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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유천 '해무' 뚫고 발견한 연기의 섬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8.06 08:41 | 최종수정 2014.08.12 17: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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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그동안 하루 일과를 끝낸 뒤 동료 가수, 배우들과 어울렸던 적이 별반 없었어요. 그런데 ‘해무’ 때 작업 후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은 거죠. 결국에는 사람과의 관계인 것 같아요. 연기 역시 마찬가지잖아요. 연기라는 게 사람의 마음을, 사람과의 관계를 표현하는 거니까요.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해나가면서 관계 유지를 어떻게 해나갈 지는 제 몫이겠죠. 이를 알게 해준 것만으로도 ‘해무’에게 고마울 따름이에요.”

 
 
 

◆ 스크린 데뷔작 ‘해무’ 순박한 막내 선원 동식으로 지낸 7개월

배우 박유천(29)이 짙은 해무를 뚫고 발견한 연기의 섬은 바로 ‘관계’였다. 어찌 보면 소소할 수 있으나 대형 매니지먼트사의 기획 상품으로 탄생해 철저한 관리 모드 속에서 살아온 아이돌 스타에게는 대발견일 법하다.

봉준호 감독이 기획·제작, ‘살인의 추억’의 작가 출신 심상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해무’(8월13일 개봉)는 실화 소재 연극을 바탕으로 했다. IMF 시기, 배를 잃을 위기에 처한 전진호 선장 철주(김윤석)와 5명의 선원들이 밀항을 돕기 위해 망망대해로 출항한 뒤 짙은 해무가 몰려오며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담았다.

거무튀튀하게 그을린 살집 오른 얼굴과 바가지 머리, 전진호의 순박한 막내 선원 동식으로 7개월을 보냈다. 스크린 데뷔작에 승선한 그 시간, 박유천의 가슴에는 잔잔한 파도가 일렁였는가 하면 너울이 넘실댔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된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연기와 노래를 병행하던 과정에서 모멘텀이 될 만한 자극을 원했나 봐요. 정체되기 싫다는 아우성이었을 수도 있겠죠. 그래서인지 몸을 쓰거나, 험한 산에 오르거나, 실화인 시나리오들을 주로 보고 있었죠. 그런데 ‘해무’ 시나리오를 읽고나서 푹 빠졌어요. 제가 좋아하는 장르인데다 동식을 연기하는 제 자신이 궁금했거든요. 연기에 재미를 한창 느끼고 있을 때라 표현의 욕구가 강했던 것 같아요.”

   
▲ '해무'의 동식(박유천)과 홍매(한예리)

제작사에 하고 싶다는 마음을 적극 전달, 캐스팅이 확정된 뒤 1개월 남짓 전라남도 여수 사투리를 녹음해서 반복 청취하며 딕션을 만들어 나갔다. 각종 다큐멘터리와 영상물을 통해 뱃사람들의 세계와 선원의 목소리 톤, 식사하는 습관 등 디테일한 부분을 익혔다.

“육지에선 상사에게도 자신의 의지를 표현한곤 하는데 바다 위 뱃사람들 사이에서 선장은 절대 권력이에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선장이 전적으로 책임지기 때문인가 봐요. 그런 무조건 복종과 결속력이 신기하기까지 했어요. 또 뱃사람들은 결단이 매우 빨라요. 고립된 공간, 날씨와 바다 상태 등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 탓이겠죠.”

◆ 복잡한 감정선 표현 치중…홍매와 베드신 이해하느라 고민 거듭

머리를 싸맨 부분은 동수의 캐릭터와 간단치 않은 감정선이었다. 고등교육을 받은 동수는 선배 선원들에게 은근슬쩍 프라이드를 내세운다. 첫 눈에 반한 조선족 처녀 홍매(한예리) 앞에선 적당히 허세를 부린다. 또 전진호가 극한의 상황에 휘말리면서 철주 및 선원들이 서서히 광기에 사로잡혀 갈 때 이들에 맞서 선과 정의,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역할해야 한다.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신뢰, 밀항자들을 불법으로 실어 나르기로 결정한 선장으로부터 돈을 받고는 ‘아제, 정말 이래도 돼요?’라고 말할 때의 의아함, 선원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당혹감, 한 여자를 지키기 위한 결단, 자신의 진심을 파괴하려드는 선원들에 대한 분노와 저항 등 감정이 시시각각 변해요. 동식이 생각하는 정의의 폭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기심은 아닐까 고민했어요. 배와 선원들을 지키려는 선장의 말도 맞으니까요. 그럼에도 생명을 살려야겠다는 의지가 선원들과 다른 방향으로 동식을 밀어 붙였을 거라 봐요.”

   
 

시종일관 무겁고 어두운 상황에서 피어나는 애틋한 사랑은 도드라진다. 홍매를 기관실에 감춰두고 목숨을 다해 지키는 동식의 사투는 눈물겹다. 절박한 상황 속 기관실 구석에서 벌이는 동식과 홍매의 정사는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짐승처럼 애절하다.

“베드신이라서 우려했던 게 아니라 관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까, 죽음을 목격한 상태에서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를 고민했어요. 그만큼 절박했던 적이 없으니까 의아했죠. 고민을 거듭하다보니 살고 싶고,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고, 두려움을 잊고 싶고, 홍매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자 내가 너를 지켜주겠다는 약속의 표현일 거란 생각에 이르게 됐어요. 그제야 이해가 됐죠. 물론 시나리오보다 수위가 더 세면 어떡하지, 걱정됐어요. 엄청 심한 노출이었다면 ‘누가 내 몸을 보려고 하겠어’라는 민망함, 부끄러움이 폭발했겠죠. 하하.”

열린 결말인 영화의 라스트 신은 아련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한차례 폭풍우가 휩쓸고 지나간 느낌이 절로 인다.

“바닷가 장면을 찍기 위해 섬으로 가는 동안 통곡할 줄 알았어요. 막상 그 순간이 되니 눈물이 나오질 않더라고요. 동식에게 홍매는 고마운 사람이에요. 그녀를 지킴으로써 살려는 의지가 생겼으니까요.”

   
 

◆ “봉준호 눈빛만으로 메시지 전달” “김윤석 볼배분 탁월한 세터”

‘해무’를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게끔 했던 봉준호 감독과 선배 김윤석은 박유천의 연기 인생에 있어 너무나 소중한 자양분이다.

"봉 감독님은 (한)예리랑 함께 수육 먹으러 가면서도 영화보다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만 하셨어요. 건배하고 술 마신 게 다인데도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눈 느낌이에요. 눈빛, 손짓 하나하나가 크게 다가왔을 정도로 그릇이 크신 분이에요. 김윤석 선배님은 센 감정을 표출하는 장면에서조차 차분하게 표현하는 면이 부러웠어요. 상대역을 늘 배려해주고 토스를 제대로 해주는 배우시죠. 볼을 띄어주시는 대로 손만 맞추면 강 스파이크가 터지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너무 감사드려야 할 것 같아요.”

‘해무’를 끝내고 나니 연기에 재미가 곱절은 붙고, 표현 욕구는 더 강렬해졌다. 아무래도 이런 영화를 또 한편 해봐야겠다는 투지가 치솟는다.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와 달리 이런 장르의 영화는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기에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된다.

“극적인 상황의 영화나 드라마가 눈에 먼저 들어와요. 평소 살면서 표현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니까요. 얼마 전 설경구 선배님의 재난영화 ‘타워’를 다시 보니 전과 달리 ‘나라면 어떻게 연기할까’란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취재후기] 언론시사회 이후 박유천의 연기에 대해 호평 일색이다. 드라마에 이어 영화까지 평정한 셈이다. 현재 그의 최대 관심사이자 불안은 자신에 대한 수준 높아진 관객의 냉정한 평가다. 그나마 “좋은 영화가 나왔으면 그 이상 고민할 필요 없다”는 선배 배우들의 조언으로 인해 불안함을 덜어낸다. 다행히 ‘좋은 영화’라고들 얘기해줘 감지덕지하다고 고개 숙이는 그의 얼굴 살이 쏙 내린 느낌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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