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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송강호, '이순신'의 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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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송강호, '이순신'의 최민식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8.03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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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지난해 12월 개봉돼 관객 1137만명을 모은 ‘변호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프 삼은 영화다. 군사독재 시대에 신념을 위해 싸우는 한 변호사의 이야기다. 주인공 송우석 역을 맡은 송강호(47)는 고졸 출신의 속물 세무변호사가 부산학림사건 변호를 맡으며 인권변호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마스터피스 급 연기로 소화했다. 마지막 법정 장면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이다”란 대사는 관객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 '변호인'의 송강호

7개월이 지나 최민식(52)이 바통 터치했다. 그가 주연한 전쟁 액션대작 ‘명량’이 연일 한국영화 새 기록을 세우고 있다. 불과 개봉 5일 만인 8월3일 400만 관객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1000만 영화가 될 것이란 전망이 속출하고 있다. 그가 비중 있는 캐릭터로 출연한 할리우드 액션영화 ‘루시’(감독 뤽 베송)는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4년 여름, 한국과 북미지역을 동시에 지배하게 된 셈이다.

한양으로 압송돼 고문당하는 순간부터 삼도수군통제사로 재부임돼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그 짧은 시기의 기록을 연기해야 했던 최민식은 성웅의 초인적인 정신력과 탁월한 전략전술, 인간으로써 느끼는 고독과 절망, 분노와 두려움의 넓디넓은 감정의 간극을 표현했다. 그의 입을 통해 들려지는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쫓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대사는 ‘변호인’의 명대사와 다를 바 없는 뭉클함을 전달한다.

▲ '명량'의 최민식

‘명량’ 캐스팅 제의를 받는 시점부터 시작된 최민식의 집착과 몰입은 영화를 끝낸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촬영 내내 충무공으로 살려고 발버둥쳤던 그는 현장에서 스태프와 배우들로부터 ‘장군님’으로 불렸다는 후문이다.

개봉 직전 숱한 언론매체 인터뷰에서 최민식이 한 한결같은 대답은 “여전히 그가 불가해하며 궁금하다”는 것과 “존경하는 그분을 흉내낸 것만 같은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다”는 것이다. 캐릭터에 자신을 동화시키는 메소드 연기 차원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수양으로 난세를 헤쳐나간 한 인간에 대한 경외심으로 읽힌다. 그런 심경으로 작품에 임했기에 ‘최민식의 이순신’을 접한 관객의 가슴엔 넓은 파문이 그려지는 것일 테다.

배우로서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스크린쿼터 사수투쟁의 선봉에 서고, 강우석 감독의 주연급 배우 고액 개런티 발언파동에 후배 송강호와 함께 정면으로 맞서는 등 꼿꼿한 소신 때문에 힘든 시기를 겪었다. 한동안 스크린에서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불가피하게 제2금융권 광고모델로 나선 그를 두고 손가락질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 당시 오히려 해외 영화인이 최민식의 진가를 놓치지 않았다. 2007년 ‘파이란’ 리메이크 판권을 구입한 바딤 페렐만 감독이 ‘모래와 바람의 집’ 홍보차 내한했을 때 관계자들을 통해 최민식과의 만남을 부탁한 뒤 “로버트 드 니로나 알 파치노를 캐스팅해도 당신과 같은 연기가 나오진 않을 거다”라며 존경과 찬사를 멈추지 않았다.

 

한동안의 시련을 겪은 뒤 왕성한 연기활동을 재개하던 시점에서, 주조연을 가리는 법 없이 작품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오던 지점에서 ‘명량’에 승선했다.

연극배우로 출발해 오랜 세월 스크린을 통해 관객의 신뢰를 다져온 배우들이다. 존재감이나 연기력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기자들이다. 송강호가 송곳같이 날카로운 강연타 신공을 발휘한다면, 최민식은 측량 불가할 만큼 묵직한 해머의 한방을 내려친다. 송강호가 생활의 페이소스가 묻어난다면, 최민식은 스펙터클한 감동이 흘러넘친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과 ‘이순신’은 그들에게 최적의 캐릭터였다.

불과 몇 개월 차로 역사의 인물을 현실로 깨어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가슴 먹먹한 감동을 지핀 두 배우는 대한민국 영화계의 자부심이자 장인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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