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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콤플렉스를 희망으로 바꾼 이정민, 장애인유도로 메치는 '리우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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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콤플렉스를 희망으로 바꾼 이정민, 장애인유도로 메치는 '리우의 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03.18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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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으로 왕기춘 꺾고 우승 경험…2014년 장애인유도 전향 뒤 승승장구, 패럴림픽 정상 도전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한때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왕기춘(28·양주시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이정민(26·양평군청)이 이젠 장애인유도로 전향,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금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

장애인 선수로 불리길 거부했던 그였지만 이젠 어느덧 시각장애인 유도의 에이스가 됐다. 이정민은 지난1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에서 우수장애인선수상을 수상했다. 시각장애인유도로 전향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장애인유도선수로서 성공을 인정을 받은 것이다.

이정민은 "모든 선수가 올림픽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장애인선수들도 마찬가지"라며 "리우 패럴림픽에서 이길 수밖에 없는 경기력으로 끌어올려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이정민이 1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에서 우수장애인선수상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인정하기 싫었던 장애, 극복하기 위해 발휘한 악바리 근성

어렸을 적부터 자존심이 강했던 이정민은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는 게 어려웠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유도에 입문한 이정민은 2014년 11월까지 비장애인 선수였다. 대학 시절 그의 시력이 좋지 않은 것을 알게 된 장애인유도협회로부터 전향을 권유받았지만 단호히 거절했다.

이정민은 "장애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아 감춰가면서 선수생활을 했다. 대학 시절부터 장애인유도협회에서 수차례 전향을 제안해왔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불편함이 크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고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고 말했다.

이정민은 왼쪽 눈은 시력이 없고 오른쪽 눈은 안경에 의존해야만 볼 수 있다. 안경 역시 시력 교정보다는 시야를 조금 더 넓게, 환하게 해주는 정도다.

이정민은 "일상생활에서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글씨를 보거나 컴퓨터를 할 때 매우 가까이서 봐야 한다. 잘못 알아보는 데도 아는척 한 적도 많았다"며 "유도가 손동작이 많이 오가고 순발력과 스피드를 요구되는 종목이기 때문에 불편을 느낄 때가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럴수록 이정민은 이를 더 악물었다. 부족함이 느껴질수록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더 노력했다. 이러한 결실은 놀라운 결과로 이어졌다. 2014년 7월 열렸던 타이베이 아시아오픈 81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그해 8월에는 전국실업최강전에서 왕기춘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정민은 "개인적으로 2014년이 가장 좋았던 해"라고 회상한다.

▲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정민이 1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코카콜라 대상 시상식에서 자신의 패럴림픽 각오를 밝히고 있다.

◆ 페럴림픽 금메달 위한 전향, 당연하단 시각에 부담되기도

승승장구하던 이정민은 왕기춘을 꺾은 뒤 3개월 만에 장애인유도로 전향했다. 이정민은 "지금껏 감춰왔던 장애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비장애인 실업선수로 활동하며 불편한 점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기 싫었던 이정민이 마음을 바꾼 것은 올림픽 때문이었다. 이정민은 "협회에서 '비장애인 유도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올림픽으로 가는 관문은 멀고 험하지 않느냐. 하지만 장애인유도로 오면 메달에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설득했다. 장애인 올림픽에 진출할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고 밝혔다.

이정민은 변신 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나갔다. 지난해 2월 헝가리 시각장애인유도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5월 서울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결승서도 샤리프 카릴로프(우즈베키스탄)에게 발뒤축걸기 한판승으로 우승을 따냈다.

장애인유도는 시각장애인유도와 청각장애인유도로 나뉜다. 그 중에서도 시각장애인유도는 보이는 정도에 따라 B1, B2, B3로 나뉜다. 장애가 심할수록 숫자가 낮아진다. 이정민은 B2에 해당한다.

이정민은 "등급별로 경기를 치르는 것은 아니다. 시각적으로 B3가 가장 유리할 수 있지만 B1과 B3가 대결할 경우 B1이 이기면 가산점이 크고, 잡은 상태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등 상황에 맞춰 진행되는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비장애인 유도와 다를 것이 없다. 웨이트를 하는 것이나 튜브를 당기는 것이나 훈련도 다 똑같다"고 설명했다.

▲ 이정민이 지난해 5월 14일 2015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남자 유도 81kg급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과거에 숨겨왔던 장애이지만 지금은 떳떳하다. 이정민은 "시각장애를 가지고 일반 유도를 하다가 장애인유도로 전향한 것은 행운이다. 과거에는 콤플렉스였지만 지금은 기회이자 희망"이라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보였다.

그런만큼 이정민의 패럴림픽 목표는 금메달이다. 이정민은 "금메달이 자신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경기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사실 금메달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커서 솔직히 부담이 많이 된다"며 "그래도 부담까지도 이겨내야 좋은 선수다. 패럴림픽 금메달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장애인유도 선수로 전향 후 두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정민은 리우 패럴림픽 81㎏급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고 자신감도 그만큼 높아졌다. 리우의 금빛 메치기를 향한 그의 구슬땀은 더욱 굵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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