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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이 칭찬한 고교생 거포 이재영의 '희망 스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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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이 칭찬한 고교생 거포 이재영의 '희망 스파이크'
  • 홍현석 기자
  • 승인 2014.08.02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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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활약 이어가면 나를 넘어 에이스될 것"...태국과 그랑프리 개막전 15점으로 맹활약

[스포츠Q 홍현석 기자] 그동안 한국 여자배구는 김연경(26)이라는 세계적인 공격수를 앞세워 2012 런던 올림픽에서 4강에 올랐고 다음달 열리는 인천 아시아게임에서는 20년만에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김연경도 이제 2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고 이런 활약이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는 그는 시차 적응 등 여러 문제로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김연경을 대신할만한 후배들이 기대만큼 치고 올라오지 못하고 있어 걱정이었다.

이런 걱정을 날려 버릴 정도의 플레이를 보여준 걸출한 신예가 나타났다. 18세 고등학생 이재영(선명여고)이다.

그는 태국과 그랑프리 개막전에 출전해 고교생임에도 주눅들지 않고 스파이크를 때려내며 김연경, 김희진과 함께 한국 공격을 이끌었다. 그리고 중요할 때마다 득점에 성공하면서 해결사 능력도 보여줬다. 차세대 에이스의 탄생을 알린 경기였다.

▲ 한국 여자배구 차세대 에이스 이재영이 1일 화성 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태국과 개막전에 선발로 출전해 스파이크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18세 레프트 공격수, 당당한 활약을 보여주다

선명여고 졸업반인 그는 고교 시절부터 차세대 에이스로 손꼽혔다.

그렇게 주목을 받던 그는 지난달 24일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U-19)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중국과 준결승에서 23점을 뽑아내는 맹활약을 펼치며 한국을 3위로 이끌었다. 그 결과 한국은 3위까지 주어지는 2015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티켓을 따낼 수 있었다.

청소년대회를 마치고 곧장 국가대표 대표팀에 합류해 쉬지도 않고 훈련에 임했고 지친 기색 없이 그는 그랑프리를 준비했다.

그렇게 긴 여정을 마치고 1일 화성 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태국과 개막전에 출전한 그는 강력한 스파이크를 앞세워 김연경, 김희진에 이어 가장 많은 15점을 뽑아냈고 팀의 3-1(23-25 25-22 25-16 25-13) 승리를 견인했다.

공격 12점 블로킹 1점 서브 2점으로 15점을 올린 그는 고비마다 득점에 성공했고 특히 3세트 초반 승기를 잡을 때 연속 득점을 통해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4세트에서 9-13으로 뒤지고 있을 때 서브 득점에 성공하면서 추격의 발판을 만들었다. 수비에서도 침착하게 상대방 공격을 막아내며 공수 모두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대표팀에서 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는데 믿고 가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다음 경기에는 준비를 더 잘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이재영이 1일 태국과 그랑프리 개막전에서 수비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시간이 없어서 연습을 많이 못해서 아쉽지만 점점 플레이하면서 선배들과 맞아가고 있다”며 “지난해에도 대표팀에 합류했기 때문에 부담감보다도 즐기려고 하고 있다”고 10대다운 패기도 보여줬다.

그를 바라본 김연경 역시 “고교생임에도 지금 대표팀에서 주전을 활약하고 있고 이런 활약을 쭉 이어간다면 충분히 나를 넘고 에이스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후배를 칭찬했다.

◆ 스포츠 가족의 피를 물려받은 쌍둥이 자매

이재영은 가족의 도움을 받고 이같은 맹활약을 펼쳤다. 바로 쌍둥이 동생 이다영(선명여고)이다.

공격수로 활약하는 언니와 달리 동생인 이다영은 세터로 뛰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주전 세터인 이효희를 대신해 백업으로 간간이 출전한 그는 12번의 토스를 시도했고 김연경의 후위 공격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또 동생이 올린 토스를 언니가 공격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쌍둥이 자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같이 서로 많이 맞춰봐서 경기하기에는 쉽고 무조건 다가오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해서 최고의 선수가 돼 한국 배구를 이끌어가고 싶다”는 포부도 함께 밝혔다.

쌍둥이 자매는 스포츠 가족 분위기에 자랐다. 어머니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여자배구 국가대표 세터 출신인 김경희씨고 아버지는 육상 국가대표 출신 이주영씨다.

이런 스포츠 스타 부모의 피를 물려 받은 자매는 각 포지션에서 현재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 세터 이다영은 센스가 좋고 왼손잡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블로킹 능력까지 뛰어나 차세대 대표 세터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기복이나 볼 배분 능력이 떨어지는 단점을 갖고 있지만 경험을 통해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

▲ 이다영(왼쪽,22번)을 비롯한 한국 여자배구대표팀 선수들이 1일 태국과 그랑프리 개막전에서 득점을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언니 이재영은 이날 경기에서도 보여줬듯이 탄력을 이용한 강한 스파이크와 서브 능력을 갖추고 있고 수비에서도 안정적이다. 그리고 항상 웃는 그만의 긍정적인 성격이 큰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차세대 에이스의 탄생을 알렸던 이재영의 맹활약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동생 이다영과 함께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어갈 수 있는 자매의 도전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toptorre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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