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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고에 빠진 포항, '8월 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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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고에 빠진 포항, '8월 위기론'
  • 홍현석 기자
  • 승인 2014.08.0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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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국축구 한계? 에이스 이명주 이적·엷어진 선수층·체력 문제 등 불안요소 가득 '시련의 여름'

[스포츠Q 홍현석 기자] 지난해 더블을 기록하며 K리그 최고 자리에 올랐던 포항 스틸러스가 시련의 여름을 맞고 있다.

포항은 3일 수원 삼성과 2014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 경기에서 산토스와 로저로 이뤄진 브라질 듀오와 제2의 앙팡테리블 권창훈을 막지 못해 1-4로 대패하며 99일만에 전북 현대에 리그 1위 자리를 내줬다.

포항으로서는 수원전 패배가 너무나 뼈아프게 다가왔다. 선두를 뺏긴 것 외에도 수원을 상대로 이어온 8경기 연속 무패(7승 1무) 기록을 마감했다. 포항은 이날 경기를 통해 동아시아 최초로 1500호골을 성공했지만 승리하지 못해 빛이 바랬다.

▲ 포항의 이명주(가운데,29번)가 5월 10일 전남과 2014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에서 도움을 기록했고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운 뒤 동료들이 이명주를 들고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포항스틸러스 제공]

포항은 월드컵 휴식기 뒤 후반기에서 힘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월드컵 휴식기 전까지 치러진 12경기에서 8승(1무 3패)을 거뒀던 포항이었다. 하지만 월드컵 방학이 끝난 뒤 열린 6경기에서 2승 3무 1패다.

제주와 FC 서울을 상대로 2경기 연속 무승부를 거두며 불안하게 출발한 포항은 울산 현대와 부산을 상대로 2-0으로 이기며 회복하는 듯 보였으나 최하위 인천을 상대로 밀리는 경기 운영 끝에 간신히 0-0으로 비겼다. 인천전에서 신화용을 잃은 포항은 수원에 1-4로 대패했다.

최근 2경기에서 1무 1패로 경기력이 뚝 떨어지자 ‘포항의 8월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부진의 원인은 그동안 포항을 지탱해왔던 이명주(24)의 공백이 결정적이다. 이명주는 지난 시즌부터 공수 밸런스를 완벽하게 맞춰왔던 중앙 미드필더였다. 공격 능력도 뛰어나지만 수비에서도 관여하는 부분이 컸다. 이 때문에 김승대, 고무열 등 공격 선수들이 더 활발하게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명주가 이적하자 공수 밸런스가 무너졌다. 특히 공격에서 그의 공백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진다. 이명주는 지난 6월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으로 이적하기 전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는 새로운 신기록을 세우는 등 5골 9도움을 맹활약 중이었다. 하지만 포항에게 500만달러(50억원)이란 이적료는 분명 거절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문제는 이명주의 이적으로 생긴 자금을 선수 영입에 투자하지 않아 그의 대체자를 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반기 12경기에서 26골을 넣는 공격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던 포항은 이명주의 부재로 인해 최근 6경기에서 5골에 그치고 있다. 포항은 수원전에서 올시즌 득점왕응 노리는 김승대를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해봤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얻지 못했다.

서울 최용수 감독도 포항과 2014 하나은행 FA컵 16강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포항이 지금도 잘하지만 이명주가 빠지면서 창의력이나 패스의 질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는 등 포항의 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포항을 이끄는 황선홍 감독이 3일 수원과 2014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 경기에서 1-4로 대패한 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월드컵 방학으로 체력적으로 힘든 8월과 9월에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고 포항은 서울과 함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남아있기 때문에 더욱 탄탄한 스쿼드를 유지해야만 한다. 그러나 포항은 이적시장에서 보강도 없었다. 김원일, 김태수, 고무열 등 공수에서 활약하던 선수들도 부상으로 빠지면서 주전들이 연달아 경기에 출전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체력이 떨어지면서 경기력까지 부진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수원과 경기 후 인터뷰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았고 영입하고 싶은 선수가 있어도 서로 원하는 부분이 달라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재 우리 상황에서 더블스쿼드를 구사하기란 쉽지 않다. 8월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올 시즌 성적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도 포항에는 악재다. 유소년 출신 선수들이 중심이 된 포항에는 어린 선수들이 주전급으로 활약하고 있다. 김승대를 중심으로 손준호, 문창진, 이광혁, 박선주 등이 있는데 이들 중 대다수가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 명단 합류가 유력하기 때문에 선수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8월 위기를 넘기 위해서 노력 중인 황선홍 감독은 이 때문에 임시 대표팀 감독 자리도 고사했다. “내가 대표팀을 맡을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 모르겠다. 지금 포항도 건사하기 힘든 마당에 다른 상황에 대해 걱정할 겨를이 없다”고 현재 포항이 위기임을 강조했다.

지난 시즌 포항은 지금과 비슷한 위기가 있었지만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울산과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인 승리로 우승을 일궜다. 이처럼 그들에게는 위기를 이겨낸 경험과 자신감이 있고 호흡도 잘 맞는다.

또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했지만 김승대, 문창진 등 유소년 선수들이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고 임대로 영입한 강수일이 기대보다 큰 활약을 해주며 빈약해진 포항의 공격력에 도움을 주고 있다. 지금 위기를 넘긴다면 후반기 언제라도 다시 선두를 탈환할 수 있다.

toptorre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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