10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삼성의 잔여 경기는 41경기.

배영수는 7~8차례 더 등판할 수 있다. 공동 8위 김시진 감독, 정민태 코치(이상 롯데)의 124승도 넘어설 수 있다. 이번 시즌 경기당 5.2이닝을 소화하고 있어 투구 이닝에서도 8위 김용수(1831.1이닝)를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

수준급 이하의 선수로 전락하며 현역 은퇴 기로에 섰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더욱 소중한 기록들이다. 포기를 모르는 그의 도전이 더욱 칭찬받아야 할 이유다.

2000년대 중반 프로야구는 배영수 천하였다. 구속 150km의 강속구에다 140km에 육박하는 날카로운 슬라이더는 수많은 타자들을 떨게 만들었다. 배영수는 2004년 17승2패,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하며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와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배영수의 기세는 그해 한국시리즈 4차전 대구 현대전에서 정점을 찍었다. 그는 8회 중반까지 퍼펙트 행진을 기록하는 등 10이닝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고향팬들은 기립박수로 그를 맞으며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냈다.

그는 박명환, 손민한(이상 NC)과 함께 우완 트로이카 시대를 열며 2004년부터 3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6 시즌 후반 팔꿈치 인대 파열로 선수생활의 위기를 맞았다. 하루라도 빨리 수술대에 올라야만 했다.

그러나 배영수는 팀을 위해 팔꿈치를 바쳤다. 그는 우승이 배고픈 사자군단의 2연패를 위해 진통제 투혼을 발휘했다. 선발과 구원을 가리지 않고 등판을 자처하며 팀에 통산 세 번째 우승컵을 안겼다.

투혼의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배영수는 시즌 종료 후 2007년 1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2008년 마운드로 컴백했지만 예전의 위용은 온데간데 없었다. 9승(8패)을 올렸지만 평균자책점이 4.55로 뛰었다. 그저그런 투수가 됐다.

▲ 배영수는 지난달 31일 대구 LG전에서 122승째를 신고하며 통산 승수 공동 10위로 올라섰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2009년에는 1승12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한물 갔다’는 평가까지 들었다. 더 이상 프로에서 통할 수 없는 구위라며 현역 은퇴의 기로에 서기까지 했다.

그러나 배영수는 다시 일어났다. 떨어진 구위를 회복하기 위해 제구를 가다듬고 다채로운 변화구를 개발했다.

2010년부터 2년간 12승을 올리며 부활 조짐을 보인 그는 2012년 12승, 지난해 14승을 올렸다. 9년만에 다승왕 타이틀을 차지하는 감격까지 누렸다. 올 시즌도 극심한 타고투저의 흐름 속에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며 선전하고 있다.

배영수의 다음 목표는 3000이닝이다.

33년 프로야구 역사상 송진우(한화) 코치만이 밟은 높은 고지다. 하지만 배영수는 고졸에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으로 병역혜택까지 받아 아직도 6~7년은 거뜬히 현역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푸른 전설’ 배영수는 불굴의 의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감동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