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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10) 배우 원종환, '난쟁이들'의 빅-'명동로망스'의 박인환을 그리다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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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10) 배우 원종환, '난쟁이들'의 빅-'명동로망스'의 박인환을 그리다 (인터뷰Q)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6.03.22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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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사람들은 각자 풍기고 있는 향기와 분위기가 다르지만 한 사람이 여러 색을 갖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배우 원종환은 차분하면서도 통통 튀고, 통통 튀면서도 묵직한 느낌이 있다.

[스포츠Q(큐) 글 이은혜 · 사진 이상민 기자] 무대 위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유쾌해지는 배우가 있다. 2005년 뮤지컬 ‘죽은 시인의 사회’를 시작으로 쉬지 않고 매년 무대에 오르고 있는 원종환은 어느덧 ‘관객들이 사랑하는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 막연하게 시작된 ‘꿈’… “뮤지컬 ‘렌트’를 보고 충격 받았죠”

연기를 시작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짧은 뜸을 들이던 원종환은 “그냥 막연하게 시작했다”는 의외의 말을 꺼내 놓았다. 이날 원종환은 연기를 해야겠다는 시기 역시 ‘중고등학교 시절’로 뭉뚱그려 표현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냥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냥. 그래서 연극영화과를 갔고, 대학에 가서 ‘무대’라는 곳에 처음 올랐죠. 그렇게 연기를 하다보니까 되게 막연했던 ‘배우’라는 꿈이 정립됐죠. ‘아, 연기를 하는 게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일이구나!”

막연했던 꿈을 대학에 가서야 구체화시킨 원종환은 뮤지컬보다는 영화와 순수 연극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원종환은 졸업 공연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올리고 싶었지만 뮤지컬 작품을 하게 됐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졸업 공연 참고를 위해 찾은 뮤지컬 ‘렌트’ 공연장에서 받았던 충격으로 뮤지컬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고 고백했다.

“저 사실 학교 다닐 때는 진지한 작품들만 했어요, ‘햄릿’ 같은. 그런데 졸업 공연 때문에 뮤지컬 ‘렌트’를 봤는데 충격 받았어요. 완전 컬쳐쇼크. 그게 제가 뮤지컬을 하게 된 계기에요. 그리고 딱히 뮤지컬만 고집하는 사람은 아닌데 하다 보니 이렇게 뮤지컬 작품들만 하고 있어요.(웃음)”

◆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유쾌한 멀티맨’… “‘이미지’ 걱정, 이제는 없다”

 

2005년 뮤지컬 ‘죽은 시인의 사회’로 본격적인 배우 생활을 시작한 원종환은 2006년 하나의 기회를 얻게 된다. 바로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당시 인기 뮤지컬 중 하나였던 ‘김종욱 찾기’에서 원종환은 1인 22역을 소화해 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운이 좋았고, 그 운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했다”고 당시를 회상한 원종환은 ‘멀티맨’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스태프들의 도움이 컸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로 ‘멀티맨’을 꼽기도 했다.

“배우 원종환이라는 사람을 아무도 몰랐는데 ‘멀티맨’을 하고 처음으로 인터뷰를 해 봤고, 난생 처음 사인을 해 봤었고, 고생도 많이 했었고, 밤새 캐릭터를 창조하기도 했었고. 기억에 많이 남아요. 힘들었지만, 고마운 캐릭터. 저한테 많은 걸 남겼어요. 모든 캐릭터들이 사랑스럽긴 하지만 멀티맨이 ‘시작’이라는 느낌이라.”

‘멀티맨’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원종환은 동시에 ‘유쾌한 배우’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하나의 이미지를 얻는 것이 이름을 알리기에는 좋지만, 이후 작품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양날의 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원종환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제 생각에 ‘멀티맨’은 재미를 주는 역할이지만 되게 어렵고 조율도 많이 해야 하고, 제일 진지해야 하는 배역이에요. 그런데 극에서 보여주는 재미 때문에 ‘아, 원종환은 웃긴 배우’ 이렇게 될까봐. 사실 ‘유쾌한 배우’, ‘웃긴 배우’ 좋죠. 그런데 ‘가벼운 배우’가 될 수 있겠다는 고민을 좀 했어요. 그런데 ‘야, 쟤 웃긴 배우래. 가 보자’ 하고 왔을 때 ‘근데 원종환은 웃긴데 가볍지는 않다’, 이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오달수 선배님, 유해진 선배님들도 영화 속에서 가볍게 안 보이시잖아요. 그렇게 제가 노력하면 될 것 같았어요.”

◆ ‘유쾌한 상상’ 뮤지컬 ‘난쟁이들’의 빅

원종환은 현재 대학로에서 뮤지컬 ‘난쟁이들’과 100회 공연을 맞이한 뮤지컬 ‘명동 로망스’에 출연하며 각각 난쟁이 빅과 시인 박인환으로 분하고 있다.

 

우연히도 원종환이 출연하는 두 작품은 지난 2014년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 어워드‘에서 최우수상을 두고 각축을 벌이기도 했었다. 당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정식으로 관객들을 만날 기회를 얻게 된 작품은 뮤지컬 ’난쟁이들‘이었다. 뮤지컬 ‘명동 로망스’가 ‘예그린 어워드’에서 아쉽게 최우수상을 수상하지 못했지만 이 작품도 정식 공연을 시작했고 3월 22일 100회 공연을 올린다.

’명동 로망스’의 시작을 함께 했던 원종환은 경쟁작이던 ‘난쟁이들’ 출연을 두고 “재미있는 상황이잖아요. 그 어워드에 올랐던 두 작품을 제가 둘 다 할 수 있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죠”라고 표현하며 작품 이야기를 시작했다.

“‘난쟁이들’은 애드리브가 많죠. 사실 저는 정말 안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도 배우들이 무슨 애드리브를 할지 몰라요. 여기는 ‘폭탄’ 같은 곳이에요.(웃음) 전 무대에서 웃는 걸 싫어해서 단 한 번도 안 웃었는데 ‘난쟁이들’은 정말 현실 웃음이 터져요. 사실 처음에는 애드리브 때문에 긴장했는데 이제는 그냥 ‘해봐~’ 이렇게 돼요. 애들이 항상 뭘 생각해 와요. 분장실에 앉아서 ‘오늘은 여기서 이렇게 해보자’ 해서 하면 재미있어요.”

뮤지컬 ‘난쟁이들’에서 소심하지만 백설공주를 만나기 위해 난쟁이 찰리와 일생일대의 모험을 시작하는 할아버지 난쟁이 빅을 연기하고 있는 원종환은 팬들에게 최근 ‘물이 올랐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캐릭터 특성상 무릎으로 걷고, 입 냄새가 많이 나는 콘셉트로 인해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고, 9등신 찰리와 함께 금색 꽃가루를 날리며 무대 아래에서 올라오는 모습, 그리고 백설공주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진지한 노래를 부르고, ‘미안해’라고 순수한 사과를 건내는 모습 등 안정적이면서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원종환만의 빅’을 만들었다는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이날 원종환은 자신을 향한 팬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고, 연기와 관련된 칭찬이 많다는 말에 겸손하면서도 솔직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을 해요.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공연 끝나고 사인해 주고 그럴 때 저는 도망가듯 빠져나가요. 빨리 빠져나가면 왜 이렇게 빨리 가냐고 물으시는데 그럴 때 마다 ‘집이 멀어서, 전철을 빨리 타야 합니다’라고 변명해요. (웃음)”

◆ 메마른 일상에 ‘생명수’ 같은 위로… 뮤지컬 ‘명동로망스’의 박인환

 

22일 오후 100회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4월까지 약 한 달간의 여정을 시작하는 뮤지컬 ‘명동 로망스’에서 원종환은 시 ‘목마와 숙녀’로 유명한 시인 박인환을 연기한다.

일찍 생을 마감한 시인 박인환은 상대적으로 자료가 적은 축에 속할 수밖에 없었다. 원종환은 박인환을 연기하기 위해 시집을 읽고, 그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원종환은 박인환 시인을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밝은 모습을 역시 유지했다.

“내가 표현하는 박인환 시인은 조금 위트 있고, 다른 사람과 융화되려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술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한 사람이 딱딱하지 않았을 것 같았고, 차려 입기 좋아하고 보여지는 걸 좋아했으니 여유 있고 넉살 있는 태도를 유지하지 않았을까 라는 상상을 했죠.”

뮤지컬 ‘명동 로망스’의 박인환은 이상 시인의 추모 행사가 끝난 뒤 친구들 중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난다. 이 작품에서는 박인환의 죽음을 무대 위 덩그러니 놓여 진 그의 모자로 표현하며 쓸쓸함을 더한다. 원종환은 극중 박인환의 죽음에 대해서도 다양한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예술가니까 ‘다 해탈하고 가겠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이 사람은 얼마나 가기 싫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난 아직 얼마나 해야 할 게 많은데’, ‘내 시를 다른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고, 난 이상을 뛰어 넘는 진짜 시를 쓰는 게 내 꿈인데’ 얼마나 가기 싫었을까. 스물 아홉 살인데. 집에 자식들과 아내도 있는데 얼마나 가기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니까 나중에는 발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 “‘창작 뮤지컬’이 좋은 이유?… 캐릭터 창조에 매력 느껴”

 

2005년 데뷔한 배우 원종환은 정말 쉴 틈 없이 달려왔다. 특히 ‘멀티맨’으로 이름을 알린 이후에는 더욱 많고 다양한 작품들에 출연하며 얼굴과 이름을 확실하게 알렸다. 그런 그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원종환은 “스케줄 없으면 한다”라는 솔직한 답변을 내놓으며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작품을 고르는 솔직한 기준을 밝히기 시작했다.

“스케줄이 없으면 하긴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게 작품인지, 된장인지, 고추장인지’ 이러지 않으면 작품을 가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내가 무대 위 배우로서 관객을 만나 어떤 식으로 표현하느냐, 내가 이걸 어떻게 재미있게 만들까 하는 거지 ‘어우, 이 작품은 별로인데?’라고 하지는 않아요.”

또한 원종환은 이날 인터뷰를 통해 ‘창작 뮤지컬’을 향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원종환은 “창작 뮤지컬을 좋아해서 제가 다 해버리고 싶어요”라고 입을 열었다.

“창작 뮤지컬이 욕심나요. 라이선스 작품들도 하면 좋지만 저는 아직까지 창작 뮤지컬에 애정이 더 가요. 내가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인지 달려들게 돼요. 아마 라이선스를 하게 되면 긴장할 거예요. 해 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도 작품을 하게 되면 잘 맞춰야죠. 맞춰주는 건 잘해요(웃음)”

[취재후기] 인터뷰를 위해 만난 원종환은 ‘무대 위 원종환’과는 어딘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작품 이야기를 꺼내면 금세 ‘무대 위 원종환’과 비슷한 느낌을 뿜으며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에서 하고 싶었는데 못 한 말을 묻자 “‘난쟁이들’, ‘명동 로망스’ 많이 보러 와 주세요”라는 말을 남긴 그는 곧바로 공연 준비를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배우 원종환이 자신의 바람대로 끊이지 않고, 오랜 시간동안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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