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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에서 400만 매혹한 '군도' 윤종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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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에서 400만 매혹한 '군도' 윤종빈 감독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8.02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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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올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의 포문을 연 액션활극 ‘군도: 민란의 시대’가 개봉 후 연일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 영화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개봉 10일째인 8월1일 낮 12시45분 기준 400만4667명(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을 모았다. 이는 개봉 12일째에 400만1681명의 관객 기록을 세워 올해 400만 최단 기간 돌파 기록을 세운 할리우드 SF 액션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를 2일이나 앞선 기록이다. 한 주 늦은 7월30일 ‘명량’이 개봉하면서부터 치열한 기록 경쟁을 벌이며 쌍끌이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 '완성도 높은 액션 오락영화' vs '메시지 부재에 실망' 평가 교차

19세기 조선, 탐관오리들의 학정이 판치는 망할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들의 이야기를 쇠백정 출신 도치(하정우)와 백성의 적 조윤(강동원)의 대립 구도 속에 담은 ‘군도’가 꽃길만을 질주하는 상황은 아니다. 개봉 후 극찬과 비판, 선플과 악플이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웨스턴 장르를 빌려와 관군과 지배계급에 맞선 민중의 저항을 재미나게 그린 수작” “역사성에 기대는 사극 틀에서 벗어나 호쾌한 스토리텔링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오락 액션영화”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의 낯설지만 파격적인 시도”라는 상찬이 있는가 하면 “스타일에 치중하다 보니 ‘군도’의 핵심인 민중의 정서가 빠져버렸다” “거친 액션과 칼부림의 스펙터클 뒤에 시대에 대한 성찰과 비판의 묵직함이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민란 장면이 대박인 줄 알았더니 월하의 공동묘지 코스프레가 대박이었다니!”란 실망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전작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군대, 호스트바, 범죄조직이라는 공간을 통해 시대의 어두움을 탄탄한 연출력으로 짚어내 관객의 기대를 한몸에 받아왔던 윤종빈(35) 감독. 어깨에 힘을 뺀 채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그가 바라보는 ‘군도’, ‘군도’를 둘러싼 여러 갈래의 시선에 대한 감상을 들었다.

 

-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에 대한 소감을 들려달라.

▲ 우선은 관객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저희 영화는 신나고 유쾌한 액션 오락영화다. 세상에 이런 영화도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 ‘군도’에 대한 비판적 평가도 존재한다.

▲ 예상은 했다. 나의 전작들을 보고 자신들이 그려놓은 상이 있는데 달라서 당황하지 않았나 싶다. 청국장 먹으려고 한식집엘 갔는데 양식집으로 바뀌었을 때 드는 당혹감? 그런데 이 영화의 시작 자체가 ‘신나는 오락영화를 만들어보자’였고, 그 의도에 충실했다. 비판하는 분들 입장에선 ‘시대정신을 진중하게 다루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치가 있었던 것 같다.

 - '민란의 시대’라는 부제에 걸맞게 백정 돌무치가 군도를 이끄는 도치로 거듭나고, 민초들이 민란의 주역으로 떨쳐 일어나는데 있어 서로 교감하고, 조직화되는 과정이 없어서 당혹스럽다는 이야기가 있다.

▲ 난 조직화된 민란이나 봉기를 원했던 게 아니다. 잘못된 세상에 분노할 때 이데올로기가 아닌 인간적 느낌으로 발생하지 않나. 조직화되면 너무 정치적이지 않을까 싶다. 전리품으로 양반의 상투를 싹둑 자르곤 했던 도치가 어느 순간 상투를 자르지 않는 그런 인간적인 모습이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하다.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는 자세.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영리하냐 아니냐, 좌우 이념이 아니라고 여긴다.

▲ 도치 역 하정우(왼쪽)

- 주연배우 하정우와 강동원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기존 한국영화에서 이런 유형의 캐릭터를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 이번에 작업할 때 가장 큰 원칙은 배우가 돋보이는 영화를 찍자였다. 거기에 다 맞추려고 했다. 모든 오락영화 이야기는 다 똑같다. 어차피 다 정해져 있고, 관객은 캐릭터와 액션에 흥분하므로 배우를 돋보이게 하려고 했다. 도치 캐릭터를 위해 ‘임꺽정’ ‘장길산’ ‘홍길동’을 모두 독파했는데 너무 깨어 있고, 멋있고, 능력 출중한 주인공이라는 점이 아쉬웠다. 비록 오락영화를 만들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건 한 명의 위대한 사람으로 세상이 변하는 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대중으로 인해 세상은 변화한다고 믿기에 거기서부터 도치 캐릭터를 시작했다. 절대악이 죽는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진 않는다. 누구나 자기 번뇌와 트라우마와 맞서 싸운다고 봤다. 악당 조윤 역시 마찬가지다. 이 두 가지를 견지하고 싶었다. 그걸 토대로 영화를 찍고 마지막 액션장면도 촬영했다.

- 항간에는 “하정우 보러 왔는데 강동원만 보여”라는 볼멘 소리도 있더라. 강동원을 너무 멋지게 표현하려한 건 아닌가.

▲ 강동원은 어떻게 찍어도 멋있다. 배우들마다 잘 나오는 각이 있는데 그는 어느 각도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도 훌륭하다. 강동원의 아름답고 서늘한 모습이 ‘군도’의 전체 톤이랑 대비돼 특별한 맛을 내지 않았나 싶다. 하정우는 무슨 역을 해도 다 말이 되는 배우다. 최하층민부터 인텔리까지. 강동원은 너무 열심히 하는 연기자고, 하정우는 영리한 배우다. 극중 두 배우의 대결은 강함이 악을 이기고, 뭔가를 쟁취하는 게 아니다.

▲ 조윤 역 강동원

- 액션영화는 처음이라 윤감독 역시 어떻게 만들어갈 지에 대한 고민이 컸으리라 본다.

▲ 내가 관객으로서 액션영화를 볼 때 가졌던 불만을 복기했다. ‘퍽’ ‘퍽’ 소리는 요란한데 어떻게 싸우고 있는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동선 파악이 안될 경우 많이들 그런다. 그래서 동작이 정확히 인지되게 찍자는 생각이었다. 또 어느 정도의 과장은 필요하지만 너무 중국영화스러운 와이어는 배제하려고 했다. 각 장면의 액션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강동원은 몸이 길고 예뻐서 커트를 나누지 말고 긴 호흡으로 찍었다. 하정우의 짧은 식도와 강동원의 장검이 부딪히는 대결 장면에서 합짜기가 곤욕이어서 칼을 짧게 잘라놓은 상태에서 촬영하고 나중에 CG로 보완하는 꼼수(?)를 부렸다. 액션영화를 이번에 원 없이 경험해 이제 더 이상 안 찍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웃음)

- 감독의 입장에서 ‘군도’에 대한 자부심은 무언가.

▲ 공을 많이 들였고 완성도가 높게 나왔다. 액션 오락영화다 보니 등장한 칼소리, 말발굽 소리조차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직접 녹음해 왔다. 시사회 때 류승완 감독이 영화가 끝나자마자 ‘외국에서 해온 거지? 때깔이 다르네’라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또 캐스팅에 응해준 너무나 훌륭한 배우들이 각자의 몫을 잘 해줬다. 조화로운 앙상블이 이뤄졌다.“

 

- 순제작비 150억원(마케팅비용 포함 180억원)을 들인 대작이다. 손익분기점은 550만 관객으로 알려졌다. 흥행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주변에서 흥행 얘기를 많이 하고, 언론에서도 블록버스터 영화들 사이의 경쟁을 부추긴다. 결국 관객이 판단할 문제이므로 부담은 내려 놓으려고 한다.

[취재후기] 남자들의 내밀한 세계에 천착해온 윤종빈 감독은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어렸을 때부터 남자들의 영화, 남자배우들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의 영화가 말해주듯 꼼꼼하고 예민한 남자다. 부담이 컸을 법한 작품을 완성한 뒤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관객의 평가에 직면한 젊은 감독의 두 어깨에 자부심 그리고 피곤함이 나란히 얹혀 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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